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사면만 기다리는 혁신당?…장기 권한대행 체제에 당내도 '답답'


민주·국힘·개혁 전당대회 준비…혁신당, 1년 7개월 대행 체제
'조국 이후' 설계 없어…출구 없는 체제에 당내 우려

대선 이후 주요 정당들이 전당대회를 준비하며 조직 재정비에 나선 가운데 조국혁신당만이 당대표 권한대행 체제를 고수하고 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례적인 장기 대행 체제에 대한 우려가 잇따르고 있다. /장윤석 기자
대선 이후 주요 정당들이 전당대회를 준비하며 조직 재정비에 나선 가운데 조국혁신당만이 당대표 권한대행 체제를 고수하고 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례적인 장기 대행 체제에 대한 우려가 잇따르고 있다. /장윤석 기자

[더팩트ㅣ국회=서다빈 기자] 대선 이후 주요 정당들이 전당대회를 준비하며 조직 재정비에 나선 가운데 조국혁신당만이 '당대표 권한대행 체제'를 고수하고 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례적인 장기 대행 체제에 대한 우려가 잇따르고 있다.

혁신당은 지난해 12월 조국 전 혁신당 대표의 수감 이후 김선민 당대표 권한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당헌에 따르면 전당대회에서 최다 득표를 얻은 최고위원이 대표 궐위 시 권한대행을 맡도록 규정돼 있다.

김 권한대행은 KBS1 라디오 '전격시사'에 출연해 "조 (전) 대표의 궐위가 우려가 안 됐던 바가 아니었기 때문에 당헌·당규를 개정할 때 그런 것들을 다 고민을 했다"면서 "조 전 대표의 임기를 마칠 때까지 권한대행이 계속 가는 것으로 돼 있다. 2026년 7월까지는 자리를 지켜야 하는 그런 의무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권한대행 체제가 약 1년 7개월간 이어지는 현 구조에 대해 당내 반발도 거세다. 실제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개혁신당 등 다른 정당들이 오는 7~8월 전당대회를 통해 새 지도부를 선출하는 만큼, 혁신당의 상황은 더욱 이례적으로 비쳐지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체제가 단순히 기간의 문제가 아니라, 리더십의 정당성과 구심력의 부재로 이어지고 있다는 데 있다. 지명된 권한대행은 법적으로는 선출된 대표와 동일한 권한을 갖지만, 정치적 상징성과 내부 장악력 측면에서는 한계가 뚜렷하다는 지적이다.

한 정당 관계자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실제 지휘력이나 당내 무게감은 선출된 대표와 다르다"며 "결국 구심력을 갖춘 리더십이 당을 이끌어야 조직이 안정된다"고 귀띔했다.

실제 당내에서는 특정 인사들의 과도한 당무 개입에 대한 불만도 터져 나오고 있다. 당원 중심 운영 원칙이 흐려지고 있다는 비판과 함께, 현행 당헌이 대표 궐위 시 새로운 지도부 선출에 대한 명확한 절차를 담고 있지 않다는 점도 문제로 지목했다. /국회=박헌우 기자
실제 당내에서는 특정 인사들의 과도한 당무 개입에 대한 불만도 터져 나오고 있다. 당원 중심 운영 원칙이 흐려지고 있다는 비판과 함께, 현행 당헌이 대표 궐위 시 새로운 지도부 선출에 대한 명확한 절차를 담고 있지 않다는 점도 문제로 지목했다. /국회=박헌우 기자

실제 당내에서는 특정 인사들의 과도한 당무 개입에 대한 불만도 터져 나오고 있다. 당원 중심 운영 원칙이 흐려지고 있다는 비판과 함께, 현행 당헌이 대표 궐위 시 새로운 지도부 선출에 대한 명확한 절차를 담고 있지 않다는 점도 문제로 지목했다.

익명을 요청한 혁신당 의원은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당 대표가 궐위됐을 때 민주적인 정당이라면 새 대표를 뽑는 게 당연한 것"이라며 "20개월 가까이 권한대행 체제가 이뤄지는 게 과연 민주적인 정당이라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의원도 "선출되지 않은 권한대행이 2년 가까이 당을 이끄는 건 말이 안 된다. 현행 당헌은 굉장히 비민주적"이라면서 "새 지도부 선출이 어렵다면 최소한 의원들이 합의할 수 있는 정당성 있는 체제를 구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혁신당이 권한대행 체제를 유지하는 배경에 '조국 전 대표의 사면 및 복귀 가능성'을 염두에 둔 정치적 고려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의 정치적 정체성과 상징성이 조 전 대표에 기반한 만큼, 복귀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해석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현실적인 여건상 혁신당이 '바지사장' 논란을 감수하더라도 권한대행 체제를 유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고 짚었다. 박 평론가는 통화에서 "혁신당은 조국이 당 대표가 되지 않는 한 지속 가능성이 없다"며 "조국 전 대표가 부재중인 상태에서 지방선거를 치러야 하는 상황인데, 누군가는 당의 얼굴이 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bongous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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