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헌일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 사태로 수장 공백을 자초하면서 3개월째 대한민국의 외교통상 분야는 '올스톱' 상태다.
전 세계 각 국이 트럼프 행정부 출범에 발맞춰 외교전을 벌이고 있으나 한국은 통화 한 번 못했다. 중국과도 비상계엄 사태 전에는 관계 회복의 첫 발을 떼는 듯 했으나 오히려 악화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상호 관세 부과 각서에 서명했다. 각 국이 수입하는 미국 제품에 부과하는 관세에 상응하는 수준의 세금을 미국으로 수입하는 제품에 매기겠다는 의미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지난 10일에는 철강·알루미늄 관세 포고문에 서명했다. 이에 따라 예외나 면제 없이 모든 알루미늄과 철강에 25% 관세를 부과한다는 방침이다.
이렇게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기간부터 예고했던 관세 장벽을 점차 현실화하면서 한국도 영향권에서 벗어날 수 없는 상황이다. 한국은 대미 무역수지 흑자 8위에 오를 만큼 대미 수출의존도가 높은 실정이다. 특히 철강·알루미늄 관세는 당장 내달 12일부터 부과될 예정으로 대응이 더욱 시급하다.
그러나 윤 대통령의 직무정지로 권한대행의 권한대행이 국가 정상 역할을 수행하는 현 상황에서 뚜렷한 방도를 찾지 못하는 모습이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아직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조차 하지 못했다. 이웃나라 일본의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이미 이달 7일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각종 현안을 조율한 것과 완전히 대비된다.
결국 윤 대통령의 실정이 가장 중요한 시기 외교통상 대응에 발목을 잡는 형국이다. 김건희 여사 및 명태균 씨와 관련한 각종 의혹으로 국정 신뢰도가 떨어지는 상황 속에서도 정상외교를 꾸준히 이어가며 국가 수반 역할을 수행했지만, 비상계엄 사태로 모든 것이 멈췄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APEC과 G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한 중남미 순방에서 다자회의와 함께 중국, 미국, 일본, 캐나다, 영국, 페루, 남아공, 베트남, 브루나이 등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 기간 당선인 신분이었던 트럼프 대통령과 만남을 검토했으나 무산되기도 했다.
그는 귀국 뒤에도 말레이시아, 라트비아 정상과 회담을 잇따라 진행했다. 비상계엄을 선포한 당일 오전에도 사디르 자파로프 키르기즈공화국 대통령을 용산 대통령실에서 만났고, 이어 울프 크리스터손 스웨덴 총리와 회담도 예정돼 있었지만 비상계엄 선포로 불발됐다.
미국뿐만 아니라 중국과의 관계도 회복이 요원해졌다. 윤 대통령 취임 이후 크게 경색된 한중 관계를 비상계엄 사태 전 정상외교를 통해 개선할 계기를 만드는 듯 했으나 앞날이 불투명해졌다.
윤 대통령은 중남미 순방 기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2년 만에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이 상호 존중, 선린 우호, 공동 이익에 기반한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앞으로도 심화·발전시켜 나가기로 뜻을 모았다. 양 정상은 서로 방한·방중을 제안하기도 했다.
오히려 한중 관계가 악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자칫 외교 분쟁으로 번질 수 있는 언급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 측은 최근 탄핵심판 변론 과정에서 부정선거 의혹을 강조하며 중국 개입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이에 앞서 국회의 두번째 탄핵안 표결을 앞둔 지난해 12월 12일, 윤 대통령은 대국민담화에서 중국인 3명이 드론을 띄워 미국 항공모함을 촬영하다 적발된 사건과 40대 중국인이 드론으로 국정원을 촬영하다 붙잡힌 사건을 예로 들며 "형법의 간첩죄 조항을 수정하려 했지만 거대 야당이 완강히 가로막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중국 외교부는 "깊은 놀라움과 불만을 느낀다"는 메시지로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정상외교가 마비된 상황에서 정부는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각 국 외교 정상과 회담을 추진하며 안간힘을 쓰고 있다. 14~16일 뮌헨국제안보회의(MSC)에서는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과, 내달 일본에서는 일본 및 중국 외교 수장과 마주앉을 예정이다.
이와 관련 외교부는 "이번 회의는 한미일 협력 발전 방안과 함께 북핵 문제 대응, 지역 정세, 정세 안보 분야 협력 증진 방안을 논의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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