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신진환 기자] 12·3 비상계엄 사태 내란죄 피의자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이후 여권 내 후폭풍이 거세다. 심리적 분당 상태로 치닫는 모습이다. 당내 주류 친윤(친윤석열)계를 중심으로 '한동훈 책임론'이 급속도로 확산하는 가운데 선출직 최고위원 전원이 사퇴하면서 사실상 한동훈 체제는 무너졌다. 당 권력 구도가 친윤 중심으로 재편될 공산이 커졌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6일 기자회견을 열어 거취를 밝힐 것으로 예상된다. 직을 내려놓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윤 대통령 탄핵 가결 이후 친윤과 중진 의원을 중심으로 탄핵 가결에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당 일각과 강성 보수층에서는 한 대표를 겨냥해 보수 궤멸의 위기를 자초하고 야권에 동조한 '배신자'라는 격앙된 반응까지 나온다.
나경원 의원은 15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한 대표가 지난해 말 당 구원투수로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은 자체가 불행의 시작이라고 할 만큼 날을 세웠다. 또 "총선 후 대표로 등장한 한 대표는 총구가 항상 대통령에게 가 있었다"라고 비난했다. 권영진 의원도 페이스북에 "탄핵에 앞장선 '배신자 한동훈'은 더 이상 당 대표로서 자격이 없다"라고 주장했다.
한 대표는 윤 대통령이 퇴진을 거부하는 담화문을 발표한 이후 적극적으로 탄핵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몇몇을 제외한 친한(친한동훈) 의원들이 한 대표에게 힘을 실어줬고 탄핵을 요구하는 민심도 강했다. 하지만 8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에 따른 보수의 위기를 되풀이해선 안 된다는 이유로 끝까지 탄핵 열차를 막으려 한 친윤의 반발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한 대표가 권력의 중심부에서 멀어진다면 비주류 친한계는 구심점을 잃으며 응집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고, 공개적으로 탄핵에 찬성한 의원들 역시 거센 비판에 시달리고 있다. 전면에 나서기 힘든 분위기다. 다만 한 대표가 보수층에서 지지를 잃었을 수 있어도 중도층을 끌어들일 탄핵 찬성 명분을 쥐고 있다는 점을 들어 정치적 입지가 크게 줄진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당 수습 과정에서 극심한 내홍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언근 전 부경대 초빙교수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법적으로 갈라서기 어렵겠지만 심리적 분당 상태에 놓인 것으로 보인다. 내홍이 하루 이틀 내 정리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는 점에서 장기간 계파 갈등이 표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 대통령 탄핵 가결 이후 "계속 직무를 수행할 것"이라며 사퇴 요구를 일축한 한 대표가 버티기는 어렵다. 당내 우호 세력이 약화한 데다 사실상 한동훈 체제가 무너졌기 때문이다. 친한계로 분류돼온 장동혁·진종오 최고위원과 친윤계 인요한·김민전·김재원 최고위원 전원이 사의를 표명한 상태다. 국민의힘 당헌·당규에 따르면 선출직 최고위원 5명 중 4명 이상이 사퇴하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된다.
사실상 한 대표의 축출 이후 원내 장악력이 한층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 대표가 사퇴하면 '원조 친윤' 권성동 원내대표가 당대표 권한대행을 맡게 되는데 비대위로 전환하는 절차에 돌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권한대행은 비대위원장 임명권도 쥐고 있다. 당 비상 상황을 수습할 위원장 물색에 나선 친윤계가 새판짜기로 비대위를 장악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