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세력" "테러집단"…기약 없는 민생경제협의체


협의체, 극심한 갈등으로 첫발도 못 떼
野 "폭압적 상황 계속되면 협치 되겠나"
여야, 쟁점 법안 입법·저지에 무게 전망

이재명 대통령과 여야 대표가 구성에 합의한 민생경제협의체는 첫발도 내딛지 못하고 있다. 사진은 김병기(오른쪽)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악수한 뒤 이동하는 모습. /뉴시스

[더팩트ㅣ국회=신진환 기자] 내란 척결과 쟁점 법안과 관련한 여야의 대립이 날로 첨예해지고 있다. 여야의 강 대 강 대치 속에 첫발도 내딛지 못하는 민생경제협의체는 기약 없이 표류하고 있다. 초당적 협력을 통해 어려운 국민의 삶을 개선해야 할 의회의 책무를 다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22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의 극심한 갈등으로 민생경제협의체의 좌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여야는 지난 19일 첫 회의를 열고 국가 발전과 민생경제 회복 등과 관련 있는 공통 대선 공약 등을 중점적으로 논의할 예정이었지만 끝내 불발됐다. 민주당의 정부조직법 개정안 강행 처리와 특검의 국민의힘 당사 압수수색 등의 영향이었다.

지난 8일 이재명 대통령과 여야 대표가 합의한 민생경제협의체의 가동 여부는 불투명하다. 국민의힘 원내 핵심 관계자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현재로서는 (첫 회의가) 언제쯤이라고 말씀드리기 어렵다"라면서 "민주당이 정부조직법을 일방적으로 통과시키는 등 의회를 (의석) 수로 밀어붙이는 폭압적인 상황이 계속되면 협치가 잘 되겠나"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관계자도 통화에서 "(첫 회의가 불발된 이후) 더 나아간 상황은 없다"라면서 "정말 하루하루 힘겹게 사는 국민 삶의 문제는 (여야가)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앞서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21일 "원내정책수석부대표와 정책위의장 중심으로 물밑 작업은 계속하고 있다"라면서 민생에 관해 언제든 대화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여야가 추석 민심을 고려해 설령 민생경제협의체 가동에 나선다고 해도 협의체가 정상적으로 운용될지도 미지수다. 여야가 사사건건 부딪치고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 임기 말 여야정협의체는 탄핵 정국으로 접어들면서 유명무실했고, 문재인 정부에서도 국민의 삶을 개선하기 위한 입법에 초당적으로 협력하기로 했지만 협의체는 제대로 정례화·활성화되지 못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2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의원총회에서 국회 안에서부터 독재가 만연한 상황이라며 여기서 우리가 물러서면 자유와 인권, 민주주의를 보장하는 우리 헌법이 무너진다는 비장한 각오로 싸움에 임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배정한 기자

이번 민생경제협의체도 난망이다. 의회 운영을 둘러싼 파열음이 갈수록 커지는 상황에서 여야는 쟁점 법안 입법과 저지에 무게를 둘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여야 원내대표는 이날 검찰청을 폐지하고 수사·기소 기능을 분리하는 것을 골자로 한 정부조직법 개정안 등을 논의했지만 빈손으로 돌아갔다. 특히 국민의힘은 쟁점 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에 나서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더군다나 민주당은 '내란 세력 척결'에 드라이브를 거는 상황이고, 국민의힘은 연일 '조희대 대법원장 회동 의혹'을 제기한 민주당을 겨냥해 반헌법적 정치테러집단이라며 맹공을 퍼붓고 있다. 대여(對與) 투쟁도 지속할 방침이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정책의원총회에서 "우리가 물러서면 자유와 인권, 민주주의를 보장하는 헌법이 무너진다는 비장한 각오로 싸움에 임하겠다"라고 말했다.

여야의 극한 대치가 장기화하면서 민생을 보살피는 협치의 정신이 실종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 야권 관계자는 통화에서 "이미 국회는 힘의 균형이 무너졌다. 야당이 여당의 독주에 제동을 걸기 어렵다"라면서 "대립과 갈등의 정치에 익숙한 여야가 협치의 노력도 하지 않은 채 민생을 돌보고 경제 회생을 외면하고 있다는 국민의 비판을 새겨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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