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창원=이철영·김정수 기자] 명태균 씨는 "중요한 것은 내 입에 달려 있다. 김건희가 무기징역 받을지, 10년 받을지, 20년 받을지"라고 말했다. 김건희 특검 출석이 예상되는 명 씨는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해 양가적 감정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명 씨는 지난 3~4일 경남 창원의 한 변호사 사무실에서 <더팩트> 취재진을 만난 자리에서 김건희 특검 출석을 앞두고 이같이 밝혔다. 단, 명 씨는 김건희 특검에서 자신과 관련한 공천개입이 없었다는 점을 전제하면서다.
세간의 풍파와 달리 그는 평온해 보였다. 여유까지는 아니어도 자신감이 묻어났다. 명 씨는 윤 전 대통령 그리고 김건희 여사 등과 관련한 공천개입 의혹 등은 드러난 게 없다고 했다. 실체도 없다면서다.
그는 "대통령과 통화에서 '김영선 해달라'는 말이 없다. '열심히 뛰었으니까'가 중요한 것"이라며 "이게 모함이다. 그런데 모함이 비상계엄으로 불타버렸다. 한마디로 침몰된 거다. 검사들도 '멘붕'이 왔다"고 말했다.
명 씨는 지난해 11월 15일 구속됐고 같은 해 12월 3일 구속기소 됐다. 그는 구속 5개월 후 보석으로 풀려났다. 그는 공천개입이나 정치자금법 위반은 없었다는 입장이다. 명 씨는 "윤 전 대통령을 도운 건 공정과 정의 때문이었다"면서 "그런데 김 여사가 어떤 검사를 언급하며 3~4일 동안 일고여덟 번 전화했다. 그때 '여사님, 공천에 개입하면 안 됩니다. 이러면 나중에 110석도 못 얻어요'라고 했다"라며 대통령 부인의 말을 거부한 사례를 들었다.
그는 특히 윤 전 대통령 부부와 관련한 세간의 의혹 대부분이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 그는 "김건희 여사를 2021년 6월 18일에 만났다. 그런데 마치 명태균이 윤석열을 설득해서 대통령 선거 나왔다고 한다"면서 "윤 전 대통령이 나를 만난 날은 벌써 이마빌딩(윤석열 후보 대선 캠프)을 계약하고 와서다. 그렇다면 선거사무실을 계약하고 온 사람이 나 때문에 출마 결심을 하냐"고 반문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 부부와 천공과의 관계도 소문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윤 전 대통령 부부가 천공에 빠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명 씨는 "김 여사를 통해 천공의 녹음이 저한테 3개가 왔다. 제가 '애(천공)는 하늘을 사는 세상 이치와 땅에 사는 세상 이치를 구별 못 하는 놈이다. 애는 영이 맑다'이랬다"면서 "그런데 김 여사가 다른 데 전화하면서 '우리 오빠는 영이 맑아요'라고 했다. 왜 저런 용어를 쓰지라고 생각했다. 제가 이야기하면 정치인들이 자꾸 회자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전날 인터뷰 후 늦은 저녁 메시지를 보내왔다.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이 담겼다. 이 대통령은 지난 3일 취임 30일 기자회견에서 "시멘트, 자갈, 모래, 물 이런 걸 섞어야 콘크리트가 된다. 시멘트만 잔뜩 모으면 그냥 시멘트 덩어리가 된다. 모래만 잔뜩 모으면 모래 더미가 될 뿐"이라고 밝혔다.
명 씨는 지난해 12월 5일 검찰 조사를 받기 전 "윤석열 대통령께 드리는 글. 단단한 콘크리트는 질 좋은 시멘트만으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모난 자갈과 거친 모래를 각종 상황에 따라 비율대로 잘 섞어야 만들어집니다. 그게 바로 국정 운영입니다. 대역죄인 명태균 올림"의 글이 이 대통령으로 회자됐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 또 명태균이 국정농단?" "정권을 뛰어넘는 명태균의 국정농단?"이라는 글을 통해 자신을 둘러싼 의혹을 비꼬았다.
그는 윤 전 대통령 부부에게 천공과 멀어질 수 있는 방법도 조언했다고. 명 씨는 "천공한테 '너는 너 죽을 날짜를 아느냐, 너는 너 죽을 날짜도 모르면서 남 사주보고 다니냐' 그러면 떨어져 나갈 것이라고 조언했다. 천공이 떨어져 나갔다"고 했다. 명 씨는 김 여사가 천공과 통화로 의견을 나눈 것은 아니라며 "심부름하는 사람이 김건희가 궁금한 것을 녹음을 한다"고 덧붙였다.
명 씨는 한 때 최고 권력자에게 길라잡이를 해줬다. 뜻하지 않은 곳에서 일이 터졌지만 명 씨는 여전히 윤 전 대통령 부부를 "좋은 사람"이라 했다. 그는 "그 사람들 좋은 사람이다. 대통령 좋은 사람이다. 중요한 것은 그 바닥(정치)이 무슨 바닥인지 모르고 들어온 사람"이라고 했다.
이어 "노름판에서 사람이 나빠 돈을 잃는 게 아니다. 정치는 노름판이다. (윤 전 대통령은) 그게 노름판인지 모르고 그냥 게임하러 들어온 것"이라며 처음 만났을 때 어디서부터 가르쳐야 할지 걱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길라잡이'였을 뿐이라고 했다. "누가 길을 물어보면 길 가르쳐주지 않나요? 근데 길 가르쳐준 사람을 길라잡이, 브로커라고 부르나?"라며 명 씨는 불쾌감을 드러내며 자신의 휴대전화에서 저장된 수백 명의 정치인 연락처를 보여줬다. 그는 "이번 제 사건에 윤석열-김건희 부부를 증인으로 부를 것"이라며 "그들은 나의 고객일 뿐이다. 내 고객이었는데 고객이 가다가 교통사고 나면 마음이 아픈 거 아니에요?"라고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해 인간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지금 재판을 받고 있는데 공소사실이 다 무너졌다"고 황당해하며 강혜경 씨가 증언(2024년 10월 2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한 '오빠한테 전화 왔죠?'를 언급, "그 녹취는 지구상에 없다. 거짓말"이라고 다시 한번 주장했다.
명 씨는 이어 "특검에서 부를 것이고 특검은 제 입에 의존을 많이 할 것이다. 김건희가 (저) 하나만 있겠어요? 왜 저한테만 물어보는지"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하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