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김세정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자신에 대한 체포동의안 가결 당시 당내 비명계와 검찰이 손을 잡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비명계는 "근거 없는 의혹 제기"라며 강하게 반발해 당내 갈등이 또다시 분출되는 모양새다.
6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표는 지난 5일 공개된 유튜브 '매불쇼'와의 인터뷰에서 2023년 9월 체포동의안 표결 때 당내 일부 세력과 검찰 사이에 모종의 조율이 있었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당시 총투표수 295표 중 찬성 149표, 반대 136표, 기권 6표, 무효 4표로 체포동의안은 가결됐다. 민주당에서 최소 31명의 이탈표가 나온 것으로 추정됐다.
이 대표는 "검찰이 수사 과정에서 벌인 일, 타임 스케줄에 따라 한 일과 당내에서 움직이며 내게 비공식적으로 협상안으로 제시한 것을 맞춰 보니 다 짜고 한 짓"이라고 주장했다. 진행자가 의미를 되묻자 이 대표는 "당내 일부와 검찰"이라며 "거의 비슷하게 맞춰져 있더라"고 답했다.
이 대표는 "짰다는 증거는 없다. 추측"이라면서도 "연관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예를 들면 (2023년) 6월에 (당내에서 유력한) 누군가를 만났는데 그분이 저한테 '사법처리가 될 거니까 당대표를 그만둬라. 그만두지 않으면 일이 생길 것 같으니까 본인을 위해서나 당을 위해서 사퇴하라'고 얘기했다"며 "언제까지로 시점도 정해줬다. 나중에 보니까 영장청구 시점하고 딱 맞아떨어졌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때는 추측만 했지만 나중엔 거의 확신하게 된 것"이라며 "민주당이라고 하는 걸 사적 욕망의 도구로 쓰고 상대 정당 또는 아주 폭력적 집단하고 암거래를 하는 집단들이 살아남으면 당이 뭐가 되겠나"라고 물었다.
이 대표는 "저는 구속 가능성이 높아지는 걸 감수하고 부결 요청을 해서 가결 동의자를 최소화하고 거기에 대해 우리 당원과 국민들이 책임을 물을 거라고 봤다"며 "그들을 구체적으로 제거하지 않았지만 결국은 책임을 지는 게 민주적 정당"이라고 말했다.
체포동의안에 찬성한 것으로 의심되는 이들이 지난 총선 과정에서 시스템 공천에 의해 배제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자신이 직접 비명계 공천 배제에 나선 것은 아니지만, 당원들에 의해 이들이 가려졌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 대표는 "총선에서 그게 다 드러나 버렸고 하필이면 논란이 있던 시점에 민주당의 의원 평가가 이뤄졌다"며 "시기가 겹치는 바람에 가결했던 것으로 의심을 받은 사람들이 당원, 지역구민 여론조사, 의원들 간의 상호평가에서 엄청난 감점을 받아 평가가 많이 낮아진 측면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사감(사적인 감정)으로 한 것이 아니라 시스템에 의해 했는데 맞아떨어져 버린 것"이라며 "총선 과정에서 많은 후보 교체가 이뤄졌으나 배제한 사람은 7명밖에 없다. 나름의 이유 있는 사람이 4명이고 정무적 판단은 3명뿐이다. 나머지는 경선했는데 당원들이 가려내 버린 것"이라고 말했다.
발언이 공개되자 비명계는 강하게 반발했다. 비명계 전직 의원들이 모인 '초일회'는 "아무런 근거도 없이 동료 의원들이 검찰이나 국민의힘과 내통했다고 한 것은 인격모독이고 심대한 명예훼손"이라며 "당내 통합을 얘기하면서 분열주의적 발언을 한 것에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라고 했다. 이어 "앞에서는 웃고 뒤에서는 칼을 꽂는 격"이라며 "통합행보는 쇼였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두관 전 의원도 SNS를 통해 "(관련) 기사를 접하고서 21대 민주당 국회의원 중 한 사람으로서 충격을 금할 수 없었다"며 "국민통합을 시대정신으로 제시해 놓고 국민통합은커녕 당내 분열부터 조장하는 이 대표의 본모습은 무엇인가. 공식 사과하라"고 반발했다.
비명계 지적처럼 정치권은 이 대표가 그간 보여왔던 통합 행보 취지가 무색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최근 이 대표는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김부겸 전 국무총리, 김경수 전 경남지사, 박용진 전 의원 등을 잇달아 만나왔다. 조기 대선 가능성이 커진 만큼 비명계까지 끌어안겠다는 의도로 해석됐다. 그러나 이번 발언으로 행보의 목적성이 흐려질 수 있다.
고민정 의원은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악수 중의 악수를 둔 것"이라며 "스스로가 만들었던 여러 종류의 공든 탑들이 와르르 무너져 버리는 듯한 느낌이었다"라고 했다. 박지원 의원도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현재 통합행보를 하면서 구태여 그런 말을 할 필요가 있었을까"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자칫 당내 갈등이 재현될 가능성도 있다. 친명계가 이 대표의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어서다. 장경태 의원은 YTN라디오 '뉴스파이팅, 김영수입니다'에 출연해 "묘하게 어떤 시기가 겹치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들긴 한다"면서도 "내통까지는 아니어도 (일부 세력이 검찰로부터) 상당한 정보를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말했다. 한 당 관계자도 통화에서 "이 대표 입장에선 (체포동의안 관련한) 사실 관계는 당원들에게 설명해줘야 될 의무가 있지 않겠나"라고 전했다.
당내 권력 구도와도 직결되는 사안인 만큼 여파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각에선 이 대표가 당 주도권을 확고히 한 상황에서 비명계의 반발이 확산할지 미지수라는 의견도 나온다.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는 "이 대표의 장악력이 워낙 확고해서 비명계가 조직적으로 발언에 대한 이의를 제기할 분위기가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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