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김수민 기자] 국민의힘이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의 임기 만료 이후 '송언석 비상대책위원회'로 전환한다. 8월 전당대회를 전제로 한 '2개월 비대위'라는 태생적 한계 탓에 당의 혁신보다는 대여 투쟁에 초점이 맞춰질 가능성이 크다. 또 구친윤계(친윤석열)계로 일컬어지는 주류가 다시 당권을 잡으면서 당내서조차 자성과 쇄신은 물 건너갔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달 30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송언석 원내대표가 김 위원장 퇴임에 따라 공석이 된 비대위원장을 겸임하기로 결정했다. 오는 1일 전국위원회에서 신임 비대위원장 임명과 비대위 구성을 의결하면 송언석 비대위가 공식 출범한다.
비대위원에는 4선 박덕흠(충북 보은·옥천·영동·괴산)·재선 조은희(서울 서초갑)·초선 김대식(부산 사상구) 의원이 내정됐다. 나머지 두 명은 원외 인사 중 박진호 김포갑·홍형선 화성시갑 당협위원장이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송 원내대표는 의원총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원내대표인 제가 잠시 비대위원장을 맡아 최고의사결정 기구를 구성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송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에 스스로 지명한 데 대해 반대 의견이 없었다고 전해졌다. 하지만 일각에선 의원들이 사실상 '포기 상태'였다는 의견도 나온다. 의원총회에 참여한 한 의원은 "김 위원장 임기를 연장할지, 송 원내대표가 겸임할지 의견을 묻지 않았다"라며 "의원들도 의지 없이 무기력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오는 8월 중순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전당대회에서 새로운 당 지도부가 결정되기 전까지 운영되는 한시적인 당 의사결정 기구가 될 전망이다. 다만 송 원내대표는 '관리형 비대위'에 그치지 않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의원총회 모두발언을 통해 "전당대회를 통해 새로운 지도부가 들어서기만 기다릴 것이 아니라 여당으로서 실패했던 역사를 청산하고 야당다운 야당으로 환골탈태하는 비대위가 돼야 한다"라고 했다.
하지만 회의적인 시각이 우세하다. 전통적 보수 텃밭인 대구·경북(TK)에 지역구를 둔 3선 의원이자 당내 다수인 친윤계 지원을 받아 원내대표에 당선된 송 원내대표가 당권을 쥐게 돼 혁신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비대위 구성을 보면 지지율이 또 떨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라며 "관리형 비대위라 전당대회까지 기다린다고 하더라도 그 사이 혁신위원회 등을 통해 뭐라도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당은 앞으로 있을 장관 인사청문회 정국에서 대여 투쟁에 집중할 전망이다. 소수 야당으로서 정부와 여당을 막을 수단에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장외 공방전, 여론전 등을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청문회 정국에서 야당으로서 존재감을 드러내는 데 역량을 투입할 수밖에 없다"라며 "특정 부분에 있어서는 여당에 전향적으로 협조하며 밀당(밀고 당기기)를 할 수 있는데 그 과정에서 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게 주의할 필요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