[더팩트ㅣ김정수 기자] 재외공관 차량 구입 사업이 '선예산 후계획' 구조에 따라 국민 혈세를 낭비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과정에서 일부 공관장들은 외제차를 이용하면서 직원용 차량은 국산차로 구매해 특혜 논란도 제기된다.
10일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외교부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외교부는 노후 차량 교체 및 신규 수요 충당을 이유로 매년 40억원 규모의 예산을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차량 구입 계획과 실제 구입 차량 대수 간 차이가 매년 발생하고, 불용액도 꾸준히 나타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각 재외공관의 차량 관련 계획이 수립되기 전 예산이 편성된 데 기인했다는 분석이다. 외교부 자체 훈령인 '재외공관 차량관리 규정'에 따르면 각 재외공관은 매년 12월 31일까지 내년도 교체 계획을 보고하고 외교부 장관이 이를 확정하게 돼 있다.
올해 국회에 제출된 2026년도 외교부 예산안 사업설명자료에는 차량 구입 예정 대수가 기재돼 있다. 외교부는 이에 대해 "매년 통상적인 수요를 예측해 작성했다"고 답변했지만, 예산 확보를 위한 허위 계획서 작성이라는 게 송 원내대표의 지적이다.
차량 구입의 원칙인 '국산차 우선 구입'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관련 규정에 따르면 국산차 우선 구입이 원칙으로, 현지 사정상 국산차 운용이 어려울 경우에만 장관의 승인을 받아 외제차를 구입할 수 있다.
하지만 2017년 이후 올해 9월까지 22개 재외공관에서 공관장용 차량으로 외제차가 구입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중 16개 재외공관은 공관장 차량은 외제차로 구입하면서, 직원들이 사용하는 행정차량·외빈용 의전차량은 국산차로 구입했다.
일례로 스리랑카 대사관은 '벤츠→현대→BMW'로, 튀르키예 대사관은 '현대→벤츠→현대'로 차량을 교체했다. 현지 여건에 따른 사정이 작용했다기 보다 공관장 개인 취향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비판이다.
송 원내대표는 "외교부가 재외공관 차량 구입 규정을 허술하게 운영하며 일부 재외공관장들에게 특혜를 제공하고, 국민 혈세를 낭비했다"며 "외교부는 객관적이고 투명한 재외공관 차량 구입 기준을 마련해 앞으로는 계획에 따라 예산을 편성하고 집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감사원 감사 등 대대적인 점검을 통해 재외공관 차량 운영의 실태를 전면적으로 파악하고, 반복되는 특혜와 방만 운영을 근본적으로 바로잡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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