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쉬는 날, 누군가는 쉬지 못한다. 명절 연휴조차 가족과 함께하지 못한 채 자신의 자리에서 제 역할을 묵묵히 해내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가 가족과 함께 따뜻한 휴식을 보내는 그 시간, 일터와 현장에서 우리 사회의 기본적인 기능이 멈추지 않도록 지탱하는 이들이 있다. <더팩트>는 이들의 목소리를 3편에 걸쳐 담았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김수민 기자] 올해 추석은 최장 10일간의 황금연휴다. 하지만 그 긴 시간동안 국회 의원회관 불은 올해도 어김없이 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추석 직후인 10월 13일부터 시작해 3주간 이어지는 국정감사 일정이 코앞이기 때문이다.
이재명 정부 들어 처음으로 진행되는 올해 국감은 10월 13일부터 31일까지 진행된다.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의 과오를 부각하며 사법개혁 등을 포함해 자신들이 추진 중인 개혁 방향의 필요성을 강조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국민의힘은 정부여당의 일방적 국정 운영을 부각해 강공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국회 보좌진 대부분 하루이틀을 제외한 추석 연휴를 반납하고 국감 준비를 위해 정상 출근하는 이유다. 여야의 극한 대립으로 어느 때보다 격렬한 공방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날카롭고 신박한 국감 아이템을 발굴하는 건 보좌진의 몫이기 때문이다. 국감이 다 끝난 후 인상적인 활약으로 주목받는 '국감 스타'를 뽑는 관행이 있는데, 이를 노리는 의원들이 보좌진에게 압박 아닌 압박을 가한다는 후문도 들려온다.
여당 보좌진 A 씨는 <더팩트>에 "하루 쉬고 출근해야 해서 부모님 뵈러 내려가기는 힘들 것 같다"라며 "의원실마다 분위기가 다르겠지만 의원이 나오라고 강요하지 않더라도 대부분 국감을 앞두고 준비할 시간이 촉박하고 불안해서 자처해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여당 보좌진 B 씨도 "스스로 불안해서 나온다"라며 "국민 세금을 받는 공직자로서 나와서 일해야 한다는 생각도 있다. 일을 하는 데 적응해서 그런지 불합리한지도 느껴지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평소에는 국회 상임위, 현안 또는 지역 관련 업무로 바빠 국감을 준비할 시간이 부족하기도 하다. 야당 보좌진 C씨는 "국감 기간에 국감을 준비할 시간을 따로 확보해 주기 위해 다른 업무를 최소화해 주는 의원실이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다른 일들 때문에 준비할 시간이 모자란 게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당 지도부를 맡고 있는 한 의원의 보좌진 D 씨는 "대선, 당 지도부 선출, 인사청문회 일정으로 국감을 준비할 시간이 없었다"라며 "올해처럼 연휴가 길면 정부 부처 공무원도 쉬기 때문에 미리 자료를 요구하고 받아 문제점을 파악하는 등 일찍부터 준비했어야 했지만 물리적으로 부족했다"고 말했다.
보좌진이 근무하면서 각 상임위의 피감기관에 자료 요구하면 그 기관 근로자들도 결국 일해야 한다. 국회를 담당하는 기업의 대관 직원 몇몇은 명절 연휴 국회 주변에서 무기한 대기를 하기도 한다. 국회 한 관계자는 "피감기관, 이미 증인으로 신청된 기업 또는 잠재적 증인 후보 기업 모두 난리다"라며 "국회를 담당하는 직원들은 휴가도 국감 이후에 간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물론 회관에 출근하지 않는 의원실도 있다. 야당 보좌진 E 씨는 "아마 사무실로 출근하진 않을 것 같다. 의원실 자체가 일과 가정의 양립을 중요시한다"라며 "일은 꼭 사무실 출근 안 하더라도 알아서 하는 것"이라고 했다. 또 "우리 의원은 임시공휴일로 지정 안 된 10일도 공식적으로 쉬라고 했다"라며 "평상시 법안 잘 만들고, 기사 잘 터트리고, 질의 잘하면 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과중한 업무 부담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D 씨는 "일이 많다면 못 쉬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주말 출근, 야근, 명절 출근이 잦음에도 불구하고 수당 등 보상이 현격히 적은 것도 사실이다"라며 "국감 이후 휴식을 보장한다든가 일시적인 수당 보강 등 보상책이 마련되면 좋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