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헌일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3박 6일 간의 한일 및 한미 정상회담 출장을 마무리했다.
한일 정상회담에서는 각 분야 협력과 과거사 문제 등을 두고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허심탄회하게 논의하면서 '셔틀외교'를 복원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예측불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회담에서도 맞춤형 외교 전략으로 소기의 성과를 거두면서 국익 중심 실용외교를 본궤도에 올려놓은 모습이다.
이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오전 일본 도쿄에서 재일동포 오찬간담회로 출장 일정을 시작했고, 오후에는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졌다.
양 정상은 1시간가량 한미 관계, 미일 관계, 한미일 협력방향 등에 대해 전략적 소통을 나눴다. 당초 20분 간 진행할 예정이었는데 허심탄회하게 논의가 이뤄지면서 예정 시간을 훌쩍 넘겼다.
회담 이후에는 공동언론발표를 통해 한일 관계 발전 방향과 주요 실질 협력 방안, 한반도 평화와 북한 문제 등에 대한 양국의 협의 내용을 발표했다.
다방면의 경제 분야 협력과 함께 사회 분야에서도 저출산·고령화 등 공통과제에 공동대응하기 위한 협의체 출범을 합의했다. 안보 분야에서는 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재확인하는 한편 한일 관계 발전이 한미일 협력 강화로 이어지도록 한다는 데 뜻을 모았고, 과거사 문제에 대해서도 기본적인 접근 방향을 논의하며 향후 선순환 관계를 이끌어갈 발판을 마련했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 대통령 중 처음으로 양자외교 첫 방문국으로 일본을 택했다는 데 의미를 부여했고, 일본 측도 이를 높게 평가했다는 설명이다. 양국이 정상회담 공동결과문서를 발표한 것은 17년 만으로, 향후 정상 간 셔틀외교의 기반을 확실히 다졌다는 평가다.
이 대통령은 한일 정상회담 다음날인 24일 미국 워싱턴D.C로 향했다. 같은 날 현지에 도착한 뒤 재미동포 만찬간담회로 방미 일정에 들어갔다.
25일에는 백악관에서 첫 한미 정상회담을 가졌다. 양 정상은 오후 12시 43분부터 소인수회담과 약식 언론 질의응답, 오찬을 겸한 확대회담을 2시간 20분가량 진행하며 각종 현안을 논의했다.
이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제 관여로 남북관계가 잘 개선되기는 쉽지 않은 상태인데, 이 문제를 풀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 트럼프 대통령인 것 같다"고 치켜올리며 "트럼프 대통령이 피스메이커로 나서면 전 페이스메이커로 열심히 지원하겠다"고 남북·북미 관계의 방향을 제시했다. 올 가을 경주 APEC 정상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만남을 추진하자는 제안도 내놨다.
경제 분야에 대해서는"(미국의) 조선 분야 뿐만 아니라 제조업 분야에서 르네상스가 이뤄지고 있고, 그 과정에서 대한민국도 함께 하게 되길 기대한다"며 다양한 산업 분야 걸쳐 협력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런 이 대통령의 제안에 트럼프 대통령도 "북한 문제에 대해 아주 큰 진전을 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피스메이커), "매우 슬기로운 제안"(APEC 초청)이라고 화답했고, 양 정상은 회담 내내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서로 공감하고 칭찬하는 분위기를 연출했다.
대통령실은 이같은 교감을 바탕으로 △한미 경제·통상의 안정화 △한미 동맹의 현대화 △한미 간 새로운 협력분야 개척이라는 이번 정상회담의 세 가지 목표에서 모두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경제·통상 안정화는 세부내용의 협의 과정이 남았지만 정상 차원의 논의가 있었다는 점을 높게 샀다. 동맹 현대화도 국방 역량 강화를 위한 방안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진전이 있었다는 판단이다. 새로운 협력 분야로 조선을 비롯해 인공지능(AI)·반도체·자동차·원전 등을 개척한 점도 성과로 꼽았다.
이번 일본·미국과의 정상회담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국익 중심 실용외교가 본격적으로 시험대에 선 장이었다. 취임 뒤 2주 만에 G7 정상회의에서 대한민국의 외교무대 복귀를 알렸다면 이번에는 한일 관계, 대미 통상·안보 협상 등 핵심 국가들과의 현안에서 실질적인 성과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이 대통령은 이시바 총리와는 민감한 과거사 문제에 눈을 돌리지는 않되 미래지향적이고 실질적인 협력 관계를 만들어가자는 방향을 제시하면서 공감을 이끌어냈다. 이는 공동언론발표에 이시바 총리가 지난 1998년 이른바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을 포함해 역사인식에 관한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하고 있음을 언급했다고 명시한 점에서 잘 드러났다.
미국과의 협상은 난제 중의 난제로 꼽혔다. 특히 때로는 돌발 발언으로, 때로는 강도 높은 비판과 기습적인 제안으로 협상을 이끄는 트럼프 대통령의 전략에 어떻게 대응할지가 관건이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정상회담을 3시간 여 앞두고 SNS에 "한국에서 숙청 또는 혁명이 일어나는 것처럼 보인다"는 글을 올리면서 이같은 우려가 더욱 증폭되기도 했다.
이같은 악조건 속에서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을 치켜올리는 동시에 미국이 원하는 조선 협력을 강조하고, 북미 관계 진전 방안을 제안하면서 호응을 이끌어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관련 제안에 대한 호평 외에도 "당신은 전사다", "당신은 미국으로부터 완전한 지원을 받게 될 것이다" 등의 말로 여러 차례 친밀감을 강조했다고 한다. 또 '당신은 위대한 사람이고 위대한 지도자다. 한국은 당신과 함께 더 높은 곳에서 놀라운 미래를 갖게 될 것이다. 난 언제나 당신과 함께 있다'라는 메시지를 직접 써서 이 대통령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26일 현지 브리핑에서 "(전체적으로) 양 정상이 친밀감이 느끼고 공감하고 끝났다"며 "감히 성공적인 정상회담이었다고 말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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