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다시 대선 국면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실정으로 예정보다 일찍, 촉박하게 치르는 일정인 만큼 대선 주자들도 숨가쁘게 움직이고 있다. 이번 선거를 통해 새로 들어설 정권은 가장 좋은 본보기도, 반면교사도 바로 직전 정권이다. 특히 새 대통령은 인수위 기간 없이 바로 직무를 시작해야 하는 만큼 선례를 살펴보고 따져보는 것이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한 방법이다. <더팩트>는 윤석열 정부 인수위 기간부터 취임 초기에 이르는 3년 전 이 시기를 주요 이슈별로 되돌아본다. <편집자주>
[더팩트ㅣ이헌일 기자] 오늘 대한민국 제21대 대통령 선거 본투표가 진행된다. 약 3년 전 이 시기에도 대한민국은 지방자치단체 일꾼을 뽑는 지방선거로 전국이 들썩였다.
2022년 6월 1일 치러진 제8회 전국동시 지방선거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선출된 대선 이후 약 석 달 만에 열려 새 정권에 대한 민심의 방향을 엿볼 수 있는 이벤트였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 압승을 거뒀으나 정권이 교체된 만큼 국민의힘의 반전이 기대되는 상황이었다.
윤 전 대통령 입장에서도 지방선거 승리가 꼭 필요했다. 대선에서 승리하긴 했으나 이재명 당시 민주당 후보와의 득표율 차이는 0.73%p에 불과했다. 더욱이 앞서 2020년 총선에서 민주당이 과반을 훌쩍 넘는 의석을 확보해 임기 초반 여소야대가 확정된 상황이었다.
뚜껑을 열어보니 국민의힘의 압승이었다. 국민들이 윤석열 정부에 확실하게 힘을 실어준 모양새였다.
국민의힘은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장 중 12곳을 쓸어담았다. 텃밭 TK, PK는 물론 수도권에서도 서울과 인천에서 승리했고, 대전·세종·충청에 강원까지 싹쓸이했다. 경합 지역 대부분을 차지하고, 경기도만 박빙의 접전 끝에 내준 형세였다.
수도 서울의 민심도 분명했다.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송영길 민주당 후보를 20%p 가까운 격차로 넉넉하게 따돌렸다. 특히 25개 모든 자치구, 426개 모든 동에서 오 후보의 득표율이 송 후보를 앞섰다.
기초단체장 선거도 국민의힘의 완승이었다. 전국 226곳 가운데 145곳을 휩쓸었다.
서울에서는 국민의힘이 25개 자치구 중 17곳에 깃발을 꽂았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 서초구를 제외한 24곳을 민주당에 내줬는데, 2022년에는 2/3를 차지하며 결과를 완전히 뒤집은 셈이다.
당시 함께 치러진 전국 7곳 재보궐선거에서도 국민의힘이 5곳을 차지했다. 대구 수성을과 경남 창원의창을 비롯해 경기 성남시 분당구갑, 강원 원주갑, 충남 보령·서천에서 의석을 확보했다. 이재명 후보가 출마한 인천 계양을과 제주을만 민주당에 내줬다.
이에 대선 이후 석 달 만에 치러진 선거에서 국민들이 견제 대신 안정을 택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여당이 지방권력을 거머쥐면서 윤 전 대통령이 국정운영 동력을 확보할 발판이 갖춰졌다는 분석이었다.
윤 전 대통령도 개표 뒤 대변인을 통해 "선거 결과는 경제를 살리고 민생을 더 잘 챙기라는 국민의 뜻으로 받아들인다"며 "지방 정부와 손을 잡고 함께 어려움을 헤쳐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렇게 국민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출발한 윤 전 대통령은 임기 3년을 채우지 못한 채 헌정 사상 두번째로 파면당한 대통령이 됐다. 탄핵의 근거가 된 비상계엄 선포 전에도, 중간선거 격으로 치러진 지난해 총선에서 범야권이 192석을 차지했을 만큼 윤 전 대통령을 향한 민심은 급격히 식은 상황이었다.
다음 지방선거는 내년 6월, 대선 이후 1년 만에 치러진다. 2022년과 비슷하게 대선 이후 비교적 이른 시기에 열리는 지방선거에서 민심이 어느 쪽을 가리킬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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