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외국 관광객 유치 프로젝트…실현 가능성은 '물음표'


北, 연일 원산 갈마해안관광지구 홍보
대북 제재 속 외화 확보 방안 분석도
전문가 "갈마지구 지리적 한계 뚜렷"

북한이 최근 원산 갈마해안관광지구 홍보에 열을 올리며 관광산업 활성화를 노리고 있지만 실현 가능성은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지난 2일 갈마지구 야경. /AP.뉴시스

[더팩트ㅣ송호영 기자] 북한이 최근 원산 갈마해안관광지구 홍보에 열을 올리며 관광산업 활성화를 노리고 있다. 대북 제재 속에서 외화를 확보하려는 방편으로 풀이되지만, 실현 가능성은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북한은 이달 1일 갈마지구 개장 이후 대대적인 홍보를 이어가고 있다. 갈마지구 개발은 북한이 11년간 공들인 숙원사업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갈마지구 개장일에 수많은 사람이 몰려오고 있다고 보도했고, 10일엔 '세상에 둘도 없는 동해 명승에 인민의 웃음 파도친다'는 제목으로 갈마 지구의 사진을 공개했다. 북측의 보도에 따르면 갈마지구엔 2만여명이 숙박할 수 있고, 하루 최대 4만여명이 해수욕장 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갈마지구는 지난 7일부터 외국인 손님맞이에 나선 상황이다. 러시아 타스통신은 러시아 관광객들이 이달 7일부터 8일간 갈마지구를 방문한다고 지난달 보도한 바 있다. 최근 러시아의 여행사 보스토크 인투르는 7~8월 갈마지구 패키지여행 상품을 1인당 1840달러(약 251만원)에 출시하기도 했다.

북한은 올해 평양국제마라톤과 국제영화제를 재개하며 평양 지역의 관광 활성화도 신경 쓰는 모양새다. 오는 10월엔 평양국제무역박람회(PITF)가 개최될 예정이다. 6일 중국에 본사를 둔 북한 관광 전문업체 '영 파이어니스 투어스'(Young Pioneer Tours)는 10월 24일부터 11월 1일까지 평양을 방문할 관광객을 모집한다고 공지했다.

이에 발맞춰 북한과 해외를 잇는 교통망도 복원되고 있다. 러시아 민간 항공 당국인 연방항공운송청(로사비아치야)은 9일(현지시간) 자국 항공사 노르드윈드의 북한 평양-러시아 모스크바 정기 항공편 운항 신청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현재 북한과 러시아를 오가는 항공편은 북한 고려항공의 평양-블라디보스토크 노선이 유일하다. 2020년 2월 코로나19 팬데믹이 발생하면서 중단됐던 평양-모스크바, 평양-하바롭스크 직통 여객 철도 운행도 지난달 재개됐다.

학계 전문가들은 북한이 대북 제재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관광산업을 통해 외화를 확보하려는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측했다. 사진은 지난 2일 갈마지구에서 관광객들이 모터보트를 즐기는 모습. /AP.뉴시스

이처럼 북한은 관광산업 활성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목표를 달성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학계 전문가들은 대북 제재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관광산업을 통해 외화를 확보하려는 북한의 시도가 실패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상근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KDI 북한경제리뷰 6월호에 기고한 '중러 대상 북한 외래 관광에 대한 평가와 전망' 보고서에서 북한이 관광산업을 획기적으로 성장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대다수 러시아인에게 북한은 너무 멀어서 장시간을 이동해야 하고, 항공료, 열차 운임 등이 지나치게 많이 드는 관광지"라며 "러시아 극동지역은 북한과 가깝지만, 인구가 적고 소득수준이 낮아서 북한 관광에 대한 수요가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지난 2월 러시아 연방통계청은 2024년 북한을 방문한 러시아인은 총 2,008명이며, 이 중에서 관광 목적으로 방북한 인원은 881명이라고 밝혔다.

이 위원은 중국인 관광객에 대해서도 "북한 당국이 기대하는 바와 같이 중국인 관광객이 급증해 연간 100만~200만명의 외래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고 했다.

갈마지구가 지리적 한계를 가지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11일 <더팩트>와 통화에서 "조심스럽지만, 갈마지구 프로젝트는 실패할 확률이 높다고 본다"며 원산의 기후가 문제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갈마지구는 리조트인데, 그런 형태는 사실상 1년에 10개월 이상은 해수욕이 가능한 기후대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라며 "그런데 원산은 우리나라보다도 더 위쪽에 있어 해수욕을 할 수 있는 기간이 얼마 되지 않는 데다가 개방형으로 건설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갈마지구 프로젝트가 유일하게 성공할 수 있는 건 한국 관광객이 왔을 때뿐인데 지금 (북한이) 한국을 적대적 두 국가로 선언해서 관광객이 못 가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hyso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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