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태 개혁안 좌초 위기…혼돈에 빠진 국힘


9일 국힘 의총…5시간 가까이 난상토론에도 '無결론'
金 거취 두고 "힘 실어줘야" vs "사퇴해야" 팽팽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생각에 잠겨 있다. /배정한 기자

[더팩트ㅣ국회=이하린 기자]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공식 임기 20여 일 남은 상황에서 발표한 개혁안의 실현 가능성이 극히 낮아졌다. 지도부 거취에 대한 당 의원 간 갈등이 격화되면서다. 10일 예정됐던 의원총회도 일정상 이유로 무산되면서 김 위원장의 거취를 둘러싼 내홍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이 9일 의원총회를 열고 김 위원장의 거취 등 5시간이 넘는 난상 토론을 이어갔지만, 아무런 결론도 내지 못했다. 김 위원장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의견과 대선 패배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는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했다.

박형수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의원총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다양한 주제를 다루느라 장시간 논의가 이어졌다"며 "결론을 내릴만한 사안도 있었고 그렇지 않은 사안도 있었는데, 오늘은 각자 의견만 충분히 이야기하는 것으로 하고 내일 다시 의원총회 열어 마무리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이후 원내행정국은 "비상대책위원장 주재 원외당협위원장 간담회 등 당내 회의 개최로 일정이 여의치 않아 개최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 8일 기자회견을 열고 △9월 초까지 전당대회 개최 △대통령 탄핵 반대 당론 무효화 △대선후보 교체 진상 규명을 위한 당무감사 실시 △당심·민심 반영 절차 구축 △지방선거 100% 상향식 공천이라는 5가지 개혁 과제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어제 당 개혁 방안 발표했다. 이대로 당이 무너지는 것을 젊은 정치인으로서 보고만 있을 수 없기에 국민과 당원께 책임 있는 개혁안을 말씀드렸다"고 설명했다.

박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9월 전에 전당대회를 개최하는 것에 의원들간의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밝혔다. 다만 김 위원장이 제시한 대통령 탄핵 반대 당론 무효화, 대선후보 교체 진상 규명을 위한 당무감사 실시에는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다고 전했다. 박 원내수석부대표는 "당무감사 형식이 적절하지 않다는 것에 대부분 의원이 동의했다"면서도 "다만 취지에 대해선 한두 분 정도가 당원들이 굉장히 궁금해하니 밝힐 필요가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고 했다.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왼쪽)이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권성동 원내대표의 모두발언을 듣고 있다. /배정한 기자

김 위원장의 개혁안에 대한 중립성 논란이 제기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김 위원장이 제시한 개혁안 중 대선 후보 교체 추진에 대한 진상을 규명하겠다는 방침이 친윤계를 겨냥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에 친윤계를 중심으로 거센 반발이 이어졌다. 이날 의원총회에서 일부 친윤 의원들은 김 위원장의 사퇴를 강력하게 촉구했다고 전해졌다.

친윤계로 분류되는 권영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단일화 과정의 적법성은 법원도 분명하게 인정했다"며 "처음부터 '부당' 단일화로 규정한 것은, 앞으로 있을 진상규명 절차의 중립성을 의심케 하는 매우 잘못된 표현"이라고 반박했다.

정치권에서는 김 위원장이 짧은 임기 안에 개혁을 이끌어 가기엔 역부족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근 국민의힘 내부에서 친한계와 친윤계 등 계파 갈등이 격화되고 있는 데다, 김 위원장은 당내 최연소·초선의원이자 뚜렷한 계파가 없다고 평가되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의 임기는 대선 후보 교체 파동에 대한 책임을 지고 권 전 위원장이 사퇴한 뒤 당권을 가진 김 전 후보가 그를 임명하면서 시작했다. 김 위원장이 이날 의총에서 "여기 계신 의원분들 중에 나이로는 막내지만 비상대책위원장이란 지도자답게 의원님들의 다양한 생각 품고 희망을 녹여내겠다"는 발언을 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김 위원장 거취에 대한 의원들의 입장은 여전히 한 곳으로 모아지지 않고 있다. 당권에 대한 이해관계가 엇갈리면서 해석도 분분하다. 김 위원장이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전(全) 당원 투표를 제안했지만, 이 역시 반대 의견이 많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박 원내수석부대표는 "본인(김 위원장)이 (거취를) 결정하든지 아니면 상임전국위에서 결정해야 한다"며 "전 당원 투표로 결정할 사안이 아니라고 많은 의원들이 그렇게 말했다"고 밝혔다.

한 중진 의원은 이날 <더팩트>에 "결국 당내 설득과 공감대 형성의 문제"라면서 "내년 지방선거까지 놓고 왜 이 개혁안을 진행해야 하는지 앞뒤 설명이 있어야 이해가 된다. 비대위원도 다 사퇴하는 마당에 본인이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추가적인 설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또 다른 중진 의원은 "시기적으로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무엇인가를 쇄신하고 변화하려고 하는 것에 대해 우리 중진 의원들이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입장"이라면서 "(김 위원장이) 9월 전당대회 전까지 3개월 정도 쇄신하겠다고 하면 들어주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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