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김수민 기자] 국민의힘 혁신에 제동이 걸렸다. 이는 차기 당대표를 선출할 전당대회 일정에까지 영향을 주고 있다. 본격적인 출마 선언 후 활동에 나서려던 당권 주자들 입장도 난처하지만 저마다 물밑 행보에 나섰다.
15일 정치권에 따르면, 출범한 지 일주일도 되지 않아 세 차례의 혁신안을 발표하던 당 혁신위원회가 속도 조절에 나섰다. 혁신위의 다음 회의 일자는 미정이다. 혁신위 관계자는 이날 <더팩트>에 혁신위 추후 일정에 대해 "논의 중"이라고만 밝혔다.
혁신위가 추진하고자 했던 작업도 사실상 멈춤 상태다. 애초 계엄 ·탄핵에 대한 대국민 사죄를 당헌당규에 수록하는 1호 혁신안을 놓고 이날까지 전 당원 투표를 진행하려고 했지만 무기한 연기됐다. 윤희숙 혁신위원장이 인적 쇄신 방안으로 요구한 '당사자 개별 사과'에 응한 이는 아직 한 사람도 없다.
당 지도부마저 혁신안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인다. 특히 인적 쇄신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정재 정책위의장은 이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대선 패배 책임이 어떻게 특정인에게 있겠느냐"며 "죄의 크고 작음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모두가 책임져야 한다"고 했다.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도 전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어떤 사람을 내치는 게 혁신의 최종적인 목표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현재까지 혁신위가 제안한 혁신안과 관련해 당 비상대책위원회 차원의 논의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혁신위의 보고도 아직이다. 혁신위가 최종안을 비대위에 보고하면 의결 절차를 거쳐 확정할 권한은 비대위에 있다. 당 지도부 한 관계자는 "혁신위가 계속해서 안건을 발표하고 있다. 공식적으로 이를 모아 비대위에 전달하는 그런 과정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혁신 방향을 둘러싼 파열음으로 인해 전당대회 준비도 차질을 빚고 있다. 당 선거관리위원회는 다음 회의에서 전당대회 일자를 확정하겠다고 밝혔지만 정작 다음 회의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 선관위 한 관계자는 "혁신위와 비대위가 조율하는 과정에서 당헌당규 개정이나 전 당원투표 등 다양한 사안들이 발생할 수 있다"라며 "혁신위가 최종적으로 제출하는 안을 먼저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당의 기류를 관망하던 당권 주자들의 발걸음이 분주해졌다. 출마를 공식 선언한 주자들도 있지만 전당대회 일정이 잡히기 전까지는 의사를 밝히기 조심스러워하는 기류도 감지된다.
유력 주자인 김문수 전 대선 후보는 최근 공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김 전 후보는 이날 여의도 한 중식당에서 당 서울시 당협위원장 10여 명과 오찬을 갖고 당 현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오찬 이후 기자들과 만나 윤 위원장이 제시한 혁신안에 대해 "선거 유세하는 과정에서 한 번도 빠지지 않고 큰 절로 사과를 계속했는데, 무슨 사과를 어떻게 하자는 건지 구체적으로 봐야겠다"고 말했다. 출마 여부에 대해선 "아직 전당대회 날짜가 안 나왔기 때문에 그런 얘기를 할 계제가 아닌 것 같다"라면서도 출마 자체를 부인하진 않았다.
측근들의 만류에 출마를 고민하고 있는 한동훈 전 대표는 공개 행보보다는 현안 관련 입장을 밝히는 것으로 존재감을 나타내고 있다. 한 전 대표 측 인사는 "특히 친한(친한동훈)계 의원들이 말리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굳이 지금 한 전 대표가 '출마한다, 안 한다' 밝힐 필요가 없기도 하다"라고 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윤어게인' 주축 세력의 발대식에 참석한 당 지도부를 겨냥해 "현 국민의힘 지도부는 저 집회에서 나온 '윤석열 어게인', '부정선거 음모론'이 합리적 상식적 보수를 지향하는 국민의힘 정신에 맞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조경태·안철수 의원과 양향자·장성민 전 의원은 이미 출마를 공식화했다. 이 밖에도 나경원·장동혁 의원도 출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번 전당대회는 구주류와 비주류 간 대결 구도로 짜일 것으로 보인다. 혁신위의 혁신안이 점차 동력을 잃으면서 당 개혁 키를 쥐게 될 당권주자의 개혁 방안도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