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김시형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일 반도체특별법의 주요 쟁점인 '주52시간' 예외 조항과 관련해 연구개발 특정 시기 유연성을 늘리되 총 노동시간은 변동이 없어야 한다는 기조를 밝혔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세 번째 정책 디베이트 '반도체특별법 노동시간 적용 제외 어떻게' 토론회에서 "구더기가 무서우니 장을 못 담그는건 안 된다"며 "가능하면 노동 시간에 예외를 두지 않아야 좋다고 생각하지만 총 노동시간을 늘리지 않으면서 R&D 고소득 전문가들이 한쪽으로 몰아서 일하게 해달라는 말을 거절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이날 토론회의 좌장을 맡아 경영계와 노동계에 직접 질문을 던진 후 쟁점을 좁히고 이에 더해 직접 팩트체크에 나서거나 대안 도출을 이끄는 등 적극적으로 토론을 주재했다.
이 대표는 "반도체 산업의 발전을 위해 국가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아무도 이견이 없는데 합의가 되지 못한 부분이 바로 근로시간 문제"라며 "노동계에서는 법 개정으로 또 노동 착취를 하려고 하는 게 아닌가 생각하고 있는 것 같고, 경영진 측은 우리만 형식적 제재 때문에 필요할 때 집중해서 연구하지 못하는 게 아니냐 하는 의심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현재 전 세계적으로 '딥시크' 때문에 엄청난 논란이 이어지고 있고 경제적 불안정이 심각한 만큼 국가 경제 중심을 차지하는 반도체법과 관련해 양측의 타협안과 국민적 공감대를 마련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반도체특별법을 대표 발의한 김태년 의원은 "반도체 기술은 시간싸움이라 '적시-전폭-계속 지원'하는 3대 원칙이 매우 중요하다"며 "반도체는 민생이고 경제이자 안보이고 우리의 미래라는 것에 이견이 없기에 반도체 산업 정의 확장부터 핵심 인프라 구축 등을 통해 반도체 강국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에선 경영계와 노동계 간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경영계는 다른 산업과 달리 첨단기술 중심산업인 반도체 연구개발 종사자들은 시간을 중심으로 일하면 개발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주장했고,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 속 해외 경쟁력 악화 등 위기론도 강조했다.
경영계 측 안기현 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작년 기준 반도체 수출액은 우리나라 전체 수출액의 20%를 차지하고 있는데 현재 반도체 산업은 50년 역사 중 가장 치열한 경쟁에 내몰려 있는 상황"이라며 "항상 기술을 개발하고 문제를 해결해야 할 연구개발자들이 시간을 중심으로 일하면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기술력 향상과 턱밑까지 우리를 추격한 중국 등에 대응해 우리는 더 열심히, 더 많이 더 빨리 기술개발에 속도를 내야 한다"며 "이대로 가다가는 투자 선순환 구조에서 이탈될 가능성이 있고 우리 대에 반도체 산업이 없어질 수도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권석준 성균관대학교 반도체융합공학과 교수는 "미국 주요 AI 업체들은 딥시크가 나온 후 100시간 내에 비교분석 데이터를 만들어 대응했다"며 "경직성 있는 주52시간이 아닌 미국처럼 '크런치 모드'로 유연하게 근로시간을 조정해 성과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이 대표는 경영계 측을 향해 총 노동시간을 연장한다는 것인지, 특정 시기에 압축적 유연근무가 필요하다는 것인지 명확한 입장을 요구하기도 했다. 아울러 "근로시간 연장이 필요하다는 단순 주장보다 합리적 대안 제시에 집중해주길 바란다"며 "노동력을 착취하지 않을까 하는 노동계의 의심을 좁히는 방안을 모색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노동계는 주52시간 예외는 기술력 확보의 대안이 될 수 없다고 못박았다. 장시간 노동에 따른 산업재해 우려도 지적하며 노동자의 희생을 전제하지 않는 경쟁력 확보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손우목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위원장은 "주52시간 예외는 노동자의 건강과 삶의 질을 심각하게 저해할 수 있고 산재 발생 확률도 4배 이상 높아진다"며 "장시간 노동은 결코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우려했다.
이에 숙련된 노동인력의 안정적 확보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손 위원장은 "노동력을 착취하지 말고 안정적인 인력 확보와 함께 근로조건 개선을 논해야 한다"며 "아울러 반도체 경쟁력 강화 논의에 노동계 인사도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영문 화섬식품노조 SK하이닉스기술사무직지회 수석부지회장도 "위기의 원인이 노동시간 문제라는 주장의 근거가 뭔지 따져묻지 않을 수 없다"며 "'경쟁력 강화에 장시간 근로가 필요하냐'는 질문에 하이닉스 노조원들 93%가 불필요하다고 답했고, 현재 52시간 내 근무체계가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이 대표는 "오늘 이 자리에서 결판을 내지 않겠지만 양측의 의견을 좁히고 사회적 합의를 모색하는 데 의의가 있다"며 "또 최대한 합의해보되 모든게 합의된 다음 처리하기보다 불가피한 일은 합리적 선에서 타결돼야 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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