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김수민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앞 똘똘 뭉쳤던 국민의힘 내부에서 균열 조짐이 감지된다. 탄핵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정국을 안정시키겠다고 나섰지만 윤 대통령의 조기 퇴진 방안을 두고 의견이 통합되지 않으면서다.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재표결에 참석하겠다는 목소리가 산발적으로 나오기 시작하며 분열이 가속화할 가능성도 커졌다.
10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이날도 비상 의원총회와 중진의원 회동을 통해 윤 대통령 퇴진의 구체적인 시기와 방법 등을 놓고 내부 논의를 이어갔다.
정국안정화(TF)는 이날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2월 퇴진 후 4월 대선' 또는 '3월 퇴진 후 5월 대선' 등 내년 상반기 윤 대통령 퇴진 후 대선 실시를 골자로 하는 로드맵 초안을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헌법재판소 결정까지 최대 6개월이 걸리고 그보다 더 길어질 수 있는 탄핵보다는 해당 방안이 보다 빠르고 명확한 방법이 될 수 있다는 취지다.
TF는 오는 14일로 예상되는 윤 대통령 탄핵안 재표결 이전까지 의원총회를 통해 결론 지을 계획이다. TF 위원장인 이양수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의원총회에 보고해서 의원들이 결론을 내려고 한다"라며 "어느 쪽으로든 결정되면 대통령실을 포함해 다른 기관과의 상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내 의견을 수렴해 '조기 퇴진' 로드맵을 구체화해 나가는 과정이지만 의견이 하나로 통일될 지는 미지수다. 친윤(친윤석열)계 중심으로 대통령의 조기 퇴진 자체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표적 친윤계인 윤상현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2월 퇴진이든 3월 퇴진이든 저는 조기 퇴진과 조기 하야에 반대한다"며 "한마디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민주당에게 정권을 헌납하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 의원은 "그러면 결국 헌법 79조를 통해서 이 대표에 대한 일반 사면은 국회 동의를 얻어서 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하야든 탄핵이든 윤 대통령의 죽음 후 새로운 정권을 세울 수 없다"며 한마디로 실패한 정당으로 낙인 찍힌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즉시 하야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당 최다선(6선) 조경태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2차 탄핵안이 (이번 주) 토요일 예정돼 있다. 대통령 즉각 하야 시점을 늦어도 토요일 오전까지는 받아들이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조 의원은 "탄핵이란 수단을 도입하면 길게 5~6개월이 걸리지 않나. 그럼 국민의 고통과 어려움이 연장되기 때문에 가장 좋은 해법은 탄핵보다도 빠른 하야다"라며 "국민의 갈등과 피해를, 또 우리나라의 경제적 피해를 최소화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지난 7일 탄핵 표결에 참여했던 김상욱 의원도 윤 대통령의 즉시 하야를 촉구했다. 김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대통령은 즉각 집무를 정지하고 법의 판단을 받아야 한다"며 "이는 명백한 것으로 상대의 하위법령 위반이나 정치적 공격에 대한 방어 등으로 합리화될 수 없다. 엄단해 반복되지 않게 해야 할 국가범죄다"라고 강조했다.
당내에서 2차 탄핵 표결엔 참여하겠다는 입장이 연달아 나오면서 이탈표 발생으로 탄핵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첫 표결엔 안철수·김예지·김상욱 의원만 참여했지만 이날 새롭게 조경태·배현진 의원이 공개적으로 표결 참여 의사를 밝혔다. 반대표를 던졌던 김상욱 의원은 이날 공개적으로 찬성 입장으로 선회하기도 했다.
표결 참여가 탄핵 찬성으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크게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지난 표결 당시 여당의 집단 불참으로 국민 여론이 상당히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이날 <더팩트>에 "의원들 개개인에게 가해지는 국민들의 압박이 클 것"이라며 "특히 지역구 의원은 지역주민의 지지로 완성되는 자리다. 이를 무시하기 힘들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퇴 의사를 밝힌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후임 선출을 두고도 계파 간 신경전이 이어지고 있다. 이날 권성동(5선)의원과 김태호(4선) 의원이 선거에 출마하기 앞서 당 중진들이 차기 원내대표로 대표적 친윤 권 의원을 추대하자 한동훈 대표가 절차적 문제를 이유로 제동을 걸었다.
나경원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중진회동 직후 기자들과 만나 원내대표 후보와 관련해 "권성동 의원으로 얘기가 정리됐다"며 "우리 중진회의에서는 '원내대표로서 권성동 의원이 좋겠다. 지금 현재 굉장히 위중한 상황이고 즉시 일을 하실 수 있는 분은 권 의원이다'라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이후 한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중진회의에서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배현진 의원도 "중진 선배님들의 의견"이라며 "우리가 중진의힘은 아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