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송호영 기자] 광복 80주년을 앞두고 안중근 의사 유해 발굴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순국 115주기인 올해도 위치를 파악할 수 없는 묘소를 찾기 위해선 중국과 북한, 일본 등 관계국의 협조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조광조 역사연구원 주최로 '안중근 의사의 <동양 평화론>에서 한반도 평화의 길을 찾다' 세미나가 개최됐다. 이날 세미나에선 안 의사의 저작인 동양평화론과 안 의사의 묘소 위치에 대한 토론이 진행됐다.
현재 서울 용산구 효창공원에 있는 안 의사의 묘는 유해가 안치되지 않은 가묘다. 안 의사는 순국 장소인 중국 랴오닝성 다롄시 뤼순감옥 일대에 묻혔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2006년과 2008년 두 차례에 걸친 안 의사 유해 발굴 시도는 무위에 그쳤다. 특히 2008년에는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던 뤼순 감옥 북쪽 원보산에서 발굴 작업이 진행됐으나 소득이 없었다.
이날 발제를 맡은 김용달 광복회 학술원장은 안 의사의 묘소가 뤼순 감옥 동쪽 둥산포(東山坡) 지역에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김 원장은 "안 의사의 유해를 찾는다고 하면 이제 남아있는 곳은 둥산포 밖에 없다"며 "둥산포에 대한 정밀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초기에 원보산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발굴해 보니까 성과가 없었고 더구나 지금은 발굴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지금은 (원보산을) 발굴조차 할 수 없다. 이미 아파트가 다 들어섰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둥산포를 '전국중점문물보호단위'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이에 따라 조사 및 발굴을 하려면 중국 문화재 당국의 허가와 승인이 필요하다.
김 원장은 안 의사 유해 발굴을 위해선 중국과 일본, 북한 등 주변국의 협조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중국의 허가 문제와 더불어, 안 의사가 북한 황해남도 해주시 태생이기 때문이다. 그는 특히 안 의사 유해의 위치를 파악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일본에 대한 외교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정부는 광복 80주년이자 안 의사 순국 115주기를 맞은 올해 안 의사 유해 발굴을 추진하고 있다. 국가보훈부는 최근 안중근 의사의 조카인 안원생 지사의 묘소를 미국에서 확인하기도 했다.
보훈부는 안원생 지사의 묘소를 서거 43년 만에 확인했다고 지난 3일 밝혔다. 정부는 1990년 안원생 지사에게 건국훈장 애족장을 추서한 바 있다. 보훈부는 미국 애리조나주 선랜드 메모리얼 파크에 안장된 안 지사의 유해를 유족 확인과 협의 등을 거쳐 국내로 봉환할 계획이다.
권오을 보훈부 장관도 후보 시절부터 안원생 의사 유해 송환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권 장관은 지난달 15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안 의사 유해 발굴에 대해 "구체적으로 추진해 보겠다"고 밝혔다. 그는 당시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안 의사의 유해를 발굴해달라'는 당부에 "안 그래도 주요 사업으로 추진하려고 보니 중국, 일본, 한국, 북한 다 연계가 돼 있더라"며 이같이 답했다.
독립운동가 김한 선생의 외손자인 우원식 국회의장도 안 의사 유해 발굴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우 의장은 지난 2월 중국 하얼빈 아시안게임 계기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 주요 인사를 만나 올해 순국 115주년을 맞은 안 의사 유해 발굴 및 송환이 우리 국민의 염원이라는 점을 설명하며 협조를 요청했다. 당시 시 주석은 "중국은 지속적으로 소통해 나가겠다"고 답했다.
이처럼 안 의사 유해 발굴과 송환에는 주변국의 협조가 필수적이지만, 공교롭게도 관련국과의 관계는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대중 관계의 경우 조현 외교부 장관의 발언으로 주목 받고 있다. 조 장관은 3일(현지시간) 공개된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동북아시아에서 중국이 이웃 국가들에 다소 문제가 되고 있다"며 "중국의 부상과 도전을 상당히 경계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에 주한중국대사관은 4일 "중국은 국제규범을 확고히 수호한다"며 "중국은 주변국들과 모두 양호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북한은 대북 전단 살포 중지, 어민 송환, 대북 스피커 철거 등 정부의 잇따른 유화책에도 반응하지 않고 있다. 앞서 북한은 지난달 28일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담화를 통해 "한국과 마주 앉을 일도, 논의할 문제도 없다는 공식 입장을 다시금 명백히 밝힌다"고 했다.
일본과의 관계에도 변수가 생겼다. 이시바 시게루 총리는 최근 참의원 선거 참패와 미일 관세 협상 타결 여파로 리더십이 흔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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