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송호영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하며 내세운 '실용외교'의 실현 가능성에 관심이 모인다. 학계는 오는 24~25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정상회의를 이 대통령이 펼칠 실용외교의 첫 시험대로 전망했다.
12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회의원회관에선 민병덕·민형배·김영배·정태호 민주당 국회의원과 '정책공간 포용과 혁신' 주최로 '국가거버넌스 혁신과 외교안보통일 정책의 실행과제' 세미나가 개최됐다.
이날 세미나는 'AI시대의 국가거버넌스 혁신'과 '외교안보통일 정책의 실행과제' 등 두 분야로 나눠 진행됐다. 외교 분야 세미나에는 이수훈 전 주일대사, 조성렬 경남대학교 군사학과 초빙교수와 정일영 서강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 연구교수, 황재호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학과 교수,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등이 참석했다. 포용과 혁신 대표인 박능후 전 보건복지부 장관도 자리했다.
학계 전문가들은 실용외교 자체는 반대할 이유가 없지만, 쉽게 실현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주오사카 총영사를 지낸 조성렬 경남대 군사학과 초빙교수는 "실용외교의 특징은 한미 동맹과 한미일 협력을 강화하고, 이와 함께 한중일 협력도 강화한다는 것"이라며 "굉장히 좋은 말이고 아무 문제가 없을 것 같지만 사실 현실에 부딪히면 선택의 문제가 있다"고 짚었다. 미국과 중국 모두를 만족시키기는 어렵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어 조 교수는 오는 15~17일 캐나다 앨버타주 카나나스키스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회의에 이 대통령이 참석하는 것과는 달리 나토 정상회의는 민감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조 교수는 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배경에는 나토의 확장이 있다며 "나토가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를 파트너십 국가로 초청했는데 이 사안을 중국과 러시아, 북한이 굉장히 민감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실용외교는 내용이 아니고, 유연하게 한다는 개념"이라며 "문제는 국익을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라는 부분이고 그것은 이재명 정부 외교 안보 사령탑의 역량에 달려 있다"고 전망했다.
황재호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학부 교수는 이 대통령의 실용외교가 우리나라의 외교 안보 전략과 목표를 잘 보여주고 있다면서도 자칫 약소국의 외교로 비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황 교수는 "만약 한국 같은 중견 국가들이 실용만을 강조하게 되면 우리의 위상과 국제사회의 기대를 부정하게 되고 강대국을 너무 의식하는 외교에 머물 수 있다"며 "강대국들은 국제질서에서 보편적 가치를 내세우면서도 국익을 혼합하는 외교를 잘 보여준다. 실용외교도 추가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실용외교는 철학과 비전을 갖춰야 한다"며 "실용과 가치를 어떻게 적절히 배합할지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정권이 교체되더라도 통일 정책에 일관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정일영 서강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 연구교수는 "정권이 교체되면 대북·통일 정책이 완전히 반대편으로 뒤집어지는데, 정책을 이어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도적 장치만으로 하기는 어렵고 정부, 여당과 야당이 최소한의 합의를 이루려는 노력이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한반도 정책을 추진하는 데 있어 중요한 것은 탈 상호주의"라며 "북한이 반응하든 안 하든 간에 우리 스스로 할 수 있는 선제적 조치를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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