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대개혁 '주인공' 의대증원 철회…명분·실리 다 잃은 尹정부


교육부, 의대생 복귀 전제로 정원 원점 회귀 제시
'과학적 근거' 강조하며 강경 기조 고수했지만…의료계 반발에 백기

윤석열 대통령이 강력하게 추진했던 의료개혁이 원점으로 돌아가는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4월 1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의료개혁 관련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발표하고 있다.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강력하게 추진했던 의료개혁이 원점으로 돌아가는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4월 1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의료개혁 관련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발표하고 있다. /대통령실

[더팩트ㅣ이헌일 기자] 정부가 2026학년도 의대 정원을 증원 이전 수준으로 원상복구하는 방안을 내놓으면서 윤석열 정부 의료개혁의 핵심 과제가 원점으로 돌아간 모습이다.

의료개혁은 윤 대통령이 3대 개혁에 추가해 4대 개혁으로 공식화할정도로 집중한 사안인데, 1년여 간 국민들만 피해를 입은 채 사실상 빈 손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주호 교육부 장관 겸 사회부총리는 7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3월 말까지 의대 학생들의 전원 복귀를 전제로 내년도 모집인원을 기존 3058명으로 되돌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는 "지난달 의학전문대학원협회(의대협회·KAMC)는 2026학년도 모집인원 3058명을 수용할 경우 의대생을 반드시 복귀시키겠다는 학장들의 각오가 담긴 서한문을 정부에 전달했다"며 대학 총장들도 모든 의대생이 3월에 복귀해 2025학년도 수업이 정상적으로 진행된다면 2026학년도에 한해 대학별 의대 모집인원을 2024학년도 정원인 총 3058명으로 조정할 수 있도록 정부에 건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휴학생들을 향해 "올해는 지난해와 달리 학생 복귀를 위해 학사 일정을 변경하는 등의 별도 조치는 없다. 학생들이 복귀하지 않는다면 학칙에 따라 학사 경고, 유급, 제적 등을 엄격하게 적용할 것"이라며 "올 4월 이후에는 대학의 교육 여건에 따라서는 학생이 복귀를 희망해도 원하는 시기에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동안 야심차게 추진한 의료개혁의 핵심인 의대 증원을 사실상 빈 손으로 철회하기로 한 것이다. 정부는 5년 간 1만명 증원을 목표로 각종 세부방안을 추진했고, 첫 해인 올해 1509명이 증원됐다. 의대생들이 정부가 제시한 기한 내 복귀할 경우 내년 정원은 기존 수준으로 돌아가고, 그간 의료계 반발을 감안하면 향후 증원 논의도 어려울 전망이다. 결국 올해 1509명 증원이 유일한 성과로 남게 된다.

윤 대통령이 국정과제로 제시하며 공을 들였지만 결국 의료계 반발에 백기를 든 모양새다. 의료개혁은 윤 대통령이 취임 초기 제시한 3대 개혁에는 포함돼 있지 않았으나 지난해부터 개혁 과제에 추가해 4대 개혁으로 공식화했다. 지난해 신년사에서도 노동·교육·연금 등 '3대 개혁' 추진 의지를 밝혔을 뿐 의료 개혁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이후 정부는 지난해 2월, 올해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겠다는 내용을 포함한 추진방안을 발표하며 개혁 작업을 본격화했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학생 복귀 및 의대교육 정상화와 관련해 브리핑에 앞서 인사를 하고 있다. /임영무 기자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학생 복귀 및 의대교육 정상화와 관련해 브리핑에 앞서 인사를 하고 있다. /임영무 기자

이렇게 중히 여긴 만큼 지난 1년여 간 거센 의료계 반발 속에서도 강력한 추진의지를 지속적으로 드러냈다. 의료계는 계획 발표 뒤 즉각 총파업 카드를 꺼내들며 전공의 사직, 의대생 휴학을 포함한 집단행동에 나섰고, 정부는 사직서 수리를 금지하고 업무개시 행정명령을 발동하는 등 강경하게 맞섰다. 이후 양 측이 대화의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사태가 장기화했고, 정부는 비상의료체계로 버티다 결국 원상복구 방안을 제시했다.

특히 정부는 5년 1만명 증원이라는 수치에 과학적 근거가 없다는 의료계 주장에 다양한 근거를 들며 강하게 반박해왔다. 윤 대통령의 지난해 11월 해외순방 일정을 앞둔 10월 중순에도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가 기자들에게 정부 계산의 과학적 근거를 재차 설명하는 자리를 마련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정부가 참고한 보건사회연구원, 한국개발연구원(KDI), 서울대학교의 연구 결과를 공유하며 의대 정원 증원의 필요성과 합리성을 강조했다.

결국 이번에 원상복구를 제시하면서 윤석열 정부의 의료개혁은 명분과 실리를 모두 잃게 된 모습이다. 의료계와 마찰 속에서 과학적 근거를 지속적으로 강조했지만 이를 스스로 철회했다. 또 실제 증원 숫자도 정부가 꼭 필요하다고 제시한 1만 명에 1/7 수준인 1509명에 그쳤다.

1년여 간 지속된 의정갈등의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갔다. 종합병원 운영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전공의들이 대부분 사직하면서 비상의료체계를 가동했으나 제 때 치료를 받지 못하는 환자들은 우후죽순 늘어갔고,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 사례도 더욱 부각됐다. 또한 이 과정에서 파업에 동참한 의사들에게 비난의 화살이 몰리면서 사회적 갈등으로 확대되는 양상까지 나타났다.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기자간담회 전날인 6일 정부 제시안이 알려지자 서면브리핑을 통해 "지난 1년간 국민께서 감당했던 고통과 희생은 무엇을 위한 건가. 성급하고 무리한 정책 추진에 퍼부은 국민 혈세는 누가 책임질 건가"라며 "지난 1년 동안 우리 의료체계는 완전히 무너졌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런 참상에 대해서는 아무런 해명도 없이 의대 증원만 원점으로 돌리면 그만인가"라며 "당정은 증원 원점 회귀에 앞서 현재 의료 현장의 참상을 어떻게 고쳐낼지 분명한 비전과 대책을 내놓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hone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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