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김정수 기자] 조현 외교부 장관은 8일 미국 조지아주 이민당국 구금시설에 있는 한국인 근로자 300여 명과 관련해 '자진 출국' 방향으로 미국 측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 장관은 이들이 향후 미국 입국 시 불이익을 받지 않는 방향으로도 미국과 긍정적으로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조 장관은 이날 오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긴급현안질의에서 '정부가 미국과 교섭하면서 모든 한국인 근로자를 자진 출국하는 것으로 결정했느냐'는 윤후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아직 확정은 안 됐지만 그런 방향으로 미 측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답했다.
조 장관은 '자진 출국이라는 건 불법 상태를 인정하는 의미를 갖지 않느냐'는 지적엔 "불법인가 아닌가라는 건 법원에서 엄격히 다퉈봐야 할 문제인데, 그렇게 되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기 때문에 한미 간 협의에 의해서 그런 방안(자진 출국)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유효한 비자를 보유한 이들까지 자진 출국된다면 미국 재방문 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개인 차원에서 불이익이 없도록 세심한 노력을 경주하겠다"고 강조했다. 자진 출국의 경우 비자 종류에 따라 최대 5년간 입국 조치 등 불이익이 불가피할 수 있다.
다만 조 장관은 이와 관련해 미국 측과 긍정적으로 협의가 진행 중이라고 강조했다. 조 장관은 이재정 민주당 의원의 관련 질의에 "그렇지 않은 방향으로 협상이 잘 진행되고 있다"며 '긍정적인 신호냐'는 물음에 "그렇다"고 말했다.
또 '노동자들에게 추가적인 불이익이 없도록 이미 합의됐느냐'는 이용선 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미국 측과) 대강의 합의가 이뤄졌다"며 "최종 확인 절차를 앞두고 있다"고 했다.
조 장관은 유사한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한국인 전용 비자' 등 관련한 대책 확보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밝혔다. 조 장관은 이재강 민주당 의원의 관련 질의에 "미국 측에서 우리가 그간 여러 가지 이유로 요구했던 것(전문직 비자·E4)에 대해 잘 호응하지 않아 협상에 진전이 없었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협의해서 확보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앞서 우리 정부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당시 미국에 한국인을 위한 전문직 비자 쿼터를 신설해달라고 요구했다. 더불어 지난 2012년부터 E4 비자 1만5000개 발급을 골자로 한 '한국 동반자 법안' 입법을 추진했지만 미국 내에서 해당 법안은 통과되지 않고 있다.
다만 조 장관은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으로 지목된 전자여행허가시스템(ESTA) 또는 단기 상용 비자(B1) 등의 '예외 적용 가능성'과 관련해선 "미국 국내법 문제이기 때문에 우리가 원하는 그대로 과연 해낼 수 있을지 제가 자신할 수는 없다"면서도 "다양한 방안을 가지고 적극 교섭하겠다"고 강조했다.
조 장관은 E-4 신설 외에 전문직 취업비자 쿼터 확보도 추진하겠다고 덧붙이면서, 이번 사태와 관련해 미국 측에 항의성 발언을 분명히 하겠다고 밝혔다.
조 장관은 이날 저녁 미국 워싱턴 D.C.로 출국해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등 미국 측 고위급 관계자와 소통할 예정이다. 조 장관은 미국 측에 협조 요청과 이번 사태의 배경으로 거론되는 비자 문제 등 관련 문제를 제기할 전망이다.
앞서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과 국토안보수사국(HSI) 등은 지난 4일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이민 단속을 실시, 한국인 300여 명을 포함해 475명을 체포·구금했다. 까다로운 비자 발급 절차를 피해 비자 면제 프로그램의 일종인 ESTA와 상용·관광 비자인 B1, B2 비자로 우회한 것이 화근으로 파악된다.
js8814@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