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김시형 기자] 한덕수 국무총리가 13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절차적 흠결이 있었다"고 시인했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윤 대통령에게 비상계엄 선포를 재고해달라고 최소 두 차례 만류했지만 이를 막을 수 없었다고 고백했다.
한 총리와 조 장관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 긴급 현안질의에 출석해 민주당 조정식 의원, 이재정 의원의 질의에 각각 이같이 답했다.
한 총리는 지난 3일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서 부서(서명)하지 않았다고 거듭 밝혔다. 그러면서 "국무회의 자체가 굉장한 실체적 흠결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헌법 82조에 따르면 대통령의 국법상 행위는 문서로 하고, 해당 문서에는 국무총리와 관계 국무위원이 부서하게 돼 있다. 계엄 역시 이같은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한 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 중 부서한 사람은 없었다.
한 총리는 '전날 윤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를 어떻게 봤느냐'는 조 의원의 질의엔 "대통령이 모든 정치적, 법적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다고 말했고 절차에 따라서 법과 국민이 판단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답했다.
윤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에서 제기한 '부정선거' 의혹을 두고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도 윤 대통령의 부정선거 의혹 제기에 대해 "대단히 충격적으로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조 의원이 "헌법기관인 선관위의 서버를 탈취하려고 시도한 것은 위법·위헌이라고 보는가"라고 묻자 노 위원장은 "그에 대해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도 강조했다.
'대한민국에서 부정선거가 가능하냐'는 질문에도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개표 과정을 단 한번이라도 지켜봤으면 부정선거 이야기를 꺼낼 수 없지 않느냐'는 질문에도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며 같은 입장을 거듭 밝혔다.
조 장관은 비상계엄 선포 전 윤 대통령에게 재고해달라고 했지만 이를 막을 수 없었다고 고백했다. 계엄 직전 윤 대통령으로부터 외교부 장관이 취해야 할 조치가 적힌 종이 한 장도 받았다고 했다.
조 장관은 "3일 오후 8시 50분쯤 (대통령실에) 도착해 오후 9시쯤 집무실에 들어가니 4~5명의 국무위원이 와 있었다"며 "앉자마자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할 생각이다'라면서 종이 한 장을 줬고, 외교부 장관이 취해야 할 몇 가지 사항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 총리가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고, 저는 '외교적 파장뿐 아니라 대한민국이 지난 70여 년간 쌓아 올린 모든 성취를 한꺼번에 무너뜨릴 수 있을 만큼 심각한 사안이니 제고해달라'고 거듭 요청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윤 대통령이 '이제 발표하러 간다'고 나왔다"며 "제가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한번 간곡히 말씀드린다. 제고해달라'고 했지만 (윤 대통령은) '지금은 무를 수 없다'며 발표하러 갔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윤 대통령이 전한 문서의 내용을 말해달라는 이 의원의 질의엔 "워낙 충격적이어서 '재외공관'이라는 단어만 기억나고, 상세한 게 아니라 서너 줄로 돼 있어 기억을 못 한다"며 "(그 자리에) 놓고 나와서 가지고 있지도 않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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