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김수민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사법리스크 재점화로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결과를 뒤집을만한 기회가 왔다"는 기대감이 감지되지만 마냥 호재라고만 볼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후보와 맞대결해도 해볼 만하다는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들의 자신감이 오히려 단일화를 어렵게 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에선 민주당의 위기를 자신들의 기회로 바꿔보려는 분위기가 엿보인다. 비상계엄과 탄핵 국면에서의 자신들을 반성함과 동시에 민주당의 집권을 막아달라고 호소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이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법재완박 셀프사면 프로젝트'를 강행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라며 "현행 사면법은 ‘형이 확정된 자’만을 사면할 수 있지만, 대통령의 재의요구권을 장악한 민주당은 법 개정을 통해 ‘재판 중인 자’까지 사면이 가능하도록 밀어붙일 수 있다"고 밝혔다.
이 후보의 대선 출마 정당성을 문제 삼기도 했다. 이 후보가 만약 대통령이 된다고 하더라도 그 이후 발생할 수 있는 여러 리스크를 열거하며 집중 공격했다.
국민의힘 소속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들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상 피선거권 상실은 확정된 것과 다름없으며 피고인 이 후보는 더 이상 대통령 선거 후보로서 자격이 없다"라며 "이 후보가 대법원의 판결을 무시하고 선거에 나서 대통령에 당선된다 하더라도 현재 헌법해석상 계속 중인 형사재판에는 출석하여 재판을 받아야 하고, 대법원 판결에 기속되는 환송심에서 유죄로서 피선거권 상실에 해당하는 형을 선고받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했다.
국민의힘 대선 결선 진출자들도 이 대표의 판결로 자신에게 유리한 판세가 만들어졌다고 각각 해석하고 있다. 이에 애초 열어뒀던 한덕수 전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와의 단일화를 두고 미묘한 입장 변화가 감지된다.
한 전 대행과의 단일화에 가장 적극적인 점을 내세워 당심을 공략해 온 김문수 후보는 김 후보 중심으로 협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 후보 캠프 공보미디어총괄본부장인 김재원 전 최고위원은 이날 YTN 라디오 '뉴스파이팅'에 출연해 "김 후보가 대통령 후보가 되면 공직선거법상 명시적인 국민의힘 후보이기 때문에 (다른 후보가) 국민의힘과 함께 가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자기희생적 결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그 결단을 통해 단일화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상대방의 의견도 들어보지만 그 중심에는 김 후보가 주도하는 단일화 협상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동훈 후보도 경선을 통해 뽑힌 당 후보가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한 후보는 이날 창원 마산어시장 방문 이후 기자들과 만나 "이번 선거는 국민, 당원, 지지자들이 하는 것이고 그 뜻에 따를 것이다. 그러면서 모든 사람이 함께할 것이다"라면서도 "우리 당은 대통령 후보가 선출되면 그 후보 중심으로 이기는 길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에게 닥친 위기로 인해 한 대행과의 단일화 과정을 거치더라도 주도권은 자신에게 있을 뿐 아니라 맞붙었을 때 자신이 이길 수 있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최요한 정치평론가는 "두 후보는 이 후보와 1대 1로 붙으면 어려운 상황이었는데 파기환송되고 나니까 '할 만하다'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라며 "그런 상황에서 소위 부전승으로 올라온 한 전 대행에게 자리를 내주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국민의힘에게 있어 마냥 호재만으로 볼 수 없어 단일화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엄경영 정치평론가는 "단기적으로 이 대표의 지지율이 급락할 가능성은 별로 없어보인다"라며 "판세가 국민의힘에게 좋아질 것 같으니까 후보들이 주도권을 확보하려고 하겠지만 시간이 너무 촉박해 단일화하는 데 크게 무리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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