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실용외교…與 "한중 관계 복원" 野 "미국 자극할 수도"


"의원외교로 한중 관계 개선 필요"
"美, 당선 축하 때 '中 간섭' 언급"

이재명 대통령이 외교부 장관 후보자에 다자외교 전문가를 지명하면서 실용외교 노선 강화라는 평가가 나온다. 학계의 반응은 한중 관계를 복원해야 한다는 목소리와 미국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로 나뉜다. /뉴시스

[더팩트ㅣ국회=송호영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외교부 장관 후보자에 '다자외교 전문가'로 평가받는 조현 전 차관을 지명했다. 실용외교 노선 강화라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학계는 두 반응으로 나뉜다. 한중 관계를 회복하고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와 이런 움직임이 미국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다.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는 이재명 정부의 외교 정책을 전망하는 세미나가 잇따라 열렸다. 이날 오전 국회의원 연구단체 한반도 평화 네트워크와 사단법인 플라자 프로젝트 공동 주최로 열린 '대한민국 국회-의원외교 연속 세미나'에서 학계 전문가들은 중국과의 관계 회복을 위한 의원외교 활성화를 제언했다.

정재흥 세종연구소 중국연구센터장은 "지난 윤석열 정부 때는 한중 관계가 너무 정체되고 악화했기 때문에 한중 관계 복원과 개선이 과제라고 생각한다"며 "친미 반중이라는 프레임을 갖고 문제에 접근하면 상당히 어려울 수 있으므로 균형적인 입장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 센터장은 지난 2022년 출범한 한중의원연맹을 통해 정부를 중심으로 이뤄졌던 한중 외교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 센터장은 "중국의 경우 한국과는 다른 정치 체제 특성상 정부를 이끌어가는 지도자들이 한국에 대해서 어떤 생각과 감정을 갖느냐에 따라서 양국 관계가 지금보다 훨씬 더 좋아질 수 있다"며 "정부의 역할이 필요하지만 의원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는 이재명 정부의 외교 정책을 전망하는 세미나가 잇따라 열렸다. (왼쪽부터) 국회의원 연구단체 한반도 평화 네트워크와 사단법인 플라자 프로젝트 공동 주최 세미나,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 주최로 열린 이재명 정권 외교·안보 노선, 어디로 가는가? 세미나. /송호영 기자

한우덕 중앙일보 중국연구소장은 북러 조약을 체결한 반작용으로 북중 관계에 균열이 발생한 지금이 의원외교의 적기라고 진단했다.

한 소장은 "중국은 공산당이 통치하는 나라이기 때문에 공산당과 우리나라 여당의 관계를 풀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중앙 차원도 좋지만 지방 차원의 외교를 늘릴 필요가 있다"며 "(중국은) 지방 정부에도 당 서기가 있는데, 이들이 성장해 중앙당의 리더십을 구성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들과 선제적이고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관계를 맺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병철 아주대학교 미중정책연구소 연구원은 "한국 정부의 외교적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서 다층적 외교 채널의 강화가 필요하다"며 "의원외교는 정부 입장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역할을 할 수 있기에 별도 소통 채널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결국 장기적인 신뢰 기반이 중요한데, (중국으로서는) 한국의 정권 교체로 계속 파트너가 바뀌는 상황"이라며 "초당적인 국회 차원의 일관된 활동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26일 국회에서 이재명 정권 외교·안보 노선, 어디로 가는가? 세미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선 이재명 정부의 실용외교가 미국을 자극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나경원 의원 페이스북 갈무리

같은 날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 주최로 열린 '이재명 정권 외교·안보 노선, 어디로 가는가?' 세미나에서는 이재명 정부의 실용외교가 미국을 자극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현재 구도 속에서 중국, 러시아 등 주변국이 바라는 것은 미국 중심 동맹 네트워크의 가장 약한 고리를 공략하는 것"이라며 "가장 약한 고리로 인식된 것이 한국"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과 한국 간 이견이 큰데 우리가 외교의 중간자적 역할을 할 수 있겠느냐"며 "반면 북한은 외교적 여건이 확장됐다"고 꼬집었다.

차 부원장은 이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불참한 것을 두고 '아쉬운 결정'이라고 평했다. 그는 "현재 우리는 국내 문제 때문에 국제정치 대응태세가 약해져 있다"며 "중요하게는 우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중동, 미중 전략 경쟁에 공감하고 지지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상징성을 놓친 것이 가장 아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이 부분에 대한 계산서가 들어올 것"이라며 "어떻게 대응할 건지를 미리 (대책을) 만들어 둬야 한다"고 부연했다.

남성욱 숙명여대 석좌교수는 "이재명 정부는 국익 중심 실용외교를 펼친다고 했는데, 한마디로 '얼굴 바꾸기' '요술 방망이'로 사용할 것이라고 본다"며 "실용은 잘못하면 기회주의자다. 이 대통령은 한미동맹을 강화하면서 중국과의 관계도 개선하겠다는 건데 논문이나 현장에서도 쉽지 않은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남 석좌교수는 또 "지난번에 백악관에서 이 대통령 당선 축하 메시지를 보냈을 때 '중국의 간섭'이라는 단어가 나왔다"며 "이는 이재명 정부의 DNA에 '친중 DNA'가 있다는 미국의 불편한 심기가 드러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윤영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중국의 부상으로 미국 중심의 패권이 위협받았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것을 어떻게 돌이킬 수 있을지에 방점을 두고 있다"며 "중국을 견제해서 이 패턴을 유지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동아시아 안보 환경이 중국의 대만 전쟁 이슈가 가시화되고 북러 밀착으로 북한의 핵실험이 확대되면 지금 3개의 전쟁(이스라엘-이란 공습,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가자지구 분쟁)에서 4개의 전쟁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hyso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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