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政談<상>] 尹·韓 연쇄 탄핵…'최악의 해' 2024


韓 탄핵안 표결 날 정부청사 '시끌시끌'
선관위의 오락가락 현수막 게시 판단

12·3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석열 대통령에 이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직무가 정지됐다.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한 대행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통과했다. 사상 초유의 일이다. /뉴시스

<더팩트> 정치부는 여의도 정가, 대통령실, 외교·통일부 등을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주간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정담은 현장에서 발품을 판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방담의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대화체로 정리했습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정리=신진환 기자] -올해 마지막 연말을 앞두고 헌정사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내란죄 핵심 피의자인 윤석열 대통령에 이어 한덕수 전 대통령 권한대행도 야권이 주도한 탄핵소추를 피하지 못했다. 전례가 없는 '연쇄 탄핵'이 현실화한 것이다. 여야 대치가 격화할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더 답답한 것은 탄핵 정국의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막장도 이런 막장이 없다. 경제는 급격히 흔들리고 있고, 안보 불안도 커지고 있다. 나라 상황이 더 악화하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 이게 나라냐'라는 분노의 아우성이 귓등을 때리는 듯한 착각마저 드는 현실이다. 정부와 정치권을 바라보는 국민은 애가 탄다. 2024년 갑진년은 두고두고 '최악의 해'로 기억되지 않을까 싶다.

한덕수 전 대통령 권한대행 대한 탄핵 절차가 국회에서 진행되는 동안 정부서울청사는 예정에 없던 각종 긴급 브리핑으로 들썩였다. 한 전 대행은 지난 27일부로 직무가 정지됐다. /임영무 기자

◆막 내린 한덕수 권한대행 체제...들썩였던 정부청사

-한덕수 전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가 막을 내렸지?

-응. 한 전 대행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지난 27일 국회를 통과하면서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대대행'을 맡게 됐어. 설마 했던 일이 현실이 됐어. 한 전 대행은 국회의 탄핵 절차가 돌입되기 하루 전 '긴급 브리핑'을 개최했어. 예정에 없던 일정이었던 데다, 브리핑 예고 시간이 오후 1시 30분이었던 탓에 점심을 늦게 시작한 기자들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지.

-당시는 한 전 대행이 헌법재판관 임명이라는 '야당의 최후통첩'을 받아들일지 주목되던 시점이었어. 그만큼 많은 기자들이 정부서울청사로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지. 브리핑장은 삽시간에 취재진과 총리실 관계자들로 북적였어. 예정된 시간보다 늦게 도착한 기자들도 있었는데, 다행히 브리핑 시간이 뒤로 밀리면서 자리를 잡을 수 있었어.

-탄핵 표결 당일에도 청사가 시끌시끌했다며?

-맞아. 27일 오전 10시쯤, 청사 브리핑장 주변이 분주해지기 시작했어. 당시 최 부총리를 중심으로 국무위원들이 '한덕수 탄핵'에 대한 입장을 밝힌다는 이야기가 돌았거든. 이 일정도 예고되지는 않았던 것 같아. 관계자들에게 엠바고 시점과 생방송 진행 여부를 물어보는 기자들이 많았거든. 몇몇 기자들은 노트북을 들고 브리핑장으로 뛰어갔어. '일단 가서 보자'는 분위기였지. 예정대로 최 부총리와 부처 장관 등 11명이 속속 입장했고, 탄핵을 재고해달라고 했지.

-긴급 브리핑이 연이어 개최되면서 청사 분위기는 긴장감에 휩싸였지. 언제 또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른다는 예감이었어. 하지만 국회의 한 준 대행 탄핵안 표결 전까지 별다른 긴급 상황은 없었지. 한 전 대행에 대한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이후에도 마찬가지였어. 대신 총리실은 '국민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한 전 대행의 입장문을 배포했어. 한 전 대행은 국회의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야당이 반론이 아닌 탄핵으로 답한 건 안타깝다'며 속내를 드러냈어.

-청사가 이전보다 조용해질 것으로 보이긴 하는데, 다시 바빠질 수도 있다고 해. 한 전 대행 탄핵안이 가결된 직후, 국민의힘이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하고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했거든. 만약 받아들여진다면 상황은 반전될 수 있을 것 같네.

김용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과 강명구 국민의힘 의원이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 참석해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박헌우 기자

◆의결정족수 논란…한때 '동물 국회'로

-한 전 대행 탄핵안 표결 전 국회 본회의장은 말 그대로 아수라장이었어. 우원식 국회의장이 한 전 대행 탄핵안 의결 정족수가 재적의원 과반수(151명)라고 언급하자 국민의힘 의원들은 의장석으로 돌진했어. 여당은 한 전 대행이 대통령에 준하는 대행인 만큼 3분의 2(200명) 이상 찬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거든. 여당 의원들은 단단히 화가 난 듯 보였어. 권성동 원내대표는 의장석으로 올라가 우 의장에게 삿대질하며 강하게 항의했지.

-몸싸움도 벌어졌다면서.

-맞아. 김용만 민주당 의원과 강명구 국민의힘 의원이 몸싸움을 벌였어. 그만큼 분위기가 과열된 거지. 국민의힘 의원들을 우 의장을 향해 고성을 지르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어. 우 의장은 의결정족수 판단 배경에 대해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은 직의 파면을 요구하는 것이고 탄핵소추 대상자는 대통령의 권한을 대신 행사하는 국무총리"라고 설명했지만, 여당은 받아들이지 않았어.

-여야의 대치가 격화하고 있어. 끝 모를 탄핵 정국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가늠조차 안 돼.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우리 국민의 고통만 늘게 생겼어. 참담한 현실이야.

정연욱 국민의힘 의원이 부산 수영구에 내건 그래도 이재명은 안 됩니다 현수막. /정연욱 의원실 제공

◆"OOO은 안 됩니다"…선관위의 오락가락 현수막 게시 판단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그래도 이재명은 안 됩니다' 현수막 게시 불허 결정을 번복했다고?

-응. 선관위는 23일 "표현의 자유를 확대해 운용하기로 확인했다"며 결정 번복 배경을 설명했어. 앞서 선관위는 정연욱 국민의힘 의원이 지역구에 걸고자 했던 '그래도 이재명은 안 됩니다'라는 내용의 현수막에 대해 게시 불가 결정을 했어. 조기 대선 가능성을 고려했을 때 이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낙선을 목적으로 하는 사전선거 운동에 해당한다는 판단에서야. 국민의힘에서는 여당 의원을 '내란공범'이라고 명시한 현수막은 허용하면서 여권의 현수막을 문제 삼는 건 "편파적 결정"이라는 비판이 쏟아졌어. 권성동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선관위가 이 대표를 위해 사전 선거운동을 하는 것 아닌가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고, 김상훈 정책위의장도 "선관위가 무슨 권한과 자격으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인용을 사실상 기정사실화하면서 조기 대선을 운운하는지 되묻고 싶다"고 말했지.

-선관위가 결정을 번복한 구체적 이유는 뭐야?

-탄핵 심판이 아직 진행 중이고 국민 눈높이를 고려해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폭넓게 보장하기로 했다는 입장이야. 선관위는 현수막 허용 여부 논의를 위한 회의를 마친 뒤 입장문을 내고 "사회 변화와 국민 눈높이를 고려해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폭넓게 보장하는 방향으로 공직선거법 선거운동 기간 위반죄를 운용하기로 했다"며 "현재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결정이 아직 진행 중인 상황에서 ‘이재명은 안됩니다’라는 부분이 단순한 정치 구호로 볼 여지가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공직선거법 254조의 사전선거운동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최근 그래도 이재명은 안됩니다 현수막 게시 불허 결정을 번복했다. 사진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 /남윤호 기자

-선관위 이중잣대 논란은 선거 때마다 반복되지?

-응. 선관위는 당시 기준으로 엄격하게 판단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일관성 없는 기준 속 판단은 선관위 몫이기 때문에 편파성 논란은 매번 있어. 4년 전 총선 당시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 후보의 "민생 파탄 투표로 막아주세요"라는 문구의 현수막은 문재인 정권을 연상시킬 수 있다고 금지했지만 민주당 후보의 "100년 친일 청산 투표로 심판하자"는 현수막은 허용돼 논란이 일었어. 2021년 재보궐선거에선 TBS가 '#1합시다' 캠페인을 벌였는데, 기호 1번 민주당을 떠올리게 한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사전 선거운동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해석한 반면 당시 조국 전 법무부장관과 민주당이 특정된다며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문구는 금지했어.

지난해 헌법재판소가 공직선거법의 현수막 금지 조항을 헌법불합치 결정 내리면서 '선거 전 120일'로 규제가 완화되긴 했지만 여전히 선관위의 해석에 따라 게시 여부가 결정돼. 안 그래도 양극화된 정치대립 속에서 불필요한 갈등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선관위 스스로 지금보다 명확한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어 보여.

◆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신진환 기자, 이헌일 기자, 김세정 기자, 김정수 기자, 김수민 기자, 김시형 기자, 서다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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