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편에 이어
[더팩트ㅣ정리=신진환 기자]
◆"대표님, 폭싹 속았수다?"…이재명 마지막 최고위
-민주당 최고위원회의가 지난 9일 100차를 맞았더라고. 이재명 2기 체제가 들어서고 나서 최고위만 100차례 했다는 뜻이니까 기념할 날이지만, 이날 회의는 기념보다는 작별의 의미가 더 컸어. 이재명 전 대표가 대통령 선거 출마를 위해 대표직에서 물러났거든.
-통상 발언 순서는 대표→원내대표→최고위원 순인데 이 전 대표는 종종 "오늘은 역순으로 하죠"라며 본인이 마지막 발언을 하곤 해. 집중도를 끌어올리기 위한 전략일 수도 있고, 이날처럼 중요한 메시지를 본인이 직접 마무리 짓고 싶었던 걸 수도 있지. 결국 이 전 대표는 마지막으로 마이크를 잡았어.
-덕분에 작은 헤프닝도 있었지. 의도치 않게 김병주·전현희 최고위원이 사퇴 스포일러를 하게 된 거지. 김 최고위원은 "이 대표께서 당대표직 사퇴를 결심했다"며 "그동안 많은 역경과 시련 속에서도 현명하게 당을 진두지휘한 이 대표의 리더십은 우리 모두에게 큰 힘이 됐다"고 말했어. 전 최고위원도 "이제 이 대표는 오늘을 마지막으로 민주당의 대표직을 내려놓고, 국민의 공복이 되기 위한 대장정을 시작한다"고 밝혔지.
-전 최고위원의 마지막 멘트가 회의 분위기를 환하게 바꿨어. "대표님, 폭싹 속았수다." 요즘 화제인 넷플릭스 드라마 제목이기도 한데 제주도 방언으로 "수고하셨습니다"라는 뜻이래. 박찬대 원내대표도 웃었고, 이를 들은 이 전 대표도 밝게 미소를 지었지. 갑작스러운 드라마 소환에 놀란 기자들도 있었지만, 잠시 회의장엔 훈훈한 공기가 감돌았어.
-이 전 대표의 마지막 발언은 담담했어. "더불어민주당은 지금 저의 대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며 "사생활을 제외한 나머지 삶의 대부분이 더불어민주당"이라는 언급이 인상적이야. '폭싹 속았수다' 양관식이 오애순만 바라봤듯, 민주당을 향한 자신의 애틋함을 드러내려고 했을까.
-선거 참패 책임을 지고 당대표직을 내려놓는 장면만 많이 봐서 그런지 이날은 인상적이었던 거 같아. 분위기도 무겁기보다는 화기애애했고, 사퇴지만 퇴장이 아닌 시작이라는 느낌이 자연스럽게 스며 있었어.
◆전병헌 기자회견, 화재경보에 설전까지 '혼돈의 현장'
-전병헌 새미래민주당 대표가 지난 10일 기자회견을 열었다며?
-맞아. 기자들 사이에서는 '혹시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대선 출마를 알리려는 거 아니냐'는 말도 돌았는데 막상 기자회견에 가보니 그런 내용은 없었어. 기자회견은 1시간 20분가량 진행됐어. 전 대표는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의 출마 선언을 강하게 비판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썼지. 그는 이 전 대표를 "윤석열 전 대통령을 탄생시킨 최대 공로자"라고 평가하며 "차악이 청산되니 최악이 오는 꼴"이라고도 했어. 조기 대선과 관련해선 "가장 적절한 시기에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지.
-이 전 총리에 관한 언급은 없었던 거야?
-있었어. 기자회견 직후 질의응답에서 전 대표는 '이 전 총리의 출마 공식화로 해석해도 되는거냐'는 물음에 "그것은 아니다. (그건) 당사자가 할 일이지 내가 할 일은 아니다"라고 딱 잘라 말했어. 그러면서 "이 전 총리의 출마 여부는 당과 협의 중에 있다"고 설명했지.
-기자회견 도중 예상치 못한 일도 있었다며?
-전 대표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던 중 갑자기 건물 화재 경보가 울린 거야. 대피 안내 방송까지 나오자 현장에 있던 사람들이 당황했는데, 전 대표가 "걱정하지 마세요. 여기 바깥으로 나가면 바로 옥상이네요"라고 농담을 던졌고 현장은 웃음바다가 됐지.
-질의응답 도중 설전도 있었다고?
-응. 한 기자가 전 대표에게 '이 전 대표가 대통령이 되면 우리나라가 정말 큰일 난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은데 지난 대선에서는 윤석열을 지지하셨냐'고 물었어. 그러자 전 대표는 "당시엔 이 전 대표를 지지했다"면서 "유감스럽지만 그때 민주당이 이 전 총리나 정세균 전 국무총리를 후보로 냈으면 졌을 리 없다고 생각한다"고 답했지. 이어 한 민주당 중진 의원한테 들은 얘기라며 "작년 초 광주에서 중대형 교회 목사님 50여 명이 모여 점심을 먹었는데, 한 사람도 빠짐없이 '이재명이었기 때문에 윤석열이 이겼다'고 하더라"고 말했어.
-이 얘길 들은 기자가 '목사님들이 이 전 대표는 안 되지만 이 전 총리는 괜찮다고 말한 거면, 윤 전 대통령과 이 전 총리가 비슷한 결의 사람이라고 생각해도 되겠냐'고 물었고. 전 대표는 목소리를 높이며 "너무 진영적이다. 저런 식으로 (몰아가니까) 수구 좌파들이 가스라이팅 당해서 이 전 대표를 신격화하고 있는 것"이라고 반박했어.
-이에 기자는 '저는 이 전 대표를 신격화한 적 없고 말씀하신 내용은 저에 대한 모욕'이라고 답하자, 전 대표는 "나도 개신교고 안수집사다. (해당 발언은) 목사님들에 대한 모욕이라고 생각한다"며 "공개적으로 그런 말을 하는 건 절제했으면 좋겠다"고 지적했어.
◆'빵빵~' 클랙슨에 분수까지…어수선했던 안철수 출정식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8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했어. 그의 대선 도전은 이번이 네 번째지.
-맞아. 행사 시작에 앞서 많은 지지자와 시민이 몰렸어. 정확하진 않지만 200여 명쯤 돼 보였어. 이들의 열렬한 환호와 박수 속 연단에 오른 안 의원은 "이재명을 넘어 승리할 수 있는 유일한 후보인 저를 선택해 달라"며 지지를 호소했어. 주요 공약으로 국민통합 대개헌을 제시했어. 대통령 권한과 국회 특권을 축소하고, 대통령 4년 중임제와 중대선거구제를 추진하겠다고 밝혔어.
-현장 분위기는 어땠어?
-여느 대선 출정식과 다를 게 없었어. 통상 대권 주자들이 출마 선언을 할 때 지지자들이 대거 몰려들거든. 분위기가 안 좋을 수 없지(웃음). 문제는 당시 장소가 야외였다는 점이야. 안 의원이 열심히 출마 선언문을 읽고 있을 때 연단 뒤 분수대에서 물이 나왔다 들어가기를 반복했지. 특유의 물소리가 귓등을 때리더라.
-게다가 광화문대로를 지나는 차들의 소음이 집중력을 흐트러트렸달까. 가뜩이나 야외라는 특성상 안 의원의 연설 소리가 공중에 퍼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는데, 가끔 자동차 클랙슨 소리가 들리는 등 어수선한 느낌을 받았어.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신진환 기자, 이헌일 기자, 김세정 기자, 김정수 기자, 김수민 기자, 서다빈 기자, 이동현 인턴 기자, 이하린 인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