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이하린 기자] 추석 연휴 기간 여성 긴급전화(1366)에 접수된 스토킹 상담 건수가 최근 5년새 25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 간 이동이 잦은 명절 특성상 사회적 감시가 약화되고 이로 인해 치안 공백이 벌어지는 것이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취약지대 집중 관리와 실질적 피해자 보호 강화가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25일 김선교 국민의힘 의원이 여성가족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설·추석 연휴 기간(14일간) 1366에 접수된 스토킹 상담 건수가 급증했다. 특히 추석의 경우, 2020년에는 20건에 불과했던 스토킹 상담이 2024년에는 507건으로 25배 가량 증가했다. 2021년에는 61건, 2022년엔 232건, 2023년엔 295건으로 매년 증가세를 보였다.
설 연휴도 이와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2020년 43건에 불과했던 상담 건수는 2021년 53건, 2022년 175건, 2023년 158건, 2024년 481건으로 집계돼 5년 새 10배 이상 증가했다. 김 의원은 "명절 기간 여성과 사회적 약자를 겨냥한 관계성 범죄가 증가하고 있다"며 "경각심 제고와 함께 범죄 예방 및 신속 대응을 위한 치안 대책이 강화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추석과 같은 대명절에는 특히 가족과 단절된 은둔형 외톨이 등 사회적으로 고립된 이들이 명절에 더 큰 심리적 불안과 우울감을 느끼며 충동적 범행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연휴 기간에는 사회적 감시 기능이 최소한으로만 가동되면서 범죄자들의 자기 절제력과 억제력이 상대적으로 약화돼 유흥가 등 취약 지역을 중심으로 관련 범죄가 증가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선택과 집중'을 통해 유흥 지역 감시·경계 순찰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이 제기된다. 현장 일선에서 근무하는 한 경찰 관계자는 이날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명절에는 경찰 인력이 교대로 근무하는 등 최소 인력 배치로 치안 공백이 생길 수 있는 만큼 핀셋 대응이 필요하다"며 "가족과의 연결이 단절된 이들의 동선을 파악해 해당 지역을 중심으로 관리를 강화하면 범죄 예방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스토킹 범죄가 다른 강력 범죄의 '전조'로 작용하는 만큼, 사전 예방 차원에서 더욱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분석한다. 곽준호 법무법인 청 대표변호사(형사법 전문)는 이날 통화에서 "과거엔 스토킹이 단순 집착으로 치부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지금은 스토킹에 대한 인식 자체가 많이 높아졌다"며 "실제 피해자는 심각한 고통을 겪고 상해·주거침입·살인 등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곽 변호사는 "특히 명절에 한정된 경찰력과 느슨한 사회적 감시로 범죄 피해 위험성이 커진다"며 "원스톱 24시간 비상 대응 체제가 실질적으로 피해자 보호에 도움이 될 수 있는 현장 인력 채용과 관리에 신경 써야 한다"고 덧붙였다.
여성가족부·법무부·검찰청 등 범정부는 스토킹 범죄 피해자 보호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대책 마련에 나섰다. 원민경 여성가족부 장관은 전날(2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스토킹, 교체 폭력 관련 관계 부처 및 전문가 대책 회의'를 열어 스토킹 피해 현황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관계 기반 폭력 범죄의 심각성을 알리는 캠페인과 예방 교육도 함께 추진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