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이하린 기자] 지난 1일 이른 아침부터 국회 곳곳에선 이삿짐행렬이 이어졌다. 국회 청소 노동자들이 짐을 가득 실은 녹색 바닥의 작업용 손수레를 밀며 의원회관에서 국회도서관으로, 소통관에서 본관으로 바쁘게 이동했다. 수레 안에는 개인 옷가지나 청소 도구들이 실려 있었다. 이날은 국회 청소 노동자들이 2년 주기로 근무지를 순환하는 날이었다.
지난 2017년 외주 용역 형태였던 국회의 청소 노동자들이 국회사무처 직접 고용으로 전환된 지 올해로 8년째다. 전환 이후 청소 노동자들의 하루는 이전과 많이 달라졌다. 청소 노동자 A씨는 이날 <더팩트>와 만나 "직영으로 전환된 후에 휴게실 같은 경우도 처우가 많이 개선됐다"고 전했다.
현재 국회에는 220여 명의 청소노동자가 근무 중이다. 이들은 오전 6시에 출근해 오후 3시까지 본관과 의원회관, 국회도서관, 소통관 등 국회 청사 전역을 11개의 팀이 나누어 맡는다. 예컨대 규모가 큰 의원회관의 경우, 한 사람이 의원실 10여 곳과 복도, 화장실 등을 담당하는 식이다.
이들은 '추첨제'를 통해 정기적으로 근무지를 변경한다. 투명한 사각형 박스에서 반으로 접힌 종이를 뽑으면, 그 종이에 적힌 대로 팀과 담당 구역이 정해진다. 지난 2023년부터 본격 도입된 이 방식은 전 직원이 지켜보는 가운데 진행된다는 점에서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는 절차로 자리 잡았다.
신체장애나 질병으로 인해 업무가 수행하기 어렵다고 판단될 때는 상호 의사 확인 후 근무지 교환도 가능하다. 청소 노동자 B씨는 "과거엔 관리자가 일방적으로 자리를 정해 불만이 많았지만, 이젠 추첨식이라 모두가 납득하고 만족하는 분위기"라며 미소를 지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올해 처음 도입된 새로운 팀장 선출 방식이다. 과거 관리자가 팀장을 지정하는 방식에서 공식 투표 절차를 거치도록 바뀌었다.
팀마다 팀장을 각각 선출하는데, 후보가 한 명이라면 내부 논의를 거쳐 만장일치로 결정한다. 2인 이상 출마한 팀의 경우 해당 팀의 전 근로자가 기표소에서 투표용지에 투표하고 이를 개표하는 방식으로 팀장을 선출한다. 사무처 관계자는 "직원들과 직접 소통하고 민주적인 진행을 갖추기 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과제도 있다. 바로 임금 문제다. 이들이 받는 임금은 평균 200만 원 초반대. 최저임금을 살짝 웃도는 수준이다. 연차별 임금 인상률도 낮은 편이다. 조정옥 국회 환경미화원 노동조합 위원장은 이날 "요즘같이 살인적인 물가에 200만 원의 월급으로는 생활할 수 없다. 명절 상여금 포함 최소 월 300만 원 정도가 돼야 한다"며 "15년차인데도 저연차의 임금과 별 차이가 없다"고 주장했다.
청소노동자 C씨는 "일은 직영처럼 하는데, 대우는 직영같이 안한다"며 상대적으로 적은 임금과 낮은 임금 상승률에 대한 아쉬움을 토해냈다. 그러면서 "의원회관에서 음식물쓰레기가 분리가 잘되지 않는 부분들이 있는데, 이를 직접 손으로 꺼내 분리해야 한다"며 "업무 강도가 높지만 이에 대한 대우를 정당하게 해주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사무처 관계자는 "임금 인상의 경우, 예산이 확보돼야 집행할 수 있는데,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어 기획재정부 예산실과 계속 협의하고 있다"라면서 "노조 측과도 소통을 많이 하며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