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출마 vs 막판 고심…당권주자들의 '타이밍' 전략은?


김문수·조경태 등 조기 등판…'선점 효과' 노린다
고심 중인 韓, 출마 명분 축적·최적 시점 저울질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주자들이 저마다 다른 시간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사진은 공식 출마 선언을 하고 있는 전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인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왼쪽)과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의 모습. /남윤호·박헌우 기자

[더팩트ㅣ국회=이하린 기자] 극심한 내홍을 봉합할 새 사령탑을 뽑는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주자들이 출마 명분과 시점을 둘러싸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일부 주자들은 일찌감치 출사표를 던지며 '선점 효과'를 노리는 반면, 다른 일부는 막판까지 고심하며 최적의 출마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후자의 경우 출마 명분을 쌓은 뒤 마지막에 등장해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려는 전략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22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이 출마 시기를 두고 당대표 유력 주자 간의 눈치 싸움이 벌어지며 당권 경쟁이 본격화했다. 대선 후보였던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이 가장 먼저 공식 출사표를 던졌고, 친한계 조경태 의원과 친윤계 장동혁 의원이 그 뒤를 잇는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아직 '고심 중'이다.

김 전 장관은 지난 20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당대표 공식 출마 선언을 하며 당권 주자 중에선 가장 먼저 출사표를 던졌다. 단순한 출마 의사 표명이 아닌 실제 기자회견을 통해 다른 당 대표 후보 중에선 처음으로 공식 출정식을 치른 것이다.

김 전 장관 측은 이날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공식 출마 선언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수해 현장 찾으면, 선거용 방문이라는 의심을 살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며 "출마 선언을 서둘러 한 뒤 현장에 가라는 조언이 많아 일정을 앞당겼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김 전 장관은 출마 선언 직후 경기도 가평, 경상남도 산청, 충청남도 예산 등 수해 지역을 직접 찾아 신속한 복구를 위한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김철현 경일대 특임교수 겸 정치평론가는 "김문수 전 장관의 경우 조기 출마를 선언하며 수해 복구 현장을 돌며 존재감을 부각하는 전략으로 선점 효과를 노린 것"이라며 "당내에서 친윤 세력에 대한 비토 여론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김 전 장관 측도 조급함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친한계인 당내 최다선(6선) 조 의원은 21일 당대표 선거에 뛰어들었고, 재선의 장동혁 의원은 오는 23일 국회박물관 로비에서 당대표 선거 출마를 선언할 예정이다. 지난 7일 전격 혁신위원장 사퇴와 당권 도전을 예고했던 안 의원은 아직 공식 출마 선언을 하지 않았다. 안 의원 측은 통화에서 "공식 출마 선언은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본다"며 "한 전 대표의 출마 여부 등 상황을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

비교적 이른 시점에 당 대표 출마 의사를 밝혔던 안철수 의원(왼쪽)은 아직 공식 출마 선언을 않고 주변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한동훈 전 대표는 출마 여부에 대한 확답을 미루면서도 사실상 이를 의식한 정치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새롬·남윤호 기자

한 전 대표는 출마 여부에 대한 확답을 미루면서도 사실상 이를 의식한 정치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한 전 대표는 유승민 전 의원과 당내 비주류 개혁파로 분류되는 안 의원과의 연쇄 회동을 하며 당 우경화 우려를 공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전 대표가 출마를 공식화할 경우, 이번 전당대회는 탄핵 찬성과 탄핵 반대로 당권 경쟁 구도가 더욱 선명해질 전망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한 전 대표가 공식 출마 선언을 미루는 이유에 대해 "최적의 출마 시점을 저울질하며 정치적 명분을 축적하고 있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각 당권 주자의 출마 선언 시점 또한 정치적 셈법이 반영된 전략적 선택이라는 것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한 전 대표 역시 출마를 서두르기보다는 개혁 세력을 규합한다는 명분을 축적하면서 장고를 거듭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김 평론가는 "단순히 본인의 욕심을 위한 개혁이 아닌 당내 개혁 의지를 반영해 이를 대변하겠다는 의미"라면서 "국민의힘의 전당대회는 혁신할 것이냐, 말 것이냐는 대결 구도로 굳어져 가고 있다. 누가 그 선봉에 설 것인지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한 전 대표가 계속적으로 출마하는 방향으로 명분을 쌓아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민의힘은 다음 달 22일 충북 충주 오스코에서 전당대회를 열고, 당대표를 선출한다. 기존 당헌·당규에 규정된 룰에 따라 당원 비율 80%, 국민 여론조사 20%가 반영된다. 당 선거관리위원회는 오는 30일~31일 후보 신청을 받는다. 전당대회 본경선은 다음달 20~21일 양일 간 치러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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