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서다빈 기자] 개혁신당이 비상계엄 사태를 기점으로 윤석열 대통령을 향한 공세에 열을 올리고 있다. '명태균 게이트'로 정치적 입지가 위태로워진 이준석 의원이 탄핵 공세를 연결 고리로 정치적 도약을 노리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9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의원은 윤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표결이 진행되던 지난 7일 본회의장을 이탈한 국민의힘 의원들을 상대로 직접 설득에 나서 투표 동참을 소호했다.
당시 이 의원은 "국민의힘의 초선 의원들, 재선 의원들, 탄핵 찬성한다고 정치 커리어 잘못되는 거 아니다. 탄핵에 반대한다고 결코 잘 되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국민만 바라보고 정치를 해야 잘 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영남 분들은 자기 지역구 또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저 자리(의총장)에 들어 있는 40명 가까이 되는 수도권과 비례대표 의원들은 어떻게 정치 하려고 하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정치적으로 대립각을 세우던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을 격려하는 이 의원의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이 의원뿐만 아니라 허은아 대표와 천하람 원내대표 등도 탄핵 국면에서 목소리를 강하게 내고 있다.
허 대표는 연일 윤 대통령을 향해 "탄핵 이외의 우회로는 없다"며 조속한 퇴진을 촉구하고 있다. 지난 6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천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을 "부정선거에 정말 진심인 미치광이 부정선거론자"라고 표현했다. 또한 이 의원은 윤 대통령을 책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의 등장인물 '엄석대'라고 비유하기도 했다.
개혁신당이 탄핵에 적극적 목소리를 내는 배경에는 개혁보수로서의 입지를 굳히려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당론으로 탄핵 표결 불참을 택한 국민의힘과의 차별화로 갈 곳 잃은 보수의 민심을 얻겠다는 전략이다.
당에 드리운 명태균 리스크를 탈피하려는 카드이기도 하다. 김영선 전 의원의 공천부터 홍매화 사진 등 명 씨로부터 촉발된 각종 폭로는 이준석 의원을 번번이 위태롭게 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을 향한 비판의 칼날이 명 씨와의 연결고리까지 끊을 수 있다고 보는 분위기다.
이같은 이유로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 의원과 개혁신당을 이번 계엄 사태의 수혜자로 꼽기도 한다. 최수영 정치평론가는 이날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개혁신당은 이번 사태로 선명한 보수로서의 차별성을 드러내 개혁보수만의 입지를 굳히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과거 이 의원이 국민의힘 대표로 있던 시절 윤 대통령 사이의 깊은 갈등이 현재의 거센 공격의 원인이기도 하다. 이 의원은 당시 국민의힘 당대표 자리에서 축출되기도 했다.
최 평론가는 "(이번 사태를 통해) 개혁신당은 추후 보수가 리빌딩 할 때 몸을 풀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며 "정치적인 계산과 정치적 환경도 작용했겠지만, (이 의원과 윤 대통령 간의) 개인적인 관계도 어느정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고 강조했다.