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대선] "됐나? 됐다!"…'부산서 거제까지' 남해안 가로지른 李


부산 유세서 "실현 불가능한 약속은 하지 않는다"
내란심판 강조…이순신 리더십 소환도
'국민 머슴' 자처하며 책임정치 호소

준비된 머슴을 자처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는 14일 부산과 창원, 통영, 거제를 가로지르며 신뢰와 통합, 책임의 리더십을 전면에 내세웠다. /배정한 기자

[더팩트ㅣ부산·통영=김세정 기자] "준비됐나? 준비됐나? 됐다!" 부산 사투리로 내지른 외침에 유세장이 들썩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됐나!"를 연달아 쏟아내자 서면 거리를 가득메운 지지자들 사이에선 박수와 함성이 터져나왔다. 그는 "실현 불가능한 약속은 하지 않는다"며 성남시장 시절 '유일한 거짓말 공약'을 스스로 고백했고, HMM의 부산 이전을 공식화하며 지역 맞춤 전략을 내놨다. '준비된 머슴'을 자처한 이 후보는 14일 하루 만에 부산과 창원, 통영, 거제를 가로지르며 신뢰와 통합, 책임의 리더십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 후보의 공식 유세 셋째 날은 부산에서 시작됐다. 그는 "산업은행을 부산으로 이전하면 좋겠지만 세상일이라는 게 한쪽이 원한다고 일방적으로 막 되는 건 아니다"라며 현실적 한계를 짚었다. 대신 해양수산부와 함께 HMM의 부산 이전을 약속했다. HMM은 정부가 지분을 갖고 있는 해운회사로, 그는 "마음만 먹으면 불가능하지 않다"며 노조의 이전 동의 사실도 공개했다. 무대에 오른 HMM 노조위원장과 정책 약속 퍼포먼스를 하기도 했다.

"없는 길을 만들어 희망을 만드는 것이 정치"라며 꺼낸 일화는 성남시장 시절의 '유일한 거짓말 공약'이었다. 이 후보는 "성남에 분당을 가로지르는 고속화도로가 있다. 그것을 지중화한다고 모든 정치인이 10년 넘게 공약을 했다"며 "두 번째 시장 선거에 나올 때 실현 불가능한 걸 알면서도 공약을 했다"고 고백했다. 그는 "그 이후 선거에 나가면 실현 불가능한 약속은 안 하는 것을 원칙으로 정했다"고 말했다. 이는 '공약 이행률 95%'를 강조하는 단단한 정치 이력의 근거였다.

이 후보가 민주당 험지로 꼽히는 부산·경남(PK) 지역 유세에 나선 14일 부산 부산진구 서면에서 권기흥 에이치라인해운해상직원노조 위원장과 해양수도 부산 협약서에 서명한 뒤 들어보이고 있다. /배정한 기자

창원에선 분위기가 달라졌다. 내란 심판을 강조하는 목소리의 톤이 한층 높아졌다. 이 후보는 "나라를 망친데 대해서, 사람들에게 불안을 준 데 대해서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국가기관에 숨어서 민주질서, 헌정질서를 훼손하고 있는 그들을 반드시 찾아내서 법정에 세워야지 않나"라고 힘줘 말했다. 그러면서 "그 법정은 깨끗한 법정이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후보는 특히 선거 낙관론을 경계하는 메시지를 거듭 강조했다. "세 표가 부족하다 이렇게 생각하고 꼭 세 표씩 (독려를) 해주시길 바란다"며 "무슨 '많이 이기니' 그런 소리 절대 하지마라. 반드시 한 표라도 이겨야 되는 절박한 선거"라고 경계했다.

민주당 쇄신에 대한 자부심도 드러냈다. 이 후보는 "민주당도 하루 종일 편 갈라 싸우고 그러다가 지금은 일극체제라고 비난할 만큼 국민을 중심에 두고 일사불란하게, 정권 교체를 위해 더 나은 세상을 위해 힘쓰고 있지 않나"라며 "당 다운, 진정 당원들의 의사가 제대로 관철되는 민주적 정당으로 자리 잡았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특히 선거 낙관론을 경계하는 메시지를 거듭 강조했다. 세 표가 부족하다 이렇게 생각하고 꼭 세 표씩 (독려를) 해주시길 바란다며 무슨 많이 이기니 그런 소리 절대 하지마라. 반드시 한 표라도 이겨야 되는 절박한 선거라고 경계했다. /배정한 기자

오후 5시, 한산도 대첩의 격전지 통영에서는 이순신 장군의 정신을 끌어와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 후보는 "충무공의 도시, 세계적인 미항, 문화의 산실"이라며 지역 정서에 호소하며 "통영에 깃든 이순신 장군의 보국안민 정신이 지금 우리가 처한 위기를 확실하게 이겨내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리더십의 중요성을 역설하며 "똑같은 성남시 공무원으로 누구는 빚더미 성남시를 만들었는가 하면, 누군가는 수백리 밖 통영 시민들도 부러워하는 성남시를 만들었지 않나"라며 자신의 행정 경험을 강조했다. 창원에서처럼 민주당의 개혁 성과도 언급하며 "사분오열돼서 싸우고, 서로 물어뜯고, 국민들에게 신망 받지 못하던 더불어민주당이 이제는 당원이 중심이 된 진정한 민주 정당으로, 수권 정당으로 거듭나지 않았나"라고 반문했다.

저녁 무렵 거제 유세에서는 김영삼·문재인 전 대통령의 고향이라는 지역적 연고를 강조하며 "거제시장도 민주당으로 만들어 주셨는데 이번에는 여러분 손으로 대한민국의 대통령을 한번 새롭게 만들어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대통령의 덕목을 '충직함'으로 정의하며 "대통령은 국민이 부리는 일꾼이다. 다만 일꾼 중에선 계급이 높은, 머슴 중에서 옛날 말로 상머슴 또는 마름 아닌가"라고 물었다.

북극항로 개발이라는 장기적 비전도 제시했다. 이 후보는 북극항로가 열리고 있다. 지구 온난화로 배가 항행할 수 있는 시간이 계속 늘고 있다며 2030년대가 되면 아주 활성화될 것이다. 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정한 기자

북극항로 개발이라는 장기적 비전도 제시했다. 이 후보는 "북극항로가 열리고 있다. 지구 온난화로 배가 항행할 수 있는 시간이 계속 늘고 있다"며 "2030년대가 되면 아주 활성화될 것이다. 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준비된 대통령이라는 점도 거듭 강조했다. 이 후보는 "이번 대선은 당선자 발표와 동시에 직무가 시갖된다"며 "준비할 시간이 없다. 인사도, 정책도, 다 준비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가진 이 모든 역량을, 편싸움하고 갈라져서 서로 증오하느라고 분산하지 않고 하나로 모아 통합해서 함께 나아갈 준비된 대통령 후보가 필요하지 않는가"라고 덧붙였다.

이 후보는 15일엔 영호남의 경계인 경남 하동 화개장터를 거쳐 전남 광양, 여수, 순천, 목포를 찾는다. 민주당은 이날부터 15일까지 이어지는 일정을 '국난 극복 이순힌 호국 벨트' 유세로 정했다.

sejungki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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