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패배 책임 네탓내탓 공방만…차기 당권 향배는


친한-친윤 계파 갈등 본격화 조짐
지도부 사퇴론 나오지만…별다른 입장 안 내
김문수 당권 경쟁 참여 가능성

6·3 대통령 선거 참패 이후 국민의힘엔 그 책임이 누구에게 있느냐만 남았다. 사진은 4일 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과 권성동 원내대표가 이재명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하는 모습. /배정한 기자

[더팩트ㅣ국회=김수민 기자] 6·3 대통령 선거 참패 이후 국민의힘엔 '그 책임이 누구에게 있느냐'만 남았다. 차기 당권의 향배가 달린 만큼 계파 갈등도 불가피하다. 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선 대선 패배 원인을 두고 친한(친한동훈)계와 친윤(친윤석열)계 간 충돌이 그대로 노출되기도 했다.

4일 국민의힘 내부에선 대선을 이끈 당 지도부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그러나 정작 지도부는 별다른 입장 표명을 하지 않은 채 미루고 있는 상태다. 이재명 대통령 취임식과 중앙선대위 해단식을 제외하고는 별다른 공식 일정도 없었다.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중앙선대위 해단식 이후 기자들과 만나 "다양한 의견에서 지혜를 모아 잘 결정하겠다"면서도 "지도부 사퇴를 주장하는 의원들도 결과적으론 우리 당이 패배에 대한 변화 의지가 있는지, 중단 없이 개혁을 추진할 의지가 있는지를 더 중요하게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도부 사퇴론은 대선 기간 당의 혁신을 요구해 온 친한계를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국민들께서 불법계엄과 불법계엄 세력을 옹호한 구태정치에 대해 단호한 퇴장 명령을 내리셨다"며 대선 패배 원인을 친윤계로 돌렸다.

친한계 의원들도 한 전 대표의 의견에 힘을 보탰다. 정연욱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 글을 통해 "스스로 낡은 구태 정치와 절연하고 쇄신하는 정풍 운동에 나서야 등 돌린 국민들의 마음을 되돌릴 수 있다"라며 "그 첫걸음은 권성동 등 친윤 지도부의 퇴진"이라고 지적했다. 정성국 의원도 권성동 원내대표를 겨냥해 "고민하지 않으셔도 된다. 정답은 명확하다"라며 "이제 정말 떠날 때다"라고 직격했다.

차기 당권의 향배가 달린 만큼 계파 갈등은 불가피하다. 사진은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제21대 대통령선거 결과에 대한 승복 입장을 밝히며 인사하고 있는 모습. /박헌우 기자

반면 친윤계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다만 전당대회를 미루고 김용태 비대위 체제를 유지하는 방법이 거론되고 있다. 친한계가 직접적으로 사퇴를 압박하고 있는 권 원내대표는 선거 패배 요인으로 오히려 '내부 분열'을 꼽기도 했다.

권 원내대표는 친한계를 겨냥해 "우리 당이 공동체 의식을 회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며 "적을 향해 싸워야 하는데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내부를 향해서 싸우는 모습은 사라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5일 오전 10시 국회에서 진행되는 의원총회의 화두는 향후 지도부 거취 문제가 될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이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 당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고자 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에 대해 논의하기로 했다. 그러나 대선 패배에 따른 당 쇄신 방안에 대한 의견 개진이 주가 될 것으로 보인다.

친한계와 친윤계 간 갈등은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패배 이후 보수 지지층이 분열된 상황에서 서로에게 책임을 돌려 당내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대구·경북(TK)에 지역구를 둔 한 의원은 "자기 책임이라는 사람 없이 당분간 서로 싸움을 이어갈 것"이라며 "비상계엄과 후보 교체 파동 등의 잘못을 한 사람이 반성하지 않은 게 가장 큰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김문수 전 후보가 직접 당권 경쟁에 뛰어들 가능성도 있다. 정권교체론이 우세했던 대선 판도에서 41.15%의 득표율을 얻으며 나름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오기 때문이다. 김 전 후보는 이날 해단식에서 "우리 당의 민주주의가 무너졌다"며 성찰과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sum@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