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김세정 기자] 예상치못한 윤석열 대통령의 석방에 정치권이 요동치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비명계(비이재명계) 주자들의 발걸음도 분주해졌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와 김동연 경기지사는 각각 단식과 1인시위에 돌입하며 윤 대통령 석방 결정을 규탄하고 나섰는데 이재명 대표 '1강' 체제 속에서 야권 내 정치적 존재감을 드러내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11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경수 전 지사는 윤 대통령의 파면을 촉구하며 지난 9일 서울 경복궁역 앞에서 단식농성을 시작했다. 김 전 지사는 SNS를 통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압도적인 탄핵 찬성 여론이다. 그것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무엇이든 해야 한다"며 "독재정권과 싸우던 그 시간, 그 마음으로 돌아가겠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탄핵이 인용될 때까지 모든 것을 걸고 시민들과 함께 끝까지 싸우겠다"며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이 싸움에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서로에 대한 아쉬움을 내려놓고 함께 똘똘 뭉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동연 지사도 윤 대통령의 탄핵을 촉구하는 1인시위를 하고 있다. 전날 수원역을 찾은 데 이어 이날은 신분당선 광교중앙역에서 1인시위를 벌였다. 김 지사는 "내란수괴의 구속취소의 부당함과 조속한 탄핵의 인용을 주장하기 위해서 나왔다"며 "가장 빠른 시간 내에 정치적 불확실성이 제거돼야 대한민국이 다시 일어설 수 있다"라고 말했다.
비명계의 이같은 움직임은 단순히 윤 대통령 구속취소를 비판하는 차원을 넘어 정치적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한 결단으로도 볼 수 있다. 김 전 지사와 김 지사는 비상계엄 사태 이후 꾸준히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대선 주자 지지율에서 고전하는 상황이다.
한국갤럽이 지난 4~6일 전국 성인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7일 공개한 여론조사(전화면접 방식,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에 따르면 장래 정치 지도자 선호도 문항에서 이 대표는 35%를 기록했다. 이어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10%),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6%), 홍준표 대구시장(5%), 오세훈 서울시장(4%),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1%),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1%) 순으로 김 지사와 김 전 지사는 순위권에 들지 못했다.
이들은 개헌 문제나 대선 후보 경선 방식으로도 이 대표를 향한 압박을 이어왔지만 유의미한 결과는 거두지 못했었다. 결국 윤 대통령의 석방이라는 변수까지 발생해 이슈가 묻히게 된 상황에서 단식과 농성은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 가능하다.
최수영 정치평론가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윤 대통령이 석방되면서 내란종식이 우선이라는 이 대표의 논리가 맞아들게 됐다"며 "단식이라는 강한 이슈 제기를 통해 적극 지지층에 강하게 나가는 것처럼 보이는 효과를 줄 수 있다. 중도에까지도 자신을 강렬하게 각인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적극 지지층을 향한 메시지로도 읽힐 수 있다. 윤석열 정부에 대한 투쟁 국면에서 김 지사와 김 전 지사 두 사람의 역할이 제한적이었다는 비판이 최근 민주당 강성 지지층을 중심으로 생기기도 했다. 조기 대선 국면에서 두 사람의 행보가 뚜렷한 명분을 가지지 못했다는 이른바 '무임승차'라는 지적이 나와 이를 의식한 행보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다만 이들의 시도가 실질적인 정치적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당 한 관계자는 통화에서 "정치적 복귀 시도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불식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돌파구가 없으니까 단식을 택한 것인데 시간적으로는 조금 놓친 감도 있다"라고 말했다.
한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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