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아젠다 주도권 경쟁 격화…국정협의회 무산 가능성까지


개최 여부 '불투명'…뒷전으로 밀려난 민생
일관성 문제 삼아 '진정성 흠집내기' 나서
무산될 경우 대립 장기화 전망

민생 정책 논의를 앞둔 여야가 주도권 선점을 위해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서로 정책 기조의 일관성을 문제 삼아 진정성에 흠집을 내면서다. /배정한 기자
민생 정책 논의를 앞둔 여야가 주도권 선점을 위해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서로 정책 기조의 일관성을 문제 삼아 진정성에 흠집을 내면서다. /배정한 기자

[더팩트ㅣ국회=김수민 기자] 민생 정책 논의를 앞둔 여야가 주도권 선점을 위해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서로 정책 기조의 일관성을 문제 삼아 진정성에 흠집을 내면서다. 급기야 여당이 다음 주로 예정된 여야정 국정협의회 회담 연기를 요청해 개최 여부조차 불투명해졌다. 여야의 주도권 경쟁에 정작 중요한 민생은 뒷전으로 밀려났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7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는 애초 다음주 초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과 우원식 국회의장,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참여하는 '4자 국정협의회'를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해당 회담에서 추가경정예산(추경), 반도체특별법, 국민연금 개혁 등 주요 정책현안을 논의하기로 했지만 여야 간 의견차가 좁혀지기는커녕 더 커지면서 일정 자체가 밀릴 위기에 처했다.

국민의힘은 실무 단계에서의 의제 합의가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번 주에 실무 협의를 하고 다음 주 국정협의회를 하는 건 무리가 있어 보인다는 판단에 따라 국회의장실에 재고 요청을 해놓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김 정책위의장은 "의제를 합의하지 못하고 국정협의회로 넘겨서 난상토론으로 결정하는 건 무리다"라며 "실무 협의에서 교통정리를 하고 결과를 토대로 일정을 잡는 것으로 하겠다"고 부연했다.

민주당은 여당의 요구에 즉각 반발했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갑자기 본회담의 연기를 요구해 온 것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며 "국민의힘은 공연히 어깃장을 놓지 말고 즉시 국정협의회에 나오라"고 촉구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핵심 지지기반 세력을 의식하는 등 정치적 계산에 따라 혼란스러운 정책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민주당이 반도체특별법에서 주 52시간 예외 조항(화이트칼라 이그젬션)을 제외하려는 것을 문제 삼은 것이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어제 민주당은 반도체특별법에서 주52시간 근로제 예외를 빼고 처리하자고 선언했다"라며 "산업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핵심이 주52시간 근로제 예외 조항인데, 핵심을 뺀 반도체특별법이 무슨 의미가 있나"라고 비판했다.

김 정책위의장도 "노동계 반발이 심해지자 이 대표가 기존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라며 "이 대표의 ‘기업경쟁력이 국가경쟁력’이라고 했던 발언도 결국 거짓이었음이 증명됐다"고 했다.

급기야 여당이 다음 주로 예정된 여야정 국정협의회 회담 연기를 요청해 개최 여부조차 불투명해졌다. 여야의 주도권 경쟁에 정작 중요한 민생은 뒷전으로 밀려났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배정한 기자
급기야 여당이 다음 주로 예정된 여야정 국정협의회 회담 연기를 요청해 개최 여부조차 불투명해졌다. 여야의 주도권 경쟁에 정작 중요한 민생은 뒷전으로 밀려났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배정한 기자

민주당은 '주 52시간 근무' 예외 조항은 추후 논의하고 합의된 부분부터 처리하자는 입장이다. 진 정책위의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여야 이견이 없는 국가적 지원 부분을 먼저 처리하고, 여야뿐 아니라 노사 간 이견이 있는 노동 시간 적용 제외 문제는 별도로 논의를 지속해서 합의되는 대로 처리하자"고 설명했다.

국민연금 개혁과 관련해서도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보건복지위에서 모수개혁 강행처리 뜻을 굽히지 않고 모수개혁에게만 집착하고 있다"고 비판했고 민주당은 "국민연금 모수개혁은 복지위에서 우선 처리하고 구조개혁은 연금특위를 설치해 논의해 나가자는 입장도 마찬가지"라고 반박했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정치 양태를 쭉 지켜보니 하나의 특징이 있다. 자세는 앞으로 가는데 실제로는 뒷걸음질 치고 있다. '문워크' 같은 느낌이 들었다"며 "뭘 하자고 해놓고 마지막엔 도저히 받을 수 없는 새로운 조건을 내세워 실제로 무산되는 결과를 만들었는데 연금개혁은 그렇게 되지 않길 바란다"고 했다.

추경의 경우도 상황은 비슷하다. 국민의힘은 반도체특별법과 국민연금 관련 논의를 결정한 이후 추경도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김 정책위의장은 "추경 필요성은 여야가 공감하고 있는데 선행 의제가 해결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어느 의제 하나 여야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는 상황에서 본격 협의회 시작도 전부터 불협화음이 난 만큼 협의회 무산 가능성까지도 제기된다. 그럴 경우 조기대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탄핵 정국에서 아젠다 주도권을 잡아야 하는 여야 간 대립은 더욱 커져 장기화할 것으로 보인다.

su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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