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도 명분도 없는 출마…韓, 대선 위해 권한대행 사퇴


'헌정사 최초' 대선 출마 위한 대행 사퇴
당부했던 국정 안정…본인 출마로 뒤집어
2일 출마 선언, 빅텐트·단일화 논의 전망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1일 사퇴하면서 대선 출마를 공식화했다. 대선 출마를 위한 대통령 권한대행의 사퇴는 헌정사 최초다. /뉴시스

[더팩트ㅣ김정수 기자]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1일 사퇴하면서 조기 대선 출마를 공식화했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대선 출마를 위해 사퇴한 건 헌정사 최초다. 한 권한대행은 대통령 파면 이후 안정적 국정 운영을 당부했지만, 본인의 출마를 위해 이를 스스로 뒤집었다는 지적도 받는다.

한 권한대행은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대국민담화를 통해 총리직을 내려놓는다고 밝혔다. 한 권한대행은 '더 큰 책임'을 위해 이같은 결단이 불가피했다며 "이 길밖에 길이 없다면 가야 한다고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극단의 정치를 버리고 협치의 기틀을 세우지 않으면 누가 집권하든 분열과 갈등이 반복될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제 앞에는 당장 제가 맡고 있는 중책을 완수하는 길과 그 중책을 내려놓고 더 큰 책임을 지는 길이 놓여 있다"며 "우리가 직면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 제가 해야 하는 일을 하고자 저의 직을 내려놓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부연했다.

이날은 한 권한대행이 윤석열 정부 초대 국무총리로 임명된 지 1077일째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역대 최장수 총리 기록이다. 이전 최장수 총리는 문재인 정부 당시 2017년 5월 31일부터 2020년 1월 14일까지 958일간 직무를 수행했던 이낙연 전 총리였다.

이로써 한 권한대행은 55년간 공직 생활을 마무리하고 정치의 최전선에 뛰어들게 됐다. 앞서 한 권한대행은 김대중 정부에서 청와대 경제수석과 외교부 통상교섭본부장을 지냈고, 노무현 정부에서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지원장과 국무총리를, 이명박 정부에서는 주미대사 등을 지냈다.

한 권한대행은 애초 출마론이 제기됐을 당시 대선의 ㄷ 글자도 꺼내지 말라며 이를 강하게 일축했지만 결국 출마를 선택했다. /뉴시스

대선 출마를 위한 대통령 권한대행의 사퇴는 헌정사 최초다. 한 권한대행은 애초 출마론이 제기됐을 당시 대선의 'ㄷ' 글자도 꺼내지 말라며 이를 강하게 일축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통화, '한미 2+2 통상 협의' 등을 거치며 출마 결심을 점차 굳힌 것으로 전해진다.

한 권한대행은 그 이후엔 대선 출마 여부에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묘한 행보를 보였다. 그러면서 영호남을 번갈아 찾는 민생 행보와 한미연합사를 방문하는 안보 행보를 연출했다. 국내 언론과의 접촉은 최소화하면서 외신 인터뷰를 통한 대선 군불 때기도 이어졌다.

한 권한대행은 2일 국회에서 대선 출마 선언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 권한대행이 이른바 '반(反)이재명 빅텐트'를 구심점으로 여타 대권 주자들과 단일화에 나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 다만 이제 막 정치에 첫발을 내디딘 한 권한대행에겐 만만치 않은 과제라는 우려도 나온다.

한 권한대행의 단일화 1차 데드라인은 대선 후보 등록 마감일(11일)이다. 한 권한대행은 국민의힘 대선 후보 확정일(3일) 이후 일주일 안에 단일화 여부를 매듭지어야 한다. 2차 데드라인은 투표용지 인쇄일(25일)이다. 이 시기마저 넘긴다면 투표용지에는 한 권한대행과 국민의힘 후보가 동시에 기재돼 표가 분산될 수 있다.

한 권한대행이 사퇴하면서 국정 공백은 불가피하게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선 '대대행 체제'에서 비롯된 대외 신인도 하락 등 대내외적 국정 혼란이 재연될 것이란 우려다. 한 권한대행이 이같은 위기를 경험하고도, 자신의 대선 출마를 위해 사퇴를 결정한 건 무책임하다는 비판이다.

이날 한 권한대행은 사퇴 선언 이후,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회의 탄핵 추진에 사의를 표명하자 이를 즉시 수리했다. 이에 정부는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대대대행 체제'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게 됐다.

js8814@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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