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이하린 기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정계 복귀 여부가 벌써 세간의 관심이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 탈락과 동시에 정계 은퇴를 선언하고 미국으로 떠난 그가 다시 화려하게 돌아올까. 정치권에서는 세 가지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14일 정치권에 따르면, 홍 전 시장에게 남은 선택지는 크게 세 가지로 분류된다.
첫째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직·간접적으로 지원하는 것이다. 국민의힘과 절연을 선언한 홍 전 시장과 이재명 후보 간 미묘한 기류가 감지된다. 홍 전 시장은 이날 자신이 만든 온라인 커뮤니티 '청년의 꿈' 게시판에 "누가 집권하던 내 나라가 좌우가 공존하는 안정된 나라가 됐으면 한다"고 썼다.
이재명 후보는 지난 13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낭만의 정치인 홍준표를 기억하며'라는 제하의 글에서 홍 전 시장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뜻을 펼치지 못하고 은퇴 선언한 것이 안타깝다. 미국 잘 다녀오시고 돌아오시면 막걸리 한잔 나누자"고 했다.
홍 전 시장은 이번 대선에 관여하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 따라서 대선 과정에서 이재명 후보를 직접 지원할 가능성은 없다. 다만 정치권에서 유력 대권 주자인 이재명 후보가 집권한다면 홍 전 시장에게 손을 내밀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재명 후보는 지난 10일 홍 전 시장의 고향인 경남 창녕을 찾아 홍 전 시장과 통화한 사실을 공개하며 "훌륭한 정치인"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아울러 "협력해서 같이 할 길을 찾아야 한다. 우리가 입장이 다르긴 하지만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해야 한다"며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기도 했다.
김철현 정치평론가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이재명 후보가 당선하면 내각에 보수 인사를 영입할 가능성이 크다"라면서 "그런 만큼 홍 전 시장의 역할에 대한 관심도 점점 커지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는 통화에서 "홍 전 시장의 최근 발언을 보면 정계 복귀 시 민주당 합류를 염두에 두고 복선을 까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민주당 합류)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진단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홍 전 시장을 '단속'하는 발언들이 나왔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SNS에 글을 올려 "모든 노여움은 오롯이 저에게 담아달라"며 김문수 후보에 대한 지원을 간곡히 부탁했다. 경선 때 경쟁했던 안철수 의원도 "이재명의 사탕발림에 결코 흔들리면 안 된다"고 말했다.
정치권 일각에서 국무총리직 보장과 같은 '정치적 안정장치'가 관건이라는 분석이 있다. 정치적 기반이 TK(대구·경북) 지역인 홍 전 시장이 아무런 조건 없이 이재명 후보를 돕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둘째는 홍 전 시장이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를 측면 지원함으로써 향후 정치적 재도약의 여지를 남겨놓는 전략도 고려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 이준석 후보가 최근 '보수의 적자'는 자신이라고 주장하며 보수의 표심을 얻는 전략을 펴고 있는데, 홍 전 시장과의 연대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다. 홍 전 시장은 자신의 19대 대선 로고송을 이준석 후보에게 선물했고, 이준석 후보는 그의 미국 출근길을 배웅하며 각별한 존경과 애정을 나타냈다.
마지막으로 홍 전 시장이 대선 이후 정치 현안에 관해 목소리를 내며 독자적으로 존재감을 키울 수도 있다는 관측이 있다. 내년 실시하는 지방선거를 겨냥한 선택지라는 것이다. 홍 전 시장은 정치와 행정 등 화려한 이력과 전국구 인지도를 가진 거물급 인사인 데다 팬덤마저 보유하고 있다.
다만 국민의힘에 재입당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세 시나리오를 언급하며 "홍 전 시장이 국민의힘과 도모할 가능성은 그중에서도 가장 낮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