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폭 양보했지만…與 내란특검 '거부'에 최상목 압박하는 野


내란선전·외환 삭제하며 물러섰으나 최상목 거부권에 무게
윤석열 대통령 구속에 특검 무용론까지

더불어민주당이 내란 특검법을 상당 부분 양보했음에도 여야 합의 불발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의 거부권 행사에 무게가 실린다. 지난 13일 이재명 대표가 최상목 권한대행을 만난 모습. /배정한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내란 특검법을 상당 부분 양보했음에도 여야 합의 불발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의 거부권 행사에 무게가 실린다. 지난 13일 이재명 대표가 최상목 권한대행을 만난 모습. /배정한 기자

[더팩트ㅣ국회=김세정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내란 특검법을 상당 부분 양보했음에도 여야 합의 불발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의 거부권 행사에 무게가 실린다. 고심이 깊어진 민주당은 최 권한대행을 압박하면서 여론전에 공을 들이는 모양새다.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정부로 이송된 내란 특검법의 거부권 행사 여부를 두고 민주당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내란 특검법 수정안은 지난 17일 민주당과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수정안은 국민의힘 요구에 따라 앞서 야6당이 발의한 법안에 비해 수사 대상을 11개에서 6개로 축소한 것을 핵심으로 한다. 국민의힘이 독소조항으로 꼽는 외환죄와 내란 선전·선동 혐의가 제외됐다.

특검 후보는 대법원장이 추천하도록 했고, 야당의 비토권 역시 제외했다. 수사기간도 30일, 수사인력도 25명을 줄였다. 국민의힘의 반대 명분을 없애 여야 합의를 끌어내기 위한 전략이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사실상 특검법이 별건 수사를 허용하게 돼 수사 대상과 범위를 무한으로 늘릴 수 있다며 반대했다. 언론 브리핑이 가능하다는 것도 독소조항으로 판단하고 부결을 당론으로 정했다.

대폭 물러섰음에도 국민의힘의 완강한 반대에 민주당의 고민은 커지고 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인지수사 관련 조항 있는 한 내란 선전·선동 혐의를 그대로 수사할 수 있는 것"이라며 "야당이 일방 처리한 위헌적 특검법에 대해 즉각 재의요구권을 행사해야 한다"라고 요청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인지수사 관련 조항 있는 한 내란 선전·선동 혐의를 그대로 수사할 수 있는 것이라며 야당이 일방 처리한 위헌적 특검법에 대해 즉각 재의요구권을 행사해야 한다라고 요청했다. /뉴시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인지수사 관련 조항 있는 한 내란 선전·선동 혐의를 그대로 수사할 수 있는 것이라며 야당이 일방 처리한 위헌적 특검법에 대해 즉각 재의요구권을 행사해야 한다라고 요청했다. /뉴시스

정부는 다음 달 2일까지 특검법을 공포하거나 재의요구권을 행사해야 한다. 최 권한대행이 이날 반인권적 국가범죄의 시효 등에 관한 특례법 제정안과 초·중등교육법 개정안, 방송법 개정안 등 3개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한 만큼 특검법 역시 여야 합의 불발을 이유로 거부할 가능성이 있다.

최근 발표되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정당 지지도가 하락하는 민주당 입장으로선 이같은 상황이 난감할 수밖에 없다. 최 권한대행에 대해서도 탄핵을 추진한다면 '탄핵 남발' 역풍이 거세질 수 있어 최 권한대행의 결정에 대한 대응책은 사실상 부재한 상황이다. 아울러 특검법의 거듭된 부결이 지지층의 결집도 약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도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계엄에 연루된 핵심 인물들이 대부분 구속된 데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까지 발부돼 특검 무용론이 대두되는 지점도 근심을 더한다. 권 원내대표는 "이제 더 수사하고 체포할 사람이 없는데 특검으로 누구를 더 수사하겠다는 것인가"라며 "특검을 도입하면 수백억원의 혈세가 들어가야 한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민주당은 최 권한대행에 대한 발언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특검법의 도입 필요성에 대한 여론을 끌어올리는 것과 동시에 부결에 대한 최종적 책임을 정부와 여당에 넘기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이날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최 권한대행은 헌법과 법률 수호 의무를 다해야 함에도 내란을 끝내기 위한 필수 조치를 하나도 이행하지 않고 있다"며 "정치적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게 경제를 살리는 걸 잘 아는 최 대행이 내란 진압을 회피하는 이유가 뭔가"라고 질타했다.

민주당은 최 권한대행에 대한 발언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특검법의 도입 필요성에 대한 여론을 끌어올리는 것과 동시에 부결에 대한 최종적 책임을 정부와 여당에 넘기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사진은 박찬대 원내대표. /배정한 기자

전날 열린 기자간담회에선 특검의 필요성을 서부지법 폭동 사태와 연관 짓기도 했다. 박 원내대표는 "불법 폭력사태를 부추기는 자 누구든 법과 원칙에 따라 관용 없이 처벌해 공권력 권위를 회복하겠단 입장을 천명하고 내란 특검법을 즉시 수용해 공포하라"며 "이 자리를 빌려 현 상황의 신속한 수습과 국정 안정을 위해 최 대행과 면담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최 권한대행의 거부권 행사를 전망하면서도 재표결에선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전망한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더팩트>에 "여당에서 요청했으니 최 권한대행도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큰 표차가 나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에는 재표결에서 가능성이 높다고 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최요한 평론가는 "(최 권한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며 "민주당 입장에선 여론이 어떻게 움직일지 모르고, 윤 대통령도 구속돼서 (다음 움직임을 선택하기) 부담될 것"이라고 말했다.

sejungki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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