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당심 다 잡고픈 與…'헌재 압박' 방목 효과 언제까지


헌재 줄기각에 '이재명 때리기' 집중
의원들은 거리로…"탄핵 각하" 여론전
탄핵 인용 대비 전략 시급

국민의힘이 윤석열 탄핵심판 선고를 앞두고 여론전에 힘을 쏟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야당이 주도한 탄핵소추에 대해 줄기각을 내놓자 당 지도부를 중심으로 이재명 책임론을 부각했다. /국회=박헌우 기자
국민의힘이 윤석열 탄핵심판 선고를 앞두고 여론전에 힘을 쏟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야당이 주도한 탄핵소추에 대해 줄기각을 내놓자 당 지도부를 중심으로 이재명 책임론을 부각했다. /국회=박헌우 기자

[더팩트ㅣ국회=김수민 기자] 국민의힘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앞두고 여론전에 힘을 쏟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야당이 주도한 탄핵소추에 대해 줄기각을 내놓자 당 지도부를 중심으로 '이재명 책임론'을 부각했다. 소속 의원 절반 이상은 거리로 나서 윤 대통령 탄핵반대를 외쳤다.

당 지도부는 강경 대응에 동참하진 않지만 의원들의 판단을 존중한다는 명목으로 사실상 방치하고 있는 모양새다. 강성 지지층과 중도층 모두를 고려한 전략이라고 하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그 효과가 오래 가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13일 헌재가 최재해 감사원장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사 3명에 대한 탄핵소추를 기각하자 이들의 탄핵을 주도했던 더불어민주당을 맹비난했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한민국 헌법과 법률이 살아있음을 보여준 중대한 결정이자 민주당의 정치적 탄핵 남발에 대해 법의 철퇴를 가한 역사적 판결"이라며 "이번 탄핵 시도는 헌법과 법률이 아니라 국회 다수 권력의 이해관계에 따라 막무가내로 밀어붙인 무도한 무리한 시도였다"고 비판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도 이날 의원총회에서 "이재명 세력 적폐를 들춰냈다는 이유로 다수당의 입법 권력으로 치졸한 보복을 가한 명백한 권력남용 탄핵이었다"라며 "민주당의 입법권 남용과 의회 독재가 여실히 증명된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게 책임을 묻기도 했다. 권 원내대표는 "이 대표는 어제 유튜브 방송에 나와서 29번 줄탄핵에 대해 민주당도 잘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라며 "이 대표는 얼렁뚱땅 애매하게 말하지 말고 8번째 탄핵 기각에 대해 정식으로 국민 앞에 석고대죄하라. 감사원과 중앙지검 조직을 98일 동안이나 마비시킨 것에 대한 책임 있는 사과를 해라"고 했다.

국회 밖에선 의원들의 장외 투쟁이 한창이다. 나경원·추경호·김기현 등 여당 의원 20여명은 이날 서울 종로구 헌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윤 대통령에 대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내란 혐의 수사가 불법이라는 사실이 확인됐으므로 헌재는 대통령에 대한 사기 탄핵을 신속히 각하하라"고 촉구했다.

국민의힘 추경호(왼쪽부터), 김기현, 윤재옥 의원이 헌재의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선고가 임박한 1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며 릴레이 연좌 시위를 하고 있다. /뉴시스
국민의힘 추경호(왼쪽부터), 김기현, 윤재옥 의원이 헌재의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선고가 임박한 1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며 릴레이 연좌 시위를 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11일부터 시작된 헌재 앞 '탄핵 각하 촉구' 릴레이 시위에는 여당 의원 62명이 참여하기로 했다. 이날엔 박대출 의원을 시작으로 김기현·윤재옥·추경호 의원이 '탄핵 각하' 라는 팻말을 목에 걸고 자리를 지켰다. 전날엔 82명 여당 의원이 탄핵심판을 각하해달라는 내용의 2차 탄원서를 헌재에 제출하기도 했다.

당 지도부는 이같은 행보를 두고 별도 지침이 있었던 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권 위원장은 "지도부가 의원들에게 그렇게 하자고 말한 적은 없다"면서도 "의원들이 개별 판단해서 스스로 행동하는 것은 존중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지도부의 명확한 입장을 묻는 질의엔 "의원들과 크게 의견이 다른 건 없다"며 애매모호하게 답했다.

당심과 민심 사이에서 갈팡질팡할 수밖에 없는 당의 딜레마 때문으로 풀이된다. 중도층을 의식하자니 윤 대통령으로 기운 당심을 놓칠까 우려되고, 강성 지지층만 보고 가자니 민심과 멀어지게 되는 상황에 처했다.

그러나 대통령의 탄핵이 인용될 경우에 대비한 플랜B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중도층의 이탈이 현실화했을 뿐 아니라 윤 대통령의 석방 이후 정권교체 여론이 더욱 거세졌기 때문이다.

이날 공개된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10∼12일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국지표조사(NBS)에 따르면 중도층에서 '정권교체'를 바라는 응답 비율은 61%로, 윤 대통령 석방 전인 지난주 결과와 비교했을 때 6%p 상승했다. 반대로 정권 재창출 지지율은 27%로 지난주보다 4%p 줄었다.

최수영 정치평론가는 이날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광장의 열기는 최대치로 반영됐기 때문에 이제는 중도로 회귀할 수 있는 전략을 어떻게 짤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라며 "국민의힘 내부에도 탄핵 인용에 대비한 출구전략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효과가 있을 수 있다. 노선을 유연화할 수 있는 일종의 윤 대통령과의 거리두기 전략이 필요한 때이다"라고 설명했다.

이번 조사는 국내 통신 3사가 제공하는 휴대전화 가상번호(100%)를 이용한 전화면접조사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21.1%였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su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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