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政談<상>] 나경원, 법사위 전진 배치…"수사와 재판부터"


한미정상회담 변수 연속…불안감 감돌아
與 법사위원들 "나경원은 간사를 하면 안 되는 사람"

국민의힘이 2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야당 간사로 5선 중진 나경원 의원을 지명했다. 법사위원장인 6선의 추미애 민주당 의원에 대한 대항마로 전진 배치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박헌우 기자

<더팩트> 정치부는 여의도 정가, 대통령실, 외교·통일부 등을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주간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정담은 현장에서 발품을 판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방담의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대화체로 정리했습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정리=신진환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일본과 미국을 차례로 방문해 각국 정상과 만나고 지난 28일 귀국했다. 특히 한일정상회담에 앞서 여러 변수가 발생해 불안감을 키웠지만 다행히 성공적인 순방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귀국 직후 야당에 손길을 내밀었지만 꼬일 대로 꼬인 협치는 난망하다. 연찬회를 계기로 전열을 재정비한 장동혁 대표 체제의 국민의힘은 대정부·대여 강경 투쟁 노선을 분명히 했다. 더불어민주당도 연일 국민의힘에 날을 세우고 있다.

-본회의 직전 관문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여야 간 대치도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판사 출신 5선 중진 나경원 의원을 야당 간사로 앉히며 9월 정기국회에서 여당의 입법 강공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강성 지지자들을 등에 업고 서로를 적대시하는 정치 풍토가 굳어지고 있다. 여야가 극단적 혐오와 증오의 정치에서 빠져나오기 어려워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후 첫 일본·미국 순방을 마치고 지난 28일 귀국했다. 사진은 이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가진 정상회담에서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대통령실

◆돌발변수에 지연까지…'살얼음판' 한미정상회담의 날

-지난주는 한일·한미 정상회담에 온 국민의 이목이 쏠린 것 같아. 특히 한미 정상회담은 트럼프 행정부, 관세협상, 방위비 등 난제가 얽혀 더 그랬던 것 같아. 현지 분위기는 어땠어.

-상대적으로 과정도, 결과도 무난하게 마무리된 한일 정상회담과 달리 한미 정상회담은 시작부터 어려웠어. 여러 변수가 이어지면서 기자들도 그야말로 살얼음판을 걷는 느낌이었어. 일단 회담 시간부터 그랬어. 원래는 현지시간으로 25일 오전 11시 시작으로 예정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전날 도착한 현지에서 오후 12시에 시작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졌어. 양국 간 워낙 첨예한 문제들이 많은 상황이고, 앞서 6월 G7 정상회의 때 한 번 취소가 됐었고, 이번 회담에 앞서 조현 외교부 장관이 일본이 아닌 미국으로 출국하면서 뭔가 좋지 않은 쪽으로 변수가 발생한 게 아니냐는 추측도 있었지. 이런 가운데 시간이 늦춰졌다고 하니 '사전조율이 원활하지 않은 게 아니냐'라는 불안감이 기자들 사이에서도 있었어.

-회담 당일에도 변수는 계속됐어. 오전 9시 20분 트럼프 대통령이 SNS에 "한국에서 숙청 또는 혁명이 일어나는 것처럼 보인다"는 내용의 글을 올린 거야. 바로 직후인 9시 30분에 브리핑을 진행한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도 기자들이 이와 관련해 질문하자 트럼프 대통령의 공식 계정이 맞는지 확인부터 해야 한다고 할 정도로 돌발 상황이었어.

-게다가 회담 시간도 다시 지연됐어. 예정된 시각이 다 돼 가는 가운데 30분가량 늦춰질 것 같다는 소식이 프레스센터에 전달됐어.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행정명령에 서명하는 공식 일정이 있었는데 이 행사가 길어지면서 회담도 지연된다는 설명이었어. 트럼프 대통령은 이 행사에서 SNS 메시지에 대해 "한국에서 교회에 대한 공격적인 압수수색이 있었다. 그들은 (미군) 기지에 들어가 정보를 수집했다고 들었다"고 설명했어. 앞서 내란 특검이 오산공군기지를 압수수색한 점을 지적한 거지. 한 달도 넘게 전에 있었던 일을 회담 직전 언급하며 압박에 나선 셈이야.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협상 전술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지만, 상황이 상황인 만큼 회담 결과에 대한 불안감은 더욱 증폭될 수밖에 없었어. 한편으로는 다른 행사도 아니고 국가 정상 간 회담인데 자국 일정 때문에 회담을 늦추는 걸 보면서 너무 '막무가내식' 아니냐는 푸념도 나왔어.

트럼프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진행된 한미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에게 준 친필 메시지. 당신은 위대한 사람이자 위대한 지도자다. 한국은 당신과 함께 더 높은 곳에서 놀라운 미래를 갖게 될 것이다. 난 언제나 당신과 함께 있다라는 내용이다. /대통령실

-이렇게 긴장감이 고조된 가운데 회담이 시작됐어. 트럼프 대통령은 모두발언 초반부터 관세협상을 언급하면서 "(한국 측이) 원한다고 다 줄 것은 아니다"고 말하면서 쉽지 않은 협상을 예고했어. 그런데 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을 '피스메이커'라 지칭하며 세계 평화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칭찬하면서 분위기가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어.

-또한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도 만나고 한반도 평화에도 역할을 해달라는 취지로 요청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다소 누그러진 태도로 김 위원장과의 친분을 과시하는 모습이었어. 이어 양 정상이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던 중 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이 피스메이커를 하면 저는 페이스메이커로 열심히 지원하겠다"고 말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속된 말로 '빵 터져서' 큰 웃음을 짓더라. 여기가 이번 회담이 훈훈한 분위기로 이어지는 데 결정적인 계기였던 것 같아. 이후 회담장 분위기가 한결 화기애애해진 건 생방송으로 지켜본 많은 사람들도 느꼈을 거야.

-결국 이 대통령은 미국이 원하는 조선업 협력을 강조하고, 트럼프 대통령을 한껏 치켜올리면서 전 세계적으로도 정말 만만치 않은 인물로 꼽히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최고의 호응을 이끌어냈어. 이 대통령이 천명한 국익 중심 실용외교의 한 모습이 잘 드러난 장면인 것 같아.

5선 중진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야당 간사로 배치됐다. 이에 대해 민주당 법사위원들은 내란 특검 수사에 대한 도피성 인사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사진은 나 의원. /남윤호 기자

◆"나경원 조치 궁금하죠?" 규탄 전략 말 아낀 민주당

-더불어민주당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정기국회를 앞둔 지난 28일 1박2일 일정으로 열린 워크숍에서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법사위 야당 간사를 맡기로 한 것을 두고 맹공을 퍼부었다고.

-맞아. 민주당 법사위원들은 상임위 분과별 워크숍 세션을 마친 후 브리핑에서, 나 의원의 패스트트랙 사건 공소 취소 청탁 등 각종 의혹을 조목조목 거론하며 "수사와 재판부터 받아야 한다"고 직격했어. 이어 "나 의원의 간사 지명은 매우 부적절한 인사라는 데 위원들 전원이 공감했다"고 했어.

-브리핑이 끝난 이후에도 규탄의 목소리는 계속됐다고?

-맞아. 법사위 소속의 한 의원은 행사장 밖에서 취재진과 만나 "나 의원은 간사를 하면 안 되는 사람"이라며 "법사위는 헌법 시스템과 법치주의에 최적화된 상임위인데 그 대척점에 있는 사람이 간사를 맡는 건 이해충돌과 다름없다"라고 목소리를 높였어.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을 향해서도 공세 전선을 넓혔는데, 이 의원은 "주 의원도 채해병 특검의 수사 대상이지 않느냐"라며 "법사위에서 빨리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지.

-나 의원을 향한 추가 조치 가능성도 언급했어. 이 의원은 취재진에게 "나 의원에 대해 어떤 조치를 할지 궁금하신가"라며 "그건 저희 당 전략이라 아직 말하지 않겠지만 강력 규탄 목소리를 계속 내고 공론화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전했어.

민주당 의원들이 28일 오후 인천 중구 파라다이스시티 컨벤션센터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당 워크숍에 참석해 단체사진 촬영하는 모습. /배정한 기자

-법사위원들은 이 외에도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을 고리로 내란특별재판부(내란특판) 신속 설치를 의결하는 등 내란 종식을 위한 대야 공세에 고삐를 죌 계획이야. 그런데 당 일각에서는 "원내에서 부담스러워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맞아. 행사장에서 마주한 또 다른 의원은 내란특판 설치와 관련해 "(원내지도부와) 상의하지는 않았고, 우리 법사위에서 '급발진'한 게 맞다"며 "특검이 아닌 특별재판부 설치는 헌정사상 최초인 만큼 원내에서 부담스러워할 수는 있다"고 설명했어.

-당 일각에선 내란 혐의 사건을 맡고 있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에 대한 재판부 기피 신청을 특검에 요청하자는 게 우선이라는 의견도 있었다고 해. 하지만 법사위원들 사이에서는 이미 박찬대 의원이 지난달 내란특판 설치를 담은 내란특별법을 발의한 만큼, 이 법안에 보완을 더해 통과시키자는 분위기가 급물살을 탔다고 해. 또 다른 의원은 이날 <더팩트>에 "지금도 내란 세력이 획책하는 상황에서 '싸우겠다'라는 기조는 백번 옳다고 생각한다"며 대야 공세 의지를 강조했어.

◆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신진환 기자, 이헌일 기자, 김정수 기자, 김수민 기자, 김시형 기자, 서다빈 기자, 이하린 기자, 송호영 기자

☞<하>편에 계속

shincombi@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