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정치부는 여의도 정가, 대통령실, 외교·통일부 등을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주간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정담은 현장에서 발품을 판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방담의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대화체로 정리했습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정리=신진환 기자] -국민의힘이 자료 미제출 등을 이유로 거세게 반발하면서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파행됐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오는 30일 본회의에서 김 후보자의 인준안을 단독 처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의 불참 속에 국회 법제사법위원장과 예산결산특별위원장 등 공석인 상임위원장도 선출했다. 원내 2당인 국민의힘은 의석수에 밀려 속수무책이다. '의회 폭주'라며 민주당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지만 원내 주도권 다툼에서 힘을 못 쓰는 모습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6일 취임 후 첫 국회 시정연설에 나섰다. 경제와 민생을 강조하며 실용을 우선시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이 대통령의 국회 방문을 열렬히 환영했던 민주당과 달리 국민의힘은 굳은 표정으로 침묵했다. 이 대통령은 24~25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렸던 나토(NATO) 정상회의에 불참했다. 중동 정세와 국내 현안을 고려한 결정이었다. 여야는 이 대통령의 외교 행보와 관련해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새 정부 들어 뒤바뀐 여야가 여러 현안을 두고 옥신각신하면서 대화와 타협의 정치에 대한 기대가 떨어지고 있다.
◆김민석 청문회 파행 속 웃음꽃…결과는 정해져 있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결국 파행됐다며?
-응. 김 후보자 청문회는 지난 24~25일 진행됐어. 청문회는 시작부터 자료제출 문제로 여야가 고성을 주고 받았어.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수억 원의 돈의 출처 및 중국 칭화대 석사 문제를 집요하게 공격했어. 김 후보자는 돈의 출처에 대해 설명했지만 국민의힘 의원들은 의심을 거두지 않았지. 그러나 국민의힘이 김 후보자의 자료 미제출에 항의하며 복귀하지 않으면서 결국 파행됐어. 청문회는 25일 오후 5시, 오후 8시 30분에 속개될 예정이었지만 국민의힘은 "참을 만큼 참았다"며 26일 0시까지 나타나지 않았고 결국 산회됐지.
-민주당은 황당하다는 반응이었어. 김현 민주당 인사청문특별위원회 간사는 상황이 길어질 거라고 예상했는지 "원내대표실에 라면 있다"며 웃기도 했어. 전용기 민주당 의원은 "야당이 청문회장에서 도망간 건 처음 봤다"며 혀를 찼지. 전 의원은 결국 "안 되겠다. 제가 직접 가보겠다"며 국민의힘을 찾아갔지만 성과는 없었어. 빈손으로 돌아온 전 의원은 "청문위원들이 자리를 비우는데 국회의원 자격 있냐"며 "학생이 수업 들어가기 싫다는 것과 뭐가 다르냐"고 한숨을 쉬었지.
-중간에 낀 김 후보자는 곤란했겠네?
-김 후보자로서는 나쁠 게 없는 상황이었지 않았나 싶어. 국민의힘이 반대하더라도 민주당이 국회 과반 이상이라 인준에는 문제가 없거든. 그래서일까. 청문회 재개를 기다리는 동안 김 후보자 표정이 그리 어둡지만은 않더라고. 그래도 가만히 기다리는 건 힘들었는지 스트레칭을 하고 보좌진에게 상황을 물어보기도 했지. 김 후보자가 민주당 의원들과 대화를 나누다가 갑자기 웃음을 터뜨리기도 해서 이목이 쏠리기도 했어.
-민주당은 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시한(29일) 하루 뒤인 오는 30일 본회의에서 임명동의안을 처리할 것으로 보여. 여야 합의가 동반돼야 하는 청문보고서 채택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해. 이럴 경우 김 후보자는 정세균·김부겸·한덕수 전 총리에 이어 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은 4번째 '미채택' 총리가 될 전망이야.
◆셀카 줄 선 곳? 본회의장 '그분' 등장했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요즘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인기 최고더라?
-진짜야. 지난 26일 이 대통령이 국회에서 시정연설 했잖아. 그때 김 후보자가 '국회의원 신분'으로 본회의장에 앉아 있었거든. 민주당 의원들이 오랜만에 국회를 찾은 김 후보자를 반갑게 맞이하더라고. 분위기를 보니까 마치 셀럽이 등장한 것처럼 환대받더라.
-셀카 요청도 쇄도한 모양이야. 이해식 의원은 문진석 원내운영수석부대표, 황명선·허성무 의원과 함께 김 후보자와 인증샷을 찍었고, SNS에는 "대통령 시정연설 앞두고 김민석 총리 지명자와 셀피 한 컷"이라는 글을 올렸지. 허성무 의원도 "본회의장에 국회의원 신분으로 출석한 김민석 국무총리 내정자"라며 사진을 남겼고, 박선원 의원은 아예 여러 장을 올렸더라고. 둘이 찍은 사진에다, 의원들과 함께 엄지척한 착한 단체샷까지.
-인사청문회를 전후로 김 후보자를 향한 민주당 의원들의 애정이 더 두드러진 모습이야. 국민의힘의 공세가 계속되자 자연스럽게 방어 기류가 형성된 거지. 그러다 보니 분위기가 점점 '호감 모드'로 흘러간 느낌이야.
-특히 24일 청문회에선 채현일 의원이 김 후보자의 과거 광고 모델 활동을 언급하며 1999년 신사복 광고 사진을 모니터에 띄우기도 했어. 채 의원은 "당시 모델료로 2억 원을 받았는데 그걸 결식아동과 북한 아동 결핵 치료에 기부했다"고 소개했지.
-김 후보자는 사진이 화면에 뜨자 민망한 듯 눈을 질끈 감고 고개를 숙였어. 웃음을 참느라 입술을 깨무는 모습까지 나왔고, "자세히 말씀드릴 일은 아닌 것 같다. 그냥 그런 일이 있었다"고 짧게 말했지. 당시 김 후보자는 코오롱의 아더딕슨이라는 신사복 브랜드의 광고 모델로 발탁됐는데, 정치인을 모델로 기용한 건 이례적인 사례였다고 하더라.
-그렇게 청문회장에선 인간적인 모습으로 웃음을 줬고, 본회의장에선 반가운 얼굴로 셀카를 몰고 다녔지. 국민의힘 공세 속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자연스레 방어선을 치다 보니, 그게 어느새 '팬심'처럼 번진 것처럼 보였어.
-야당의 검증 공세는 이어지고 있지만, 인준에는 큰 무리는 없을 거란 얘기가 나와. 문제는 그 다음이지. 셀카 찍던 분위기가 실제 국정 운영에서도 계속될 수 있을까? 앞으로가 더 궁금해지는 대목이야.
◆대통령 돼 돌아온 이재명…국민의힘 반응은
-이 대통령의 시정연설 때 국민의힘 의원들 반응은 어땠어?
-국민의힘 의원들은 연설 내내 굳은 표정으로 침묵을 이어갔어. 이 대통령이 "삭감에 주력하시겠지만 우리 야당 의원님들께서도 필요한 예산 항목이 있거나 추가할 게 있다면 언제든지 의견을 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하자 잠시 웅성거리는 소리가 나온 정도가 다였어. 다 끝나고 들어보니까 '소수 야당을 협치의 대상으로 보는 게 아니라 조롱한 것 아니냐'는 불쾌감을 느낀 의원도 있다고 하더라고. 특정 표현을 언급하진 않았지만 연설 중 이 대통령이 한 '우리 국민의힘 의원들 반응이 없는데 좀 쑥스럽다' '우리 국민의힘 의원님들 어려운 자리 함께해주신 점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하게 생각한다' 등 애드리브를 겨냥한 것 같아.
-연설 이후에 이 대통령과 국민의힘 의원들이 인사를 나눴어?
-20분의 시정연설을 마치고 국회 본회의장 단상에서 내려온 이 대통령이 먼저 찾은 곳은 국민의힘 의원들 자리였어. 대통령이 다가오자 의원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이 대통령을 맞았어. 다소 경직된 표정이긴 했지만 다들 일어나서 악수하며 짧은 대화를 나누더라고. 특히 이 대통령과 중앙대학교 선후배 사이인 권성동 의원과의 만남은 화제였어. 권 의원이 무슨 말을 건네자 이 대통령은 웃으면서 권 의원의 팔을 두 번 정도 가볍게 치더라고.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임명은 안 된다'는 말에 "알았다"며 툭 치고 갔다는 게 권 의원의 설명이야. 정권 교체 이후 첫 시정연설이다 보니 긴장감이 감돈 건 사실이지만 앞으로도 건강한 견제와 균형 속 국정 운영을 이어가는 여야가 됐으면 좋겠어.
◆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신진환 기자, 이헌일 기자, 김세정 기자, 김정수 기자, 김수민 기자, 김시형 기자, 서다빈 기자, 이하린 기자, 송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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