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政談<상>] 與 독주에 속수무책…野 보좌진의 이유 있는 분노


33년 만에 비의료인 문신 시술 합법화
민생행보 나선 한동훈, 치킨 배달 공개

국민의힘은 26일 민주당 소속 추미애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직권남용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추 위원장이 야당 의원들의 발언을 제안하고 퇴장을 명한 것은 회의 운영에 관한 재량 범위를 심대하게 일탈했다는 판단에서다. 사진은 추 위원장이 24일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거수 표결하는 나 의원을 바라보는 모습. /남윤호 기자

<더팩트> 정치부는 여의도 정가, 대통령실, 외교·통일부 등을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주간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정담은 현장에서 발품을 판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방담의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대화체로 정리했습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정리=신진환 기자] -바야흐로 천고마비의 계절이다. 민족대명절 추석도 앞두고 있다. 어느 때보다 풍요로워야 할 시기에 정치권을 바라보는 국민의 속은 퍽퍽한 '고구마'를 먹은 심정이 아닐까. 여야가 극한 대치 국면으로 치닫고 있어서다. 정부조직법 쟁점법안 처리를 둘러싼 난타전도 모자라 법제사법위원회에서도 다툼을 반복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해 숨 가쁜 외교 일정을 소화한 이재명 대통령의 성과를 두고도 상반된 평가를 내리며 정쟁을 이어가고 있다. 서로를 적대시하는 경향이 더욱 강해지고 있다. 절로 눈살이 찌푸려지는 일들의 연속이다. 이번 주 정치권에서 벌어진 일들을 살펴보자.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6선 추미애(왼쪽) 민주당 의원과 법사위 야당 간사로 내정된 5선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최근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여러 차례 아슬아슬한 신경전을 벌였다. /더팩트 DB

◆'추·나대전'에 멈춰 선 법사위…野 보좌진의 하소연

-요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분위기는 살벌할 정도로 좋지 않아. 민주당 소속 6선 추미애 위원장과 국민의힘 5선 나경원 의원의 신경전이 장난이 아니야. 지난 24일 법사위에서 '국정감사계획서 채택 건'을 두고도 날 선 신경전을 벌였는데, 당시 상황을 재조명해보자.

-이날 법사위 회의 시작부터 파열음이 들렸어. 추 의원이 간략히 법사위 국정감사 일정 등 계획을 알리면서 자세한 내용은 계획서를 참고해달라고 언급했어. 그러자 나 의원은 "오늘 국감계획서를 오늘 이 자리에 와서 받았다"라면서 사전에 여야가 합의하지 않은 데 대해 유감을 표했어. 추 위원장은 "확인한 결과, 법사위 행정실은 19일 오후 5시 25분 전체 위원들에게 국정감사 일정을 송부했다"라고 반박했지.

-국민의힘 의원들의 반발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지. 여당 의원들은 추 위원장을 엄호하기 바빴어. 서영교 민주당 의원은 "일정표 받아놓고 왜 거짓말하나"라며 목소리를 높였지. 정말 양쪽 모두 앞만 보고 난타전을 벌이더라. 결국 회의를 시작한 지 1시간도 되지 않아 회의가 중단됐어. 검찰개혁 입법청문회가 열렸던 22일 여야가 입씨름을 벌이면서 오전 내내 파행됐던 일이 다시 벌어진 거야.

민주당은 26일 서울경찰청에 나 의원을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다. /남윤호 기자

-국민의힘 보좌진의 불만도 감지된다고?

-응. 최근 야당 법사위원을 모시는 한 인사와 대화했는데 이런 말을 하더라. 민주당을 겨냥한 발언이야. "자기들은 수십 건이 되는 검토보고서를 미리 보면서 국민의힘에 공유하지 않는다. 심지어 (법사위 회의) 전날 통보하는 식으로 '뺑뺑이'를 굴린다. 의사일정도 마음대로 잡는다. 그러면 우리는 기존 일정을 다 뒤집고 조율하느라 죽어난다. 국감계획서도 달랑 캘린더(달력) 한 장을 통보하듯 보내놓고, 현장(법사위)에 와서 (계획서가 어떤 내용인지) 보는데 말장난한다고 '일정을 미리 보냈잖아'라고 하더라. 우린 대체 어쩌라는 건가."

-상당히 순화해서 쓴 발언이야. 그는 엄청나게 격앙된 반응을 보이더라. 이렇게 분노하는 모습은 처음 봤어. 부디 법사위를 포함해 여야가 협치의 모습을 보였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이 절로 들더라.

국회는 25일 본회의에서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을 합법화하는 문신사법을 의결했다. /남윤호 기자

◆33년 만에 '불법' 꼬리표 뗐다…정치권 '눈썹 문신' 논쟁 종지부

-비(非)의료인의 문신 시술을 합법화하는 법안이 33년 만에 국회 문턱을 넘었다며?

-응.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문신사법이 재석 202명 중 찬성 195명, 기권 7명으로 가결됐어. 이날 통과된 문신사법은 '문신사'라는 직업을 신설해 면허를 발급해 비의료인인 문신사에게 문신 시술 합법화하는 것을 골자로 해. 대한문신사중앙회는 "매년 9월 25일을 '문신사의 날'로 기리고 오늘의 감격과 감사를 기억하겠다"라며 환영했어.

-그럴 수밖에 없지 않을까. 문신 시술은 1992년 대법원판결에 따라 의료행위로 규정됐어. 문신 행위 및 제거 행위까지 모두 금지 행위에 포함됐었지. 현행법상 비의료인이 문신 시술을 하면 의료법 위반이 돼. 그래서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 수 있었지.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는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이 보편화돼 법안과 괴리감이 상당했어.

지난 2022년 제3차 문신사 법제화 범민족 촉구 집회가 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역 일대에서 열린 가운데 참가자들이 손피켓을 들어 보이고 있는 모습. / 남용희 기자

-반대하는 의견은 없었어?

-대한의사협회나 대한 피부과 의사 등 법안 철회를 요구했던 단체들은 여전히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했어. 문신에 사용되는 염료의 인체 위해성과 비의료인 문신 시 감염관리가 잘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지. 그런데 이미 법이 통과됐으니, 의협이 교육 관리 또는 관리 체계에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시행령과 시행규칙에 의견이 반영되도록 하겠단 입장이야.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가 전국 민심 투어에 나섰다. 사진은 한 전 대표가 지난 23일 경남 진주에서 치킨을 배달하고 있는 모습. /한 전 대표 SNS 갈무리

◆치킨 시켰더니…배달 '썰' 푼 한동훈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22일부터 경남 거제시를 시작으로 전국을 돌며 민생 행보에 나섰어. 지난달 치러졌던 당대표 선거 불출마를 선택하면서 당 재건을 다짐했는데 그 일환으로 보여. 중앙 정치에서 잠시 벗어나 전국을 돌며 현장에서 느끼는 국민의 어려움을 듣는 데 집중하겠다는 거야.

-한 전 대표가 직접 치킨을 배달하는 근황도 공개됐던데?

-맞아. 한 전 대표는 24일 SNS에 경남 진주에 위치한 치킨 전문점에서 포장 상자를 접는 모습부터 직접 배달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을 올렸어. 일일 아르바이트 체험이랄까. 한 전 대표는 같은 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요즘은 벨을 누르지 않고, 문 앞에 놓고 가라는 요청이 많다"며 뒷이야기를 소개했어. 안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배달시킨 사람은 한 전 대표를 보고 많이 놀랐겠다'며 반응을 궁금해했는데 말이야.

한 전 대표는 내란 특검이 법원에 청구한 공판 전 증인신문에 불출석했다. 사진은 한 전 대표가 지난 23일 경남 진주에서 치킨을 배달하고 있는 모습. /한 전 대표 SNS 갈무리

-한 전 대표의 치킨 배달이 주목받은 또 다른 이유가 있다던데?

-한 전 대표가 치킨 배달에 나선 그날이 국회 계엄 해제 의결 방해 의혹을 수사 중인 내란 특검이 한 전 대표의 진술을 듣기 위해 법원에 청구한 공판 전 증인신문 기일이기도 하거든. 폐문부재(송달받은 장소에 문이 닫혀있고 사람이 없는 상태)로 기일 통지를 받지 않은 한 전 대표가 불출석하면서 다음 달 2일로 다시 잡혔어. 한 전 대표는 특검의 증인신문 요구에 '보수 분열 시도'라는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보고 있어. 또 이미 계엄 당일 있었던 일에 대해 자신의 책에 자세히 밝혔다는 입장이기도 해.

-광폭 행보 시동을 건 한 전 대표를 두고 정치권 평가는 어때?

-한 전 대표는 "민심 투어, 탐방이라는 거창한 것이 아니라 그냥 국민을 찾아다니면서 정치가 해결해야 할 문제가 뭔지 많은 말씀을 경청하는 정도로 이해해 달라"고 했어. 하지만 내년 6월에 치러질 지방선거를 앞두고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고려한 계산이라는 평가가 대다수야. 안 그래도 장동혁 지도부가 갖춰진 이후로 한 전 대표뿐만 아니라 당내 친한(친한동훈)계 존재감도 같이 사라졌다는 의견이 많았거든. 중도층과 강성 지지층 사이에서 둘 다를 놓치지 않기 위한 자신만의 카드를 준비하는 게 필요해 보여.

◆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신진환 기자, 이헌일 기자, 김정수 기자, 김수민 기자, 김시형 기자, 서다빈 기자, 이하린 기자, 송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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