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中 전승절 계기 '대중·대미·북중러' 관계 설정 포인트


'러 파병 특수' 한계…대중 관계 개선
북중정상회담서 북미대화 언급되나
"한미일 대응으로 북중러 연대 모색"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중국 전승절을 계기로 대중 관계 개선 등을 도모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사진은 김 위원장이 2일 중국 베이징역에 도착해 전용열차에서 내리는 모습. /베이징=신화. 뉴시스

[더팩트ㅣ김정수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일 전용열차를 타고 중국 베이징에 도착, 집권 후 처음으로 다자외교 데뷔를 예고했다. 김 위원장은 이번 전승절 참석을 계기로 △대중 관계 개선 △북미 대화 대비 △북중러 연대 강화 등을 도모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날 북한 대외매체 조선중앙통신은 외무성 보도국을 인용해 김 위원장을 태운 전용열차가 오후 4시(현지시간) 중국 수도 베이징에 도착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열차에서 내린 뒤 중극 측 간부들과 만나 "6년 만에 또다시 중화인민공화국을 방문하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구체적인 일정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이튿날 톈안먼 광장에서 열리는 전승절 80주년(중국인민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 열병식에 참석할 예정이다. 이번 열병식에는 26개국 국가 원수 또는 정부 수뇌가 초청됐다.

이에 따라 김 위원장은 집권 후 최초로 첫 다자외교 무대에 데뷔할 예정이다. 북한 최고지도자로서는 김일성 주석 이후 45년 만이다. 그간 북한은 '유일 영도체계' 성격상 여러 지도자 중 한 명으로 여겨지는 다자 무대를 꺼렸다. 물론 핵·미사일 개발에 고립된 처지도 한몫했다.

그럼에도 김 위원장은 전례 없는 행보를 택했는데, 이번 전승절을 거치면서 대외 정책에 적잖은 변화가 전망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먼저 김 위원장의 이번 방중은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 있다는 해석이다. 그간 김 위원장은 지난해 6월 북러 조약 체결 이후 파병을 대가로 러시아와 전면적인 관계 개선에 나섰다. 그러는 사이 북중 관계가 소홀해졌다는 이상징후가 곳곳에서 감지됐다.

일례로 지난해 7월 북중 우호조약 63주년 당시 양국은 관련 보도조차 내놓지 않았다. 과거와 달리 고위급 교류도 저조한 국면이었다. 다만 김 위원장으로서는 대중 관계 회복이 필요한 시점에 다다랐다는 해석이다. 우크라이나전 종전 이후 러시아의 지원이 예전 같지 않을 수 있어서다.

북한이 대외 무역의 90%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도 결정적이다. 전승절을 기점으로 열릴 전망인 북중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이 경제 협력을 시도할 것이란 관측도 그래서 나온다.

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탑승한 것으로 추정되는 열차가 이날 오후 중국 베이징역 인근에 진입하는 모습. /베이징=뉴시스

김 위원장의 방중에 북미 대화 문제가 빠질 수 없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앞서 김 위원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2018년 6월 싱가포르 회담, 2019년 2월 하노이 회담을 전후로 중국을 세 차례 방문해 시진핑 국가 주석과 만났다. 중국의 지지를 확보해 대미 협상력을 높이려는 차원이었다.

최근 북한은 핵보유국 지위 인정을 전제로, 또는 다른 목적의 대화도 가능하다며 미국과의 대화 가능성을 열어둔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김 위원장의 재회에 적극적이다. 이에 따라 김 위원장의 방중이 향후 재개될 수 있는 북미 대화와 관련해 중국의 입장을 확인하는 길이 될 것이란 해석이다.

김 위원장이 전승절 참석을 계기로 한미일 협력에 대응하기 위한 북중러 연대를 도모하려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이날 발간한 '김정은의 중국 전승절 80주년 참석 의도와 파장' 보고서를 통해 "북한은 현재 국제 질서를 신냉전 또는 다극 체제로 규정하고 이를 적극 활용하려고 시도했다"며 이같이 전망했다.

보고서는 "이재명 대통령의 방일, 방미로 한미일 협력이 여전히 효과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며 "신냉전 구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김정은 정권은 한미일 협력에 대응할 수 있는 북중러 연대, 북방 삼각관계 복원을 전략적으로 구축하려고 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북한의 의도대로 북중러 연대가 형성될지 의문이고, 중국이 신냉전 구도에 소극적이라는 한계도 있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도 북중러 간 전략적 소통·협력 강화 움직임은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부소장은 "북중러 정상회담이 이뤄질지, 3자 회동이라도 이뤄질지 지켜볼 대목"이라며 "회동이 이뤄지더라도 기존의 북중, 북러, 중러 등 양자 관계를 넘어선 협력 관계로 발전할 수 있을지 그 이후에도 발전 관계가 확장할 수 있을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정 부소장은 김 위원장의 딸 주애의 동행과 관련해선 "주애가 김 위원장의 다자 정상 외교에 동행한다면 '외교 수업 차원'이라고 볼 수 있다"며 "국내 수업 차원을 넘어 일단은 국제 사회에 알릴 필요가 있기에 모종의 계기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js8814@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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