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콘서트·한주살이…정청래·박찬대, '호남 표심' 붙잡기 총력전


이재명 퇴장 후 첫 당권 구도
정체성 상징이자 당심 핵심 호남에 집중

8월 2일 치러질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를 약 한 달 앞두고, 당권 경쟁을 펼치는 정청래·박찬대 의원이 호남 민심 잡기에 사활을 걸었다. /배정한 기자
8월 2일 치러질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를 약 한 달 앞두고, 당권 경쟁을 펼치는 정청래·박찬대 의원이 호남 민심 잡기에 사활을 걸었다. /배정한 기자

[더팩트ㅣ국회=김세정 기자] 8월 2일 치러질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를 약 한 달 앞두고, 당권 경쟁을 펼치는 정청래·박찬대 의원이 호남 민심 잡기에 사활을 걸었다. 호남은 민주당의 전통적 텃밭이자 전당대회 승패를 결정짓는 핵심 지역으로 꼽힌다는 점에서 두 주자의 호남 공략은 전략적 필연이라는 평가다.

8일 정치권에 따르면 정 의원과 박 의원은 호남 지역을 연일 찾고 있다. 일찌감치 출마를 선언한 정 의원은 지난달 19~20일 이틀간 광주·전남 지역 일정을 소화한 데 이어 이달 6일에도 전남 장성과 광주를 찾았다.

6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북콘서트를 연 정 의원은 "5.18 광주 영령들이 아니었다면 아마 오늘의 우리가 없었을지 모른다"라며 "위대한 광주 정신 5.18 민주화 운동 정신에 빛나는 우리 호남 국민께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날 정 의원은 KBS광주 라디오 '출발 무등의 아침'에 출연해 "민주화 성지, 민주화의 열기가 호남에 있기 때문에 이번 전당대회에서도 그런 광주 정신이 잘 표출되지 않을지하는 생각으로 호남 유권자들에게 인사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신설 가능성이 점쳐지는 기후에너지부는 호남에 유치해야 한다는 구상도 내놨다.

6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북콘서트를 연 정 의원은 5.18 광주 영령들이 아니었다면 아마 오늘의 우리가 없었을지 모른다라며 위대한 광주 정신 5.18 민주화 운동 정신에 빛나는 우리 호남 국민께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사진공동취재단
6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북콘서트를 연 정 의원은 5.18 광주 영령들이 아니었다면 아마 오늘의 우리가 없었을지 모른다라며 위대한 광주 정신 5.18 민주화 운동 정신에 빛나는 우리 호남 국민께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사진공동취재단

박 의원은 지난 5일부터 일주일간 호남살이를 시작했다. 박 의원은 "당대표 직무대행, 총괄상임선대위원장으로 상대적으로 지지율이 낮은 지역을 지원하느라 호남인들과 직접 대면하지 못해 아쉽고 죄송했다"며 "민주당 심장의 일원, 명예 호남인이 되겠다는 각오로 지역민들과 함께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5일에는 나주와 전주를 각각 찾아 전남 서부와 전북 지역 당원토크콘서트를 진행했다. 6일 여수 전남 동부 콘서트, 7일 광주 간담회 및 기자회견에 이어 8일에는 전북 지역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9일에는 전남 경청 투어가 예정돼 있다.

6일 여수 콘서트에서 박 의원은 "호남의 힘으로 어렵게 만들어 낸 이재명 정부,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며 "이재명 대통령과 확실하게 원팀을 이뤄 성공을 이끌고 지방선거의 확실한 승리를 이뤄내겠다. 호남, 그중에서도 전남부터 확실하게 살리겠다"고 약속했다.

이처럼 두 당권 주자가 호남 민심 잡기에 총력을 펼치는 데는 다층적 이유가 존재한다. 호남은 단순한 지지 기반을 넘어 더불어민주당의 정체성과 직결된 지역이며 당내 경선에서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핵심 전략 지역이기 때문이다.

민주당 전당대회는 일반 여론조사 30%, 대의원 15%, 권리당원 55%의 비율로 결과가 산출되는데 권리당원과 대의원을 합친 '당심'이 전체의 70%를 차지한다. 이런 가운데 약 112만명에 이르는 전체 권리당원 중 33%인 37만명이 호남에 집중돼 있어 사실상 당락을 가르는 최대 승부처로 작용한다.

박 의원은 지난 5일부터 일주일간 호남살이를 시작했다. 박 의원은 당대표 직무대행, 총괄상임선대위원장으로 상대적으로 지지율이 낮은 지역을 지원하느라 호남인들과 직접 대면하지 못해 아쉽고 죄송했다며 민주당 심장의 일원, 명예 호남인이 되겠다는 각오로 지역민들과 함께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배정한 기자

이번 경선에서 '호남 쟁탈전'이 벌어진 배경에는 이재명 대통령의 퇴장이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이 대통령이 대표 경선에 나섰을 당시에는 확고한 팬덤을 바탕으로 상대적으로 별다른 공을 들이지 않아도 호남의 지지를 받는 '프리패스' 구도가 가능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당에서 물러난 지금, 더 이상 '당연한 호남'은 존재하지 않는다. 호남의 선택은 곧 당의 향후 노선과 리더십 구도를 규정하는 시험대가 됐다. 두 후보가 이 지역에 사활을 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호남의 정치적 영향력이 지역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도 배경으로 꼽힌다. 수도권을 포함한 전국 각지에 퍼져 있는 호남 출신 권리당원들의 표심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호남 기류는 전국 당심 전체를 흔드는 파급력을 지닌다. 결국 이 지역에서의 지지는 당내 정통성과 향후 지도력 기반을 동시에 확보하는 핵심 통로가 된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국민의힘에선 당원들의 힘이 TK가 제일 세다면 민주당은 호남이다. 두 주자모두 핵심 지지층으로부터 지지를 얻지 못하면 승산이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라며 "호남에서 경쟁력이 있어야 당대표가 돼도 경쟁력이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난 전당대회에선 이 대통령으로 승부가 끝난 상황이었고, 지금 호남이 포스트 이재명으로 누구를 택할지 모른다"며 "여러모로 호남을 빼고선 민주당의 당권 얘기가 어렵다"고 했다.

한편 민주당 전국당원대회는 16일 충청권 권리당원 온라인투표를 시작으로 막을 올린다. 서울·강원·제주 합동연설회가 열리는 내달 2일 최종 결과도 발표된다. 당대표와 함께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의 사퇴로 공석이 된 최고위원 1명도 선출한다. 초선의 황명선 의원이 최고위원에 출마한다.

sejungki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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