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김시형 기자]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호남발전특별위원회(호남특위)에 힘을 싣고 있다. 내년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텃밭' 민심을 다지는 동시에, 차기 당권 구도와 조국혁신당과의 호남 주도권 경쟁까지 고려한 '선제적 견제' 전략이 작동했다는 평가다.
정 대표는 18일 오전 광주시청에서 현장 예산정책협의회를 가진 뒤 오후 국회에서 '호남 발전을 위한 예산 점검회의'를 직접 주재한다.
지난 16일 전주에서 열린 호남특위 첫 회의 이후 이틀 만에 다시 호남을 찾은 것이다. 정 대표는 특위 회의에서 "민주주의의 뿌리이자 줄기인 호남이 없으면 민주당도 없다"며 "이제는 국가가 호남 발전 '옥동자'를 낳고 길러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특별한 희생엔 특별한 보상이 따라야 한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철학 기조를 거론하며 호남 홀대론을 짚기도 했다. 그는 "호남이 민주주의 발전에 크게 기여했는데 국가는 호남 발전을 위해 무엇을 했는가"라며 "이제는 말에 그치는 게 아니라 실천과 행동, 가시적인 발전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저는 전북의 아들"이라며 호남과의 인연을 거듭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특위가 성과 없이 흩어지지 않게, 역사적인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들을 수 있도록 저도 위원이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뛰겠다"고 약속했다.
민주당은 당의 텃밭인 호남 지역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정 대표 주도로 지난달 21일 호남특위를 출범시켰다. 특위는 광주 국가 인공지능(AI) 컴퓨팅센터 설치를 비롯해 국립의대 설립, 새만금 RE100 국가산업단지 조성 및 에너지고속도로 연결, 2036 전주 하계올림픽 유치 등 호남권 3개 시·도 지역현안 해소 및 미래 발전 과제를 논의 중이며, 오는 11월까지 논의사항을 추려 이재명 정부 5년 중장기 계획에 반영할 방침이다.
정 대표의 호남 행보는 단순한 '텃밭 다지기' 차원을 넘어선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대선 당시 광주·전남 골목골목 선대위원장을 맡았던 그는 당대표 취임 후 첫 일정으로 나주 수해 현장을 찾는 등 호남과의 인연을 일관되게 강조해 왔다.
이에 내년 지선을 앞두고 '당심'의 바로미터인 호남 민심 결집에 나서는 한편, 이를 발판으로 차기 당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 장기적인 정치 기반을 굳히려는 전략적 포석으로 풀이된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통화에서 "지선 성과가 곧 차기 당권과 직결되는 만큼, 정 대표가 향후 정치적 활로를 확보하려면 지선 승리가 필수"라며 "호남을 지렛대 삼아 당권 경쟁에서 주도권을 잡을 수 있으니 정 대표로서는 총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당내에서는 호남 민심 다지기가 곧 수도권 표심 확보로 이어진다는 평가도 나온다. 수도권에 호남 출신이 상당한 만큼 호남 공들이기 전략이 지난 지선에서 약세를 보인 수도권 결집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조국혁신당과의 호남 주도권 경쟁을 의식한 '선제적 견제' 전략으로도 읽힌다. 엄 소장은 "호남은 혁신당에 대한 기대감이 상대적으로 높은 지역"이라며 "정 대표가 선제적으로 호남 구애에 나서는 것은 조국에게 기울 수 있는 민심을 차단하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고 분석했다.
당 관계자는 <더팩트>에 "예산점검회의를 당대표가 직접 주재하는 건 처음"이라며 "민주주의의 시작과 끝인 호남을 위해 이제는 말이 아닌 예산으로 보여줘야 한다는 대표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