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신진환 기자] 100일간 정기국회 첫날부터 여야 간 대치 정국의 현주소를 드러내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주로 한복을 입은 더불어민주당과 근조 리본을 단 검은 정장을 걸친 국민의힘의 복장에서부터 양극단으로 분열된 정치상이 드러난다. '상생 국회'는 고사하고 장장 3개월 동안 '무한 정쟁'이 예상된다.
국회가 1일 본회의를 열어 개원식을 치르며 9월 정기국회에 돌입했다. 가장 눈길을 끈 건 단연 여야 의원의 복장이었다. 여야는 가진 의미가 완전히 다른 한복과 상복 차림으로 이번 정기국회에 임하는 정치적 의지를 나타냈다. 의원 대다수가 한복을 입은 민주당은 단합을, 검은 정장의 국민의힘은 이재명 정부와 여당의 독주에 항의하는 의미를 담았다.
개원식에서 한복을 착용해 화합을 도모하고 한국 문화를 더 널리 알리자는 우원식 국회의장의 제안을 거부한 야권 의석은 흡사 장례식장이 떠오를 정도로 검은빛으로 물들었다. 여권 의석은 형형색색의 한복 때문에 화사했다. 절로 이질감이 들 정도로 여당 따로 야당 따로의 전형이었다. 말 그대로 진풍경이다. 여야 의원의 복장만 봐도 이번 정기국회가 순탄치 않을 것으로 짐작된다.
'민방위복'에서도 비슷한 경향을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 등은 관련 행사 때 노란색 민방위복을 입고 있다. 윤석열 정부에서 교체된 청록색 민방위복은 보수 인사들이 착용하고 있다. 일례로 지난달 30일 최악의 가뭄을 겪는 강원도 강릉 현장을 방문했을 당시 이 대통령은 노란색 민방위복을, 국민의힘 소속 김진태 강원지사와 김홍규 강릉시장은 청록색 민방위복을 입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복장 차이가 극명하게 갈린 것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듯, 대치 정국 속에서 쟁점 법안 처리를 둘러싼 강대강 대치가 불가피하다. 과반 의석을 가진 민주당은 검찰 수사권·기소권을 분리하는 내용의 정부조직법 등 검찰개혁 법안들을 처리한다는 방침이지만 국민의힘은 충분한 의견 수렴 없이 속도전으로 밀어붙일 사안이 아니라고 맞서고 있다.
뇌관은 이뿐이 아니다. 정부가 올해보다 8.1% 늘어난 728조원의 내년도 예산안을 편성한 것을 두고 보수 야당은 재정 확장을 비판하면서 송곳 심사를 벼르고 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국가채무가 단 1년 만에 142조원 증가해 1415조원을 넘어서게 됐다"라면서 "지출만 급증하는 방만한 재정 운용이 계속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최근 쟁점으로 부상한 '내란특별재판부 설치' 입법을 두고서도 여야가 치열하게 맞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은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법에 특별재판부를 설치해 1심과 2심을 전담하게 하고, 재판 기간을 각각 3개월 이내로 단축하도록 하는 내란특별법 입법을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국민의힘은 삼권분립을 흔드는 위헌적 폭주라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아울러 민주당은 내란 청산을 위해 특검 수사 기간을 연장하겠다고 공언하면서 검찰과 언론, 사법 개혁을 이번 정기국회 안에 마치겠다는 방침을 거듭 확인했다. 국민의힘은 여론전에 나서며 최대한 지연 전략을 펼 것으로 보인다. 향후 인사청문회에서도 전교조 출신 최교진 교육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음주운전 이력을 문제 삼으며 맹공을 퍼부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