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김세정 기자]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에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내정되면서 정치권의 이목이 다시 한번 쏠린다. 주식 차명거래 의혹으로 이춘석 의원이 사임하며 공석이 된 자리에 민주당은 추 의원을 선택했다. 당은 추 의원을 '가장 노련하게 검찰개혁을 이끌 적임자'로 평가했다.
법무부 장관까지 지낸 6선의 중량감 있는 인사가 관례를 깨고 법사위원장으로 돌아온 배경에는 그가 검찰개혁의 상징적 인물로 자리매김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는 이재명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인 검찰개혁에 대한 민주당의 강력한 추진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추 의원의 행보가 어떤 결실을 볼지 주목받고 있다.
추 의원과 검찰의 악연은 문재인 정부 시절로 거슬러 간다. 이른바 '조국 사태' 이후 2020년 1월 법무부 장관에 오른 추 의원은 당시 검찰총장이었던 윤석열 전 대통령과 정면충돌했다.
추 의원은 취임 직후부터 검찰 고위직 인사를 단행하며 검찰개혁의 칼을 빼 들었다. 채널A 사건에서 윤 전 대통령 측근인 한동훈 검사장(국민의힘 전 대표)의 연루 의혹이 제기되자 수사지휘권을 발동해 윤 전 대통령을 수사에서 배제했다.
갈등의 절정은 라임 사태였다. 2020년 10월, 추 의원은 라임 로비 의혹 사건과 윤 전 대통령 본인 및 가족 연루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발동하고 윤 전 대통령의 지휘 배제를 명령했다. 이에 윤 전 대통령이 크게 반발하자 추 의원은 같은 해 11월 윤 전 대통령에게 총장 직무 집행 정지 및 징계를 청구하는 초강수를 뒀다.
2020년 12월 윤 전 대통령은 정직 2개월 징계를 받았고 추 의원은 곧이어 장관직 사의를 표명했다. 하지만 법원이 징계효력 정지를 결정하면서 윤 전 대통령은 총장직에 복귀했고, 이듬해 3월 스스로 사퇴하고 정계로 향했다. 윤 전 대통령은 2022년 대선에서 승리하며 대통령이 됐고, 두 사람의 관계는 개인의 악연을 넘어 한국 정치의 주요 대립축이 됐다.
이후 추 의원은 지난해 총선 경기 하남갑에 출마해 6선 의원이 되며 국회로 화려하게 복귀했지만, 윤 전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라는 초유의 사태로 대통령직에서 파면되는 비극적 결과를 맞이하게 됐다.
민주당이 추 의원을 법사위원장에 선임한 것은 과거 정부에서 완수하지 못했던 검찰개혁을 입법을 통해 마무리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법사위는 법안이 국회 본회의에 오르기 전에 거쳐야 하는 입법의 관문이기도 하다. 법사위원장은 법안 심사와 체계·자구 심사를 총괄한다. 법안 통과 여부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검찰개혁과 같이 여야 간 이견이 첨예한 법안의 경우 법사위와 위원장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진다. 추 의원은 이제 법사위원장으로서 미완의 과제였던 검찰개혁 입법을 사실상 지휘하게 된 셈이다.
정청래 대표가 "개혁은 폭풍처럼 몰아쳐서 전광석화처럼 끝내겠다"고 공언한 만큼 추 의원의 지휘 아래 민주당은 검찰청 폐지를 골자로 하는 검찰개혁 법안들을 속도감 있게 처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상 추 의원의 정치적 소명과도 맞닿아 있다는 평가다.
이같은 흐름은 검찰개혁에 대한 민주당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여야 간의 첨예한 대립을 예고한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6일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은 원내 1, 2당이 서로 나눠 가짐으로써 견제와 균형을 이루도록 오랫동안 국회가 관례를 형성해 왔다"며 반발했다. 나경원 의원도 SNS를 통해 "추미애 법사위원장 카드로 법사위를 자신들만을 위한 맘대로 독재국가의 최전선을 구축하려 한다"라고 지적했다.
추석 전에 개혁을 완수하겠다는 정 대표의 의지처럼 민주당은 속도를 낼 전망이다. 당 검찰정상화 특별위원회는 7일 국회에서 검찰개혁 관련 당정대협의회를 열고 "속도 조절론은 없다"며 이달 26일까지 법안의 최종안을 확정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전용기 의원은 같은 날 YTN라디오 '뉴스파이팅 김영수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추 의원이 처음에는 고사하셨을 건데 당 지도부에서 강력히 요구한 것 같다"며 "검찰개혁이나 사법개혁이 남아 있지 않나. 그걸 할 사람이 추 의원밖에 없는데 이 부분을 꼭 맡아달라고 요청하니 어쩔 수 없이 받아준 걸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통화에서 "추 의원은 검찰에 한이 맺힌 사람 아닌가"라며 지난 정부에서 장관을 하며 검찰개혁이 왜 필요한지를 누구 못지않게 절감했기 때문에 이를 완성하는데 추 의원 같은 사람이 없다고 당에서도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동시에 이춘석 사태로 흔들린 개혁 동력을 검찰개혁의 아이콘인 추 의원을 통해 다시 끌어올리려는 성격도 짙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법사위원장 임명되자마자 일이 터졌으니 이를 수습하기 위해 당으로서도 당원들이 원하는 인사로 서둘러 지명한 게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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