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신진환 기자]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 5선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이 지명됐다. 상임전국위원회(26일)와 전국위원회(30일)에서 임명안 의결 절차를 거친 뒤 본격적으로 '대표' 역할을 할 예정이다. 권 의원은 12·3 비상계엄 이후 탄핵 정국에서 분열 양상을 보인 당을 정비하고 쇄신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당을 이끌 '투톱 체제'가 권성동 원내대표에 이어 권 의원으로 구성되면서 도로 '친윤' 색채가 강화됐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국민의힘은 24일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어 권 의원의 비대위원장 인선안을 박수로 추인했다. 잡음은 없었다는 게 권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의원총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의원들이 권 의원 지명에 대해 전폭 지지해줬다. 별다른 말은 없었다"라고 말했다. 한동훈 전 대표가 지난 16일 사퇴한 이후 당 일각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에 반대했던 친윤계 의원들이 탄핵 정국에서 비대위원장을 맡는 건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서울 용산을 지역구로 둔 권 의원은 합리적으로 온화한 성품으로 당내 구성원들과 친분이 두텁다고 평가받는다. 당 사무를 총괄하는 사무총장을 세 차례 맡았을 정도로 당무에 밝고, 박근혜 정부 시절 주중대사를 역임해 외교에도 일가견이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도 인연이 있다. 2022년 대선 때 국민의힘 총괄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아 대선 승리를 도왔다. 윤 대통령과 서울대 법대와 검찰 출신의 공통점도 있다. 권 의원은 윤석열 정부 초대 통일부 장관을 지냈다.
당은 이처럼 풍부한 정치 경험과 경륜을 갖춘 권 의원이 당을 조속히 재정비하는 데 역할을 할 것이라는 공감대를 이룬 것으로 보인다. 안정에 방점이 찍혔다는 평가도 나온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당이 여론을 의식했다면 권 의원을 비대위원장으로 앉히는 결론을 내릴 수 없었을 것"이라면서 "위기 상황 속에서 당 안정과 내부 결속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또 "권 원내대표와 원활한 소통 부분도 고려했을 것"이라고 했다.
권 의원도 의총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당의 안정과 단합을 비대위의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그는 "당의 화합, 안정, 쇄신이 다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당이 안정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쇄신이 이루어질 수 없다"라며 "안정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당의 단합이고, 당이 안정이 안 된 상태에서 어떻게 당을 바꿀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 탄핵 과정에서 극심한 분열 양상을 보인 당을 신속히 정비하고 하나 된 당을 만들겠다는 인식이 명확하다.
대신 비상계엄 해제안 표결과 윤 대통령 탄핵 불참한 데 이어 탄핵에도 반대했던 터라 '계엄 옹호' 이미지를 떨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탄핵에 찬성했던 조경태 의원은 비대위원장의 책무로 윤 대통령과 당의 분리를 제시하며 "계엄을 옹호하는 정당의 이미지를 벗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권 의원은 대통령 출당·제명 조치 계획에 관해 "의원들과 당원들의 의견을 모아 결정할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지난 13일에는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악화한 민심을 수습하는 것도 중요 과제다.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탄핵 반대 등 영향으로 고립된 상황이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19일부터 이틀간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1명을 대상으로 한 '정당 지지도' 조사 결과(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응답률 5.1%)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29.7%, 민주당은 50.3%로 조사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
권 의원은 조기 대선을 생각하지 않고 있다는 견해를 밝혔지만, 헌법재판소가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를 인용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윤 대통령은 파면되고 조기 대선이 열리는데 민심을 회복하지 못한다면 정권 재창출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따라서 중도 외연 확장은 비대위의 핵심 과제로 꼽힌다. 비대위가 최악으로 치닫는 민생과 불확실성이 커지는 경제, 외교에서 역량을 발휘해야 하나, 범야권이 의회 권력을 장악해 이마저도 쉽지 않다는 관측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