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김수민 기자] 국민의힘 새로운 당 대표를 뽑는 8·22 전당대회 레이스의 막이 올랐다. 동시에 '전한길 리스크'가 지속되면서 대선 패배 이후 당 재건을 위한 '혁신 전당대회' 다짐이 무색해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극우 세력과의 관계 설정을 두고 당권주자 간 불필요한 소모전으로 번지고 있다는 것이다.
30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이날부터 이틀간 당 대표와 최고위원 후보자 등록 신청을 받는다. 현시점 당 대표 출마를 공식화한 인사는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과 조경태·안철수·장동혁·주진우 의원, 양향자 전 의원 등 6명이다. 장성민 전 대통령실 미래전략기획관도 출마 의사를 밝힌 상태다.
당권주자마다 혁신 방향을 제시하며 당심을 잡기 위한 경쟁에 돌입해야 하는 시점에 국민의힘은 한국사 강사 출신 전한길 씨의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전씨의 입당으로 불붙은 논란이 해소되기는커녕 점차 더 커져가는 모양새다. 전 씨가 전당대회 판세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다.
전 씨는 최근 당 대표 후보자들에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과 관련한 공개 질의서를 보내겠다고 예고했다. 당권을 잡은 후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할 것인지, 함께 갈 것인지 물어 당대표 자격을 검증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반탄파(탄핵 반대)와 찬탄파(탄핵 찬성)의 의견이 갈린다. 반탄파로 대표되는 김 전 장관과 장동혁 의원은 답변에 응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찬탄파로 분류되는 조경태·안철수 의원과 중립 지대인 ·주진우 의원은 답하지 않겠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전 씨의 입당을 두고 의견이 둘로 나뉜 게 그대로 옮겨 간 것이다.
전 씨와의 관계 설정을 두고 또한번 공방전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장 의원은 31일 전 씨를 포함해 보수 유튜버들이 주관하는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에게 듣는다' 연합 토론회에 출연할 계획으로 전해졌다. 김 후보도 출연을 고민 중이다. 김 후보 측 관계자는 이날 <더팩트>에 "최종적으로 조율하고 있다"라며 "김 전 장관의 방향성 자체가 모두를 품는 것이지만 한쪽에 치우친 행보로 비칠 수 있어서 고민하는 걸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쇄신을 향해 한 발자국도 내딛지 못한 채 탄핵 국면에 머물러 있는 당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한동훈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전 씨의 질의에 응하겠다고 한 후보들을 겨냥해 "진극(진짜 극우) 감별사에게 기꺼이 감별받겠다고 줄서면서 우리 당에는 '극우 없다'고 하는 건 국민들과 당원들을 기만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초선의원은 통화에서 "거대 여당에 맞서 해야할 일이 이렇게나 많은데 전한길로 당이 흔들리는 게 말이 되나"라며 "국민의 삶과 직결되는 악법 통과를 비판하고 서로 건전하게 경쟁해야 할 때"라고 비판했다.
당 지도부가 지금보다 적극적으로 사태 진화에 나서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당은 서울시당에 전 씨의 언행에 대해 조사해 별도로 보고하도록 지시한 상태인 만큼 그 결과를 기다려보겠다는 입장이다. 한 원내 관계자는 통화에서 "서울시당에서 결론을 내야 우리가 다음 스텝을 밟을 텐데 현재로선 무슨 근거로 나가라고 하겠나"라며 "지도부가 유튜브 출연을 하라 마라 할 수도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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