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김정수 기자]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가 '거부권 정국'으로 진퇴양난에 빠진 가운데 6개 쟁점 법안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여부를 19일 결정한다. 야당은 해당 법안이 거부된다면 한 권한대행을 탄핵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상태다. 정부는 "마지막 순간까지 검토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거부권 행사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18일 국무총리실에 따르면 정부는 한 권한대행 주재로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임시국무회의를 개최한다. 이번 회의에서는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6개 법안의 심의·의결이 이뤄질 전망이다. 앞서 야당은 지난달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농업 4법 개정안(양곡관리법, 농수산 유통 및 가격 안정에 관한 법률, 농어업재해대책법, 농어업재해보험법)과 국회법·국회증언감정법 개정안 등 6개 법안을 처리했다.
애초 정부는 지난 17일 국무회의에 해당 법안들을 상정, 한 권한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미 정부는 '한덕수 체제' 이전부터 이를 수용할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특히 6개 법안 중 하나인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윤석열 대통령의 '1호 거부권 행사 법안'이기도 했다. 당시 한덕수 국무총리도 윤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면서 "남는 쌀 강제매수 법"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6개 법안은 상정되지 않았다. 한 권한대행으로서도 정부의 기조를 뒤집어야 한다는 점에서 고민이 깊었을 것이란 해석이다.
그러는 사이 민주당은 '탄핵'을 언급하며 한 권한대행을 압박했다. 황정아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당 최고위원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탄핵 소추안은 준비 중"이라고 경고했다. 국민의힘은 기존 반대 입장에 변함이 없다며 한 권한대행에게 공을 넘겼다.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위헌적 법률에 대한 한 권한대행의 재의요구권 행사는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한 권한대행이 어떤 결정을 내리든 간에 후폭풍은 불가피하게 됐다. 결국 그의 정치적 부담만 가중된 셈인데, 정부는 오는 19일 임시국무회의를 개최하기로 못 박은 것이다. 그만큼 한 권한대행으로서도 결심이 섰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애초 한 권한대행은 국정안정협의체 구성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한 권한대행은 지난 16일 "여야, 국회의장 모두 포함하는 협의체가 발족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정치권의 소통 창구 마련을 넌지시 촉구했다. 한 권한대행 측도 협의체가 꾸려진다면 당장 참여하겠다는 입장을 전했지만 여야는 평행선을 달렸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권 원내대표는 이날 첫 회동에서 협의체와 관련해 이견을 보일 뿐이었다.
한 권한대행은 6개 법안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한 이후 더 첨예한 시험대에 놓일 것으로 보인다. 한 권한대행은 지난 17일 국회에서 정부로 이송된 김 여사·내란 일반 특검법에 대한 거부 여부를 오는 31일까지 결정해야 한다. 야당은 한 권한대행이 해당 특검 법안마저 거부한다면 탄핵은 수순이라는 입장을 숨기지 않고 있다. 그만큼 한 권한대행으로서는 김 여사 특검법은 기존 정부 기조대로 거부하되, 내란 특검법은 수용할 것으로 관측된다.
김 여사 특검법은 이번만 네 차례로 정부는 줄곧 반대 입장을 견지했다. 반면 내란 특검법은 비상계엄 관련 사안으로 이를 회피할 명분이 부족하다. 앞서 한 총리도 계엄의 부당성을 밝힌 바 있다. 한 총리는 지난 11일 국회 긴급 현안 질의에서 "계엄 국무회의는 절차적, 실체적 흠이 있었다"고 고백했다. 게다가 한 권한대행으로서는 내란 특검법 수사 대상으로 적시돼 있어 이를 거부할 경우 이해충돌 논란에 빠질 수 있다. 한 권한대행이 내란 혐의와 관련해 피의자로 입건된 사실도 그의 운신의 폭을 좁게 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동시에 한 권한대행은 국회 추천 몫 헌법재판관까지 고려해야 할 처지다. 윤 대통령의 탄핵 심판에 돌입해야 하는 헌법재판소는 규정된 정원 9명에서 3명이 빠진 6인 체제다. 물론 이론상으로 6인 체제도 가능하지만 여야 간 셈법이 첨예하게 부딪히고 있다.
여당은 윤 대통령이 '궐위'가 아닌 '직무 정지' 상태로 대통령의 직무 정지 때는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탄핵안이 인용되기 위해서는 최소 6명의 찬성이 필요한데, 현 6인 체제로는 1명만 반대해도 탄핵이 기각된다. 여당으로서는 현 체제를 유지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논리다. 반면 민주당은 국회 몫 헌법재판관 임명 여부는 권한대행의 '소극적 권한 행사' 차원에서 임명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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