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헌일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넉 달 만에 첫 명절인 추석을 맞았다.
그간 인수위도 없이 취임해 숨가쁘게 달려온 만큼 재충전과 함께 연휴 이후 이어질 다자회의 등 현안에 대해 구상을 가다듬는 시간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추석 연휴 첫 일정으로 지난 3일 북한에 고향을 두고 온 실향민과 그 가족을 만나 격려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 강화평화전망대에서 '실향민과의 대화' 행사를 갖고 정부가 상황 개선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대통령은 한 실향민에게 "조금만 더 견뎌보시라. 많이 노력하고 있다"고 위로하며 "남북 이산가족들이 생사 확인이라도 하고 하다못해 편지라도 주고받을 수 있게 해 주는 것이 남북의 정치의 책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북측에도 인도적 차원에서 (이런 조치를) 고려해 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꼭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추석 연휴가 긴 만큼 이 대통령은 휴식과 함께 이같이 전임 대통령들처럼 현장을 찾아 국민들을 만나며 민심을 청취하는 등 민생행보를 할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와 담당 공무원의 사망, 예능 프로그램 출연 등을 둘러싼 논란이 쉬이 가라앉지 않고 있어 제한적인 행보를 보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연휴가 지나면 굵직한 국제 다자회의 무대가 줄줄이 이어지기에 이에 대한 준비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10월 말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ASEAN) 정상회의에 이어 20년 만에 한국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개최되고, 11월에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예정돼 있다.
전임 대통령의 추석은 각양각색이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별다른 일정을 잡지 않고 청와대에 머물며 추석 연휴를 조용히 지내는 편이었다. 2013년과 2014년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 묘소가 있는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으로 성묘를 가기도 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첫 명절이었던 지난 2017년 적극적인 소통 행보를 보였다. 생방송 라디오에 일일 교통 통신원으로 출연하는 한편 안동 하회마을을 방문해 대구·경북 민심을 챙기기도 했다. SNS를 통해 청와대에서 모친과 함께 차례를 지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2022년 추석 연휴 첫 날 무료급식소에서 봉사활동을 펼쳤다. 명동성당 명동밥집을 찾아 직접 앞치마를 두르고 김치찌개를 준비해 어르신들에게 대접했다. 이밖에도 전통시장을 찾아 명절 인심을 청취하고, 군 부대를 찾아 장병들과 식사를 함께 하며 격려를 전하기도 했다.
상징성을 지닌 대통령의 명절 메시지도 관심사였다. 이 대통령은 첫 추석 메시지에서 민생의 어려움과 함께 극복 의지를 강조했다.
지난 4일 이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KTV 국민방송을 통해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그리고 사랑하는 해외동포 여러분. 민족의 대명절 추석"이라며 "가족, 친지, 이웃들과 함께 정겨운 시간 보내고 계신가. 무더운 여름이 가고 어느덧 추석 명절이 성큼 다가왔다. 한 해의 풍요를 기원하며 내일의 희망을 꿈꿔야 할 한가위지만, 즐거움만 나누기엔 민생의 어려움이 여전히 크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민의 삶을 책임져야 할 대통령으로서 한없이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라며 "더 나은 내일을 향한 우리 국민들의 단결된 의지와 열망이 있기에 어떤 어려움도 반드시 이겨낼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문 전 대통령은 "올 한가위는 여성과 남성이 모두 함께 즐거우면 좋겠다"며 "어르신이 젊은이들에게 '못 해도 괜찮다'고 젊은이가 어르신에게 '계셔주셔서 힘이 난다'며 서로 진심을 나누는 정겨운 시간을 보내면 좋겠다"고 화합을 강조했다.
윤 전 대통령은 "경제가 어려울 때 더 고통받는 서민과 사회적 약자를 넉넉하게 보듬는 그런 사회를 만들겠다", " "정부와 의료기관 그리고 이웃이 힘을 합쳐 사회안전망에서 어느 누구도 소외되는 분들이 없도록 하겠다" 등 사회적 약자를 챙기겠다는 메시지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