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이하린 기자] 특검의 전방위 수사를 규탄하는 국민의힘 장외투쟁과 불과 몇 달 전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를 앞두고 벌인 더불어민주당의 장외투쟁은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민주당의 경우 '계엄 상태 종식'과 같은 대의명분을 내세워 삭발·농성·거리 행진 등의 장외투쟁을 통해 시민사회와의 연대를 적극적으로 도모한 반면, 국민의힘은 내부 결속을 다지기 위한 정치적 의도가 깔렸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오는 25일까지 장외투쟁을 이어 나갈 계획을 짜고 당사 압수수색을 대비한 비상 대기 체제에 돌입했다. 지난 18일에도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를 비롯한 지도부 관계자는 당 소속 의원들과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인근 민중기 특검팀 사무실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길거리 의원총회'를 열고 규탄한 바 있다.
이는 '대의명분'을 내세우고, 시민들의 대규모 참여형 시위를 통해 국면 전환을 꾀했던 민주당의 장외투쟁과는 사뭇 다른 양상을 띤다. 민주당은 지난 3월 헌법재판소의 윤 전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를 앞두고 광화문에 천막 당사를 열고, 단식과 삭발도 불사하면서 강도 높게 장외투쟁을 벌였다.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표를 선두로 한 민주당 의원들은 매일 국회에서 광화문까지 약 8.7km 거리를 도보 행진하며 강경한 장외투쟁을 이어갔다. 탄핵 기각 시 계엄이 다시 선포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촉발해 탄핵 인용에 대한 국민적 여론을 모으기 위해서였다. 실제로 민주당은 지난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을 물러나게 했던 촛불 집회 경험을 기반으로 시민들의 지지를 등에 업으며 투쟁 동력을 확보했다.
다만 이번 국민의힘의 장외투쟁은 주로 당내 결속과 지지층 결집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에서 민주당과는 대조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들은 당원 명부 압수수색의 위법성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특검에 대한 여론의 지지도가 높은 상황에서 여론 형성과 외연 확장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는 이날 <더팩트>와 통화에서 "당시 민주당의 장외투쟁은 '이게 아니면 끝'이라는 절박함이 있었고, 사회의 극단적인 분열을 막기 위함이라는 대의적 명분도 있었다"며 "반면 현재 국민의힘은 스스로도 명분과 위기의식이 부족하다는 점을 알고 있어 장외투쟁이 형식적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장외투쟁이 향후 특검 수사에 대비하기 위한 차원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철현 경일대 특임교수 겸 정치평론가는 이날 통화에서 "표면적으론 500만 당원 명부에 대한 압수수색 반대지만 실제 목적은 내란 특검에 대비한 내부 결속"이라면서 "수사를 대비하기 위한 포석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적 명분이 약해 강경한 거리 투쟁으로 나가기 어렵다. (특검에 대한) 최소한의 저항을 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